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여행을 알차게 하고 밤에 브런치 포스팅과 일을 해왔는데 요 며칠 힘들어서 쉬었다. 낮에 워낙 많이 걷는 탓에 초저녁만 돼도 피로도가 높아서 쉬기 바빴다. 덕분에 포스팅이 많이 밀렸다. 여러 날들의 기록이 섞여있기에 동선은 고려치 않고 좋았던 순서대로 기록해 보았다. 먹기도 워낙 많이 먹고 다녀서 먹거리들은 추후 한 번에 따로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다.
뉴욕에 도착한 내내 비 오거나 흐린 날씨가 계속되다가 주말에서야 처음으로 아침부터 해가 쨍-하니 예쁘게 났다. 아점으로 뉴욕 베이글과 커피를 먹고 그 유명한 센트럴 파크로 향했다. 마침 또 일요일이라, 뉴요커들이 센트럴 파크에서 보내는 주말의 바이브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푼 마음을 안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1.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센트럴 파크는 정말 기대했던 만큼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새파란 풀밭과 그 뒤로 보이는 고층 건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드넓은 풀밭에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주말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절로 눈과 기분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뉴욕에서 가장 좋았던 스팟이었다.
사실 뉴욕을 거닐다 보면 여유로움이나 편안함을 느끼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정신없고 소란한 이 도시에 유일하게 한적함이 있는 공간이 아닐까 했다. 다만, 이 풀밭을 제외하고는 역시나 북새통이긴 했다. 마차와 자전거, 전동 자전거가 복잡하게 뒤얽혀 다니고 말똥, 진흙이 곳곳에 지뢰처럼 포진해있다. 뛰는 사람, 걷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유모차 등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기도 하다. 그치만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서 시간이 되면 다시 오고 싶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뉴요커들이 삼삼오오 모여 피크닉도 하고, 아이들이 풀밭에서 맨발로 희한한 구기운동도 하는 모습이 단란했다. 풀밭에서 맨몸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룹 요가 클래스도 있었다. 제각기 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뉴욕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결국 다채로운 사람들인 것 같다.
2. 루즈벨트 아일랜드 트램웨이Roosbelt Island Tramway
루즈벨트 아일랜드 트램웨이 일정은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즉흥적으로 추가한 것이었는데 정말 좋았다. 뉴욕 동쪽에서 큰 케이블카 같은 트램을 타고 강을 건너가는 것이다. 별도의 비용이나 예약 없이 뉴욕 메트로 카드로 탑승할 수 있다.
새빨간 트램 디자인도 매우 예뻤을뿐더러, 강을 지나가면서 보는 풍경과 뒤쪽으로 멀어지는 뉴욕의 고층 빌딩 풍경들이 아름다웠다. 여행은 고로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꼭꼭 담는 것이 최고다. 센트럴 파크와도 가까워서 날씨 좋은 날 일정에 추가해 보면 좋겠다.
3. 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 센터USTA Billie Jean King National Tennis Center
US 오픈이 열리는 국립 테니스 경기장이라고 한다. 테니스를 워낙 좋아하는 남편이 가장 고대하던 일정이었다. 이곳은 맨해튼과는 살짝 거리감이 있고 뉴욕 브루클린 교외에 있어 동선은 꽤 벗어나 있지만, 테니스인들에게는 가슴 벅찬 투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US 오픈 때 선수들이 연습하는 코트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입구에 한글로 '환영 뉴욕 한인 테니스 협회'라는 표지가 보여 반가웠다. 미국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한인 분들이 꽤 있나 보다.
4. 빅 버스 투어Big Bus Tour
뉴욕 시티패스 중 하나로 골라두었던 버스 투어다. 주로는 지하철과 도보로 이동을 하다 보니 하루에 평균적으로 2만 보를 걸었는데, 그렇게 걷다 보면 지나다니는 2층 버스를 볼 때마다 그렇게 편해 보이고 부러웠다. 이 버스는 하루 동안 무제한 타고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을 잘 짜서 하루 내내 이용하면 좋다.
시원한 2층 맨 앞자리를 잡아서 탁 트인 시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확실히 걸어서 시내를 볼 때와, 2층 버스에서 볼 때와 뷰가 많이 달랐다. 많은 인파 사이에서 걸을 때는 그저 정신없고 부딪히지 않고 걸어가기 바빴다면, 2층 버스에서 볼 때는 '와-, 이 벌 때 같은 사람들 틈바구니를 어떻게 다녔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쪼록 뉴욕 한복판을 시원시원하게 가로지르니 기분이 상쾌했다.
