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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Jun 23. 2023

뉴욕, 많이 먹고 많이 걷는 즐거움!

세상이 넓어지는 기분


   뉴욕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아침이다. 밤새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와 차들의 경적소리가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다양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못지않게 다채로운 냄새들에 둔감해지고 있다. 오늘도 많이 먹고, 많이 걸은 뉴욕에서의 둘째 날 여정을 기록해 본다.



1. 버즈 브랜치 커피 Bird's Branch Coffee

  오늘은 또 새로운 곳에서 커피를 맛보았다. 버즈 브랜치 커피라는 작은 동네 커피가게였다. 아이스 필터 커피와 따뜻한 카푸치노를 맛보았다. 남편은 항상 아이스 블랙커피를, 필자는 우유가 들어간 커피(거의 라떼 혹은 카푸치노)를 선호하는 덕에 늘 두 가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곳 필터 커피는 산미가 강하고 깔-끔한 블랙커피 맛이다. 카푸치노는 원두를 선택할 수 있어서 고소한 원두를 픽했다.


   개인적으로 카푸치노가 그윽하고 따뜻하니 맛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오다 말다 하는 흐린 날 아침에 몸을 녹이기 안성맞춤이었다. 맑은 정신으로 비로소 지도도 보고, 지하철도 제대로 타며 하루 여행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2. 타임스퀘어 Time Squeare

  삼성 광고가 정중앙에 대문짝만 하게 보이는 타임스퀘어였다. 휴, 괜스레 또 국뽕이 차오른다. 미국에서 갤럭시 유저를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같지만 말이다. 듣던 대로 번쩍이는 광고와 북적이는 사람들로 휘황찬란 그 자체였다. 이날은 무슨 행사가 있는지 가운데 펜스가 쳐져 있는 데다가, 아침이라 그런지 인파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3. 미네타 태번 Minetta Tavern

  이 레스토랑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한 버거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선술집에서 시작해서 오늘날은 미슐랭 가이드 맛집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미네타 태번 버거와 블랙 레이블 버거 두 개를 시켜보았다. 미국 맛(?) 답지 않게, 생각보다 짜지도 않고, 섬섬하니 재료의 맛으로 먹는 버거였다. 소금이 별도로 제공이 되어, 두툼한 패티를 소금에 살짝 찍어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 소스에 절여먹기에는 조금 아깝고 비싼 감이 있어서,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소비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고기 두께가 상당히 두꺼우나, 기름지지 않아서 느끼하지 않게 잘 먹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고든 램지 버거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기름기가 적고 소스 맛도 약해서 물리지 않고 끝까지 다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갓 튀겨 나온 바삭한 감자튀김도 맛있었는데,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양이 훨씬 방대하고 많아서 먹어도 먹어도 줄지가 않았다. 감자 요리를 좋아해서 전투적으로 먹었는데도 여전히 남아서, 식탁 아래서 누가 리필해 주는 줄 알았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4. 소호 거리 SOHO

  쇼핑의 성지라고 불리는 소호 지역을 구경 다녀왔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패션 센스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과감하고, 대담하고, 톡톡 튀는 뉴요커들을 만나볼 수 있다. 동부 특유의 오래된 철계단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건물들도 눈에 들어와서 한 컷 남겨보았다. 분위기가 독특하고 재미있는 지역이었다.


  그치만 유학생 부부의 주머니 여건 상, 들어가서 구매를 할 만한 매장은 없었다. 소호거리까지 와서 빈 손으로 돌아가기도 아쉽고, 뭔가를 사자니 다 너무 비싼 브랜드들이었다. 하여 여러 가게를 구경만 하다가, 아기자기한 악세서리 가게에 들어가서 소박하게 머리 집게핀을 하나 구매했다. 머리끈을 잊고 안 가져와서 바람이 많이 불 때마다 머리가 너무 귀찮았던 터였다. 사자마자 신나게 머리에 꽂고 다녔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에도 충분히 행복하다. 


