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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Jun 29. 2023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의 뉴욕 여행

여행은 계속된다


  날씨 운이 없었는지 이번 9박 10일 뉴욕 체류 내내 흐리고 비가 왔다. 엄밀히 말하면 갑작스레 비가 쏟아지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볕이 나는 변덕스러움이 하루 네댓 번씩 패턴처럼 반복되었다. 뉴욕이 원래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은 곳이었는지, 아니면 6월 말 이 시기에만 그러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례적으로 이러는 것인지 궁금하다.


   뭐가 되었든 간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여행하는데 비가 온다고 해서 발이 묶여있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미리 바람막이와 우산을 가져왔기 때문에, 아이템으로 무장을 하고 씩씩하게 계속해서 다녔다. 날씨에 영향받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더니, 중간중간 의도치 않게 볕이 나면서 날씨가 도와줄 때도 있었다.






1. 하이라인 The High Line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던 옛 철로를 산책길로 탈바꿈한 하이라인에 다녀왔다. 일반 도로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면서 빌딩 숲 사이로 길게 난 길이 아름다웠다. 고전적인 건물들과 현대적인 것들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 차나 신호등, 횡단보도도 없어서 딱 봤을 때 '아, 길을 따라 계속 걷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장소였다.

  천천히 하이라인 위를 걷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초입부터 내내 흐리더니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미쳐 빗줄기가 다 담기지 않았지만 이날 정말 많이 내렸다. 그득그득하던 사람들이 비를 피해 어디론가 한순간에 다 사라져버리고 하이라인 위에는 우리 부부만 남았다. 의지의 한국인인 우리는 가방에서 각자의 바람막이를 꺼내 목 끝까지 지퍼를 채워 잠그고, 우산을 쓴 뒤 가던 길을 마저 걸었다. 북적이던 길에 비와 우리만 남으니, 그 나름의 낭만이 있었다.








2. 써클라인 유람선 투어 Circle Line Sightseeing Cruise

  그렇게 빗속을 씩씩하게 걸으며 하이라인을 지나 뉴욕 서쪽 강변으로 나오니 비로소 비가 그치고 볕이 나기 시작했다. 환경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간 것이 못내 자랑스러웠다. 이것이 바로 삶인가 생각했다. 모쪼록 드물게 난 햇빛을 보며 기분 좋게 유람선을 타러 갈 수 있었다. 사실 이날 유람선도 비가 오더라도 강행할 계획이었기에 큰 상관은 없었지만, 날이 개니 한결 풍경도 잘 보이고 다니기도 수월했다.


  뉴욕 시티패스의 마지막 액티비티, 써클라인 유람선 투어였다. 허드슨강을 따라 뉴욕을 한 바퀴 쭉 훑고, 자유의 여신상도 보고 오는 루트였다. 전날 루즈벨트 트램웨이를 탈 때도 느꼈지만, 뉴욕은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때 가장 멋진 것 같다. 서클라인 투어로 뉴욕을 다방면으로 원 없이 볼 수 있었고, 브루클린 브리지와 맨해튼 브리지 밑을 지나갈 때에도 장관이었다. 시원하고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도시를 1시간 30분 동안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어 추천하는 일정이다.








3.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 Alladin the Musical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뮤지컬 종류가 다양하고 많아서 고르는데 애를 먹었지만, 고심 끝에 알라딘을 택했다. 평일 1시 공연이었음에도 만석이라 입구부터 굉장히 북적였다. 무대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지만 무대 디자인이나 효과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게 느껴질 만큼 리치하고 화려한 무대였다. 지니가 돌면서 튀어나오고, 알라딘과 자스민이 마법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며, 반짝이에, 폭죽에 아주 혼을 쏙 빼놓게 드라마틱 했다.


  중간중간 현대적인 농담도 가미하고, 알라딘의 명곡 'Whole New World'도 편곡한 버전으로 라이브를 들을 수 있어 특색 있었다. 개인적으로 쟈스민의 솔로곡 Speechless를 좋아해서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했는데, 레퍼토리에는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노래도 워낙 잘하고, 감동적이었다.

  한 가지 변수는 앞사람의 헤어스타일과 신장이다. 번째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시야를 상당히 가로막을 수 있다. 하여, 개인적인 경험 상 앞자리 사람의 변수를 덜 타는 전통적 명당인 양 사이드 테라스 좌석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4. 첼시마켓 Chelsea Market

   맛집들과 각종 로컬 식재료들이 한 데 모여있는 첼시마켓이다. 옷, 와인, 과일, 채소, 치즈, 디저트 등등 다양한 물건들을 팔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먹거리들이었다. 가장 유명한 집은 랍스터 플레이스, 로스타코스 정도 되겠다. 이 두 곳은 거의 항상 줄이 길다. 


   자세한 먹거리는 추후 뉴욕 음식 포스팅에서 한 번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음식 이외에도 퀄리티 있는 기념품샵과 굿즈들도 많아서 선물을 살 때 둘러보아도 좋다. 점심시간에 때맞춰 방문해 밥도 먹고, 후식과 커피도 먹고 마시며 이것저것 구경하기 좋은 장소였다.








  오늘, 뉴욕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왔다. 뉴욕에서의 관광지와 소회에 대한 글도 끝이 났다. 여행이 끝나감은 묘한 감정이다. 생애 처음 와본 미국 동부에서 전에 없던 것들을 보고 느끼고 돌아간다. 


   뉴욕은 미디어에 그려진 그화려함과 이면의 어두운 단면들이 공존하던 흥미로운 도시였다. 여행을 하기엔 참 다채롭고 재미있는 곳이었지만 살고 싶은가 물어보면 선뜻 답할 수 없는 그런 복잡한 감정을 선사한 곳이었다. 이 흥미로운 도시를 길게 탐험할 기회가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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