5. 뉴욕 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비가 오는 날에는 뉴욕 현대 미술관으로 향했다. 사실 뉴욕에 머무는 내내 흐리고 비 소식이 있어서 비가 내리다 말다 했다. 하여 유동적으로 비가 잠시 멈췄을 때 야외 일정을 소화하고, 비가 내릴 때 실내 일정을 끼워 넣는 등 유연하게 조정을 많이 했다. 이날도 비가 내려 뉴욕 현대 미술관 행을 택했다.
밖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흐린데, 실내는 보송하고 감각적이니 감상을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작고 방 하나하나가 좁은 편이라 의외였지만, 작품들이 워낙 다채롭고 유니크해서 재밌었다.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점 중에 하나가, 무제인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작품들이 하나같이 다 투사검사 도구 같다고 생각했다.
입장할 때 발권한 티켓이 참 예쁘다고 생각을 했는데, 작품을 돌아보다가 비밀을 풀어버렸다. 한 작가의 스케치북을 전시하는 관이었는데, 작가가 이렇게 저렇게 조합을 만들어 둔 스케치북에 있던 색깔들이 티켓에 고대로 녹아있었던 것이다. 디테일이 앙큼하고 재밌다고 생각해 한 컷 남겨와 보았다. 티켓이 두 개 밖에 없어서 못 봤는데 다른 사람들 티켓은 무슨 색인지 너무 궁금해지는 시점이었다.
6. 월스트리트Wall Street
뉴욕의 그 유명한 월스트리트다. 이곳에는 황소 동상이 있는데, 황소의 불... 고환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어 저렇게 그 부분만 칠이 다 벗겨져 있다. 세상에 부자 되고 싶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황소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말도 못 하게 길었다.
그 옆에는 필자를 포함한 서학 개미들의 피 땀 눈물이 깃들어 있는 주식 거래소가 있었다. 빨간불 고공행진의 나날만을 기원하며 경건하게 사진을 남기고 왔다. 더 이상 우리 사이에 파란불은 없었으면 좋겠구나. 입구는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다.
7. 해리포터 뉴욕Harry Potter New York
런던의 명소인 해리 포터 숍이 뉴욕에 오픈했다. 해리 포터와 함께 자란 세대로서,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해리 포터를 애정 하는 만큼 보기만 해도 심장이 뛰었다. 잊고 살던 동심이 다시 살아돌아오는 모멘트였다. 덤블도어의 딱총 지팡이도 한 번 잡아보고, 기숙사 별 굿즈도 한참을 구경했다. 그 유명한 버터 맥주도 맛보았는데 맛이 없어서 조금 실망했다. 해리와 친구들은 무슨 이런 음료를 그렇게 매일 같이 먹었나 모르겠다.
8. 반스앤노블 서점Barnes & Noble Bookstore
뉴욕의 오래된 클래식한 서점인 반스앤 노블 서점이다. 뉴욕의 젊은이들이 데이트하기 좋아하는 인기 장소라고도 한다. 개인적으로 심지 굳은 종이책 파였으나, 코로나 이후로 책을 만지는 것이 꺼려져서 e-book으로 갈아탔기에, 오프라인 서점을 볼 때마다 괜스레 미안함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종이책을 파는 서점의 감성을 여전히 좋아해 방문해 보았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은 국적을 불문하고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오래 머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었다.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잘 살아남아주길 바라본다.
여행의 막바지로 향하는 시점에서 발자취를 정리하니 기억이 서랍 안에 착착 정리되는 기분이다. 매일 그날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것은 벅차서 포기했지만 너무 오래지 않은 시간 안에 남은 기억들도 잘 정리해두어야겠다.
뉴욕에서 보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도 알차게 이 도시 곳곳을 알아가야겠다. 남은 볼거리, 먹거리들도 한 번 정리해서 포스팅하려 한다. 마지막에는 9박 10일 뉴욕에서의 소회를 정리해 보려 한다. 뉴욕은 정말 많은 감정을 가지게 하는 도시다. 한 도시를 알기에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알차게 보고 느끼고 기록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