  







5. 에일린스 치즈케이크 Eileen's Cheesecake

  뉴욕 3대 치즈케이크 중 하나인 에일린스 치즈케이크에 다녀갔다. 소호 거리까지 구경하고 나니 다리도 아파지고, 피로도가 쌓여서 당 충전의 시간이 도래했다. 치즈케이크가 예쁘게 생겨서 마음 같아서는 모든 맛을 다 한 번씩 맛보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블루베리와 솔티드 카라멜 두 가지 맛을 구매했다. 조금 전 소호거리에서 산 집게핀을 뽐내며 먹어보았다. 


  결과적으로 둘 다 맛있었다. 솔티드 카라멜은 꽤 짜고 달다. 블루베리 맛은 보다 담백하고 상큼하다. 빵 부분이 매우 얇고, 치즈크림이 가득 차 있다. 치즈케이크와 치즈 타르트 그 사이 어디쯤인 것 같은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먹으면 그만이다. 소호 주변에 온다면 꼭 먹어볼 법하다.







6. 세계무역센터역, 911 메모리얼 풀 World Trade Center Station, 911/ Memoreal Pools

   치즈케이크로 기력을 보충하고, 힘을 내서 도보로 세계무역센터 역까지 걸어보았다. 무역센터 역은 지하철역 바로 위로 거대한 몰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뭐든 스케일이나 크기로 압도하는 것 같다.


   무역센터역 바로 옆에는 이전 쌍둥이 빌딩 그 자리 그대로 9/11 테러 추모 연못이 두 개 자리하고 있다. 이곳 역시 스케일이 어마어마한데, 뻥 뚫린 공간에 끝없이 흘러내리는 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공허하고 서글퍼진다. 아주 어렸을 때 미디어를 통해서 겪은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얼마나 트라우마틱했을지 실감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이토록 넓은 공간에 빼곡히 차있는 이름들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7.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One World Trade Center

   뉴욕에서 전망대 명소로 손꼽히는 원 월드 트레이드센터에 올라갔다. 현재로서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높은 빌딩이라고 한다. 롯데타워가 그 여섯 개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101층 전망대에서 뉴욕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전날 갔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는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월스트리트, 브루클린 브릿지 등을 훨씬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또, 야경으로 보는 뉴욕의 모습과 낮 시간에 보는 모습이 또한 상이한 느낌이라 다른 시간대에 방문하는 것이 메리트가 있다.







8. 이스탄불 베이 익스프레스 Istanbul Bay Express

  점심에 양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다소 무거운 식사를 했기에, 저녁은 가벼운 메뉴로 가기로 했다. 고심해서 고른 메뉴는 이스탄불 랩하었다. 가격도 뉴욕치고는 상당히 저렴한데 양은 또 많고 맛있어서 배불리 먹었다. 고기&양고기 믹서 랩과 팔라펠 랩 이렇게 두 종류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둘 다 성공적이었다. 믹스 랩은 고기가 정-말 많이 들어있어 든든하고, 팔라펠은 채소 비중이 많아서 상큼하고 신선한 맛이다. 뉴욕은 역시 세계음식을 골고루 맛보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







  알차게 보낸 뉴욕에서의 둘째 날이었다. 젊은 날 남편과 매일 몇 만보 씩 걸으며 많이 보고, 또 많이 먹고 돌아다닐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뉴욕은 천천히 걸으면서 투어하는 것이 가장 재미난 곳이다. 지나가는 사람 한 명 한 명, 가게 하나 하나 마다 저마다의 색깔과 개성이 뚫고 나오는 것만 같다. 매일매일 세상이 조금씩 더 넓어지는 기분이다. 


  한동안 날씨가 내리 흐리고 쌀쌀할 예정이라 앞으로의 여정이 조금은 걱정도 되지만, 그 나름의 분위기를 느끼며 탐험을 계속해 보고자 한다. 내일 하루도 조금 더 넒은 세상을 만나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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