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길에 처음 오를 때, 우리 부부가 공부하게 될 인디애나까지 가는 직항 노선이 없었다. 하여, 인천-시카고 직항을 타고 시카고를 3일 여행한 다음 그레이하운드로 인디애나로 이동하는 여행계획을 짰다. 편집하다보니 순서가 뒤로 밀렸지만 사실 시카고는 우리 부부가 처음 함께 맞이한 미국의 첫 여행지였다.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오른 유학길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미국에 올 때 시카고나 뉴욕에 들러 관광을 하자고 했던 남편과 달리 대도시에는 별 감흥이 없었던 나였다. 큰 도시들의 삶이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고, 개인적으로는 서울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복작복작한 또 다른 대도시에 굳이 돈 써가며 구경해야 할 이유가 있나라는 회의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굳이 가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역시, 직접 보고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들이 많다. 함부로 단정 지을 게 아니라는 걸 또 하나 배워간다.
이 포스팅에 제시된 장소들은 모두 도보로 이동했다. 걸어가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동선이니 참고해도 좋겠다.
Chicago DAY 1
(1)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평점 ★★★☆☆
646 Michigan Ave, Chicago, IL 60611 미국
인천에서 시카고까지 13시간 비행은 쉽지 않았다. 너무너무 피곤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시카고 시내에 겨우 오니 한국은 한참 잘 밤이었다. 잠이 쏟아졌지만 현지 시간은 오전 9시... 고된 비행을 탓하며 잠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어떻게든 이 하루를 버텨내야 시차 적응을 할 터.
필사적으로 관광을 처음 시작하기 위해 고른 곳이 바로 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였다. 진한 커피라도 한 잔 수혈해야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로 알려져 있는 이곳은 시카고 말레피센트 거리에 위치해 있다. 12시쯤 갔을 때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더 이른 오전에 가면 밖에 줄을 서야 할 때도 있었다. 될 수 있으면 오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1~3층은 카페, 4층은 바, 5층은 루프탑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래 사진은 4층 바를 5층에서 찍은 사진이다.
가운데 큰 기둥 같은 곳에서 실제로 커피콩이 주기적으로 우수수수 떨어지는 게 장관이었다. 볶은 콩들이 떨어지는 건지, 로스팅 하는 과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디 가서 못 볼 광경이다. 미국스럽게 전체적으로 다 큼직큼직 한데, 그만큼 사람도 많아서 약간 시장통 같았다. 잠과 사투를 벌이며 관광을 하던 중에다 사람이 많아 정신이 좀 없었다.
5층 루프탑은 '시카고스러운' 광경이 딱 펼쳐져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좋았다. 고층 빌딩들과 쨍한 하늘이 잘 담기는 스팟이다. 시차로 인해 눈이 감기는 와중에도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2) 시카고 보트 건축물 투어
평점 ★★★★★(강추)
Riverwalk, Chicago, IL 60611 미국
시카고 동쪽 미시간 호수변으로 가면, 이렇게 바닷가 같은 호수 뷰가 펼쳐진다. 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시카고 보트 투어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시카고 보트 투어는 꼭! 해볼 것으로 추천한다. 가장 '시카고스러운' 비주얼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시카고를 가장 미국스러운 도시라고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여행지로는 자연이나 휴양지를 좋아하는 편이라 시카고에 대한 기대가 적었는데, 보트로 시카고 건축물 투어를 돌았을 때 처음으로 '아, 시카고도 꼭 한 번 와볼 법 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래 니들 진짜 잘났다 기가 막히다'하는 마음도 들었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으리으리한 높이와 번쩍번쩍한 외관이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피로와 시차 때문에 거의 죽어가고 있었는데 이곳 뷰를 본 이후부터 잠이 확 달아났다. 너무 예쁘고 찬란했다. 우뚝 솟은 고층 빌딩 등 바로 옆에 해수욕하는 사람들이라니. 생전 처음 보는 뷰다. 부산 마린시티를 보며 살던 남편도 혀를 내둘렀다.
여기서부터는 시카고 건축물 보트 투어 선착장이다. 우리 부부는 C3라고 하는 시카고 투어패스를 사서, 유명한 어트랙션 3개를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미리 한국에서 사서 시간까지 예약해두었다. 그러면 사전에 이메일로 QR코드가 도착해서, 편하게 바로 탑승하면 된다. 시카고 C3 패스와 그중에서도 요 보트 투어는 추천하는 바다.
시카고에 왔다면 Deep Dish라는 이름의 두툼-한 시카고 피자를 먹어볼만하다. 물론 많이 가본 사람들은 시카고에서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굳이 또 먹어보고 싶어지더라. 기왕 먹는 것 좀 맛있고 잘하는 시카고 피자집에서 먹고 싶었다. 남편이 똑 부러지게 찾아온 이곳은 로컬 피플들도 많이 찾는 곳이었다.
시차에 절어 겨우 포장해와서 호텔에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한 미국인 할아버지가 시카고에 처음이냐면서 피자를 가리키며 좋은 선택이라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두툼한 치즈가 폭포처럼 흘러내려서 한입 가득 들어오는데 상당히 리치하고 기름진 풍미였다.
첫 입은 감동적이었다. 리치함의 끝이랄까? 문제는 먹다보면 너무 느끼하고 물려서 많이는 못 먹겠는 딱 그런 맛이었다.
첫날 시카고에서 13시간 비행 + 6시간 관광으로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첫인상은 상당히 좋았다. 깔끔하고, 휘황찬란하며, 편리했다. 역시, 직접 행하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지름길일 것이다.
저렇게나 높은 건물 층층에는 도대체 어떤 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월세는 또 얼마일까? 사람들의 소득은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일까? 몇 시간이나 일하고 몇 시간을 쉴까?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도시들 중 하나인 이곳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생겨났다. (다음 날에 대한 기대를 안고 호텔에서 떡실신하여 12시간을 내리 잤다는 후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