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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Dec 29. 2023

곰은 겨울잠을, 박사생은 겨울방학을

모든 생명체에게 충전의 시간을

 헤실헤실 - 웃음이 절로 나오는 평안한 겨울방학이다.



  비로소 일과 휴식의 황금 밸런스로 딱 들어맞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10시 반까지 늦잠을 자고, 호다닥 씻고 그 길로 밖으로 나와 카페로 출근을 한다. 카페에서 기름진 미국식 아침 식사로 아점을 때우고, 커피를 마시며 11시 반에서 한 오후 4시-5시 정도까지 할 일을 한다. 짧고 굵게 할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전기장판에서 푹 쉬다가 저녁을 먹고 잘 때까지 책을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논다. 으아- 행복하다. 이 루틴으로 평생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연구를 하고 싶어서  박사에 들어왔지만, 1학년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코스웍에 무게중심이 많이 쏠린 탓에 학기 중에 연구를 진척을 별로 못 시켜서 아쉬웠다. 왠지 다음 학기도 비슷하거나 더 연구할 시간이 없을 듯하다. 티칭 과목이 두 과목으로 늘어난 데다가 지난 학기는 online 강의였는데 이번 학기는 대면 강의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여, 교수님께 이번 겨울 방학 때 연구를 좀 많이 진척해두고 싶다고 욕심을 부려서 일을 많이 받아 두었다.


   비로소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시간을 온전히 연구 일에 집중해서 쓸 수 있어서 마음이 좋다. 방학 동안 새로 수집하는 꽤 큰 데이터도 거의 다 모았고, 기존 수집한 데이터 클리닝도 마쳤다. 분석 마친 데이터는 구연 발표 초록 작성도 해야 한다. 카페에서 집중이 잘 돼서 진도가 쭉쭉 나가는 중이다. 달려라 전두엽아.




    연구는 좋아해서 신나게 진척 중인 반면, 지지부진 그 자체인 일도 있었으니- 먹고사는 문제인 티칭이다. 티칭 과목이 완전히 바뀌면서 봄 학기에 가르칠 두 과목을 방학 동안 다 준비해야 하는데 하기 싫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룰렛을 할 때 잭팟이 터지면 티칭 계약 안하고 연구랑 상담만 하려 했거늘, 잭팟은 커녕 탕진만 한 탓에 다시금 현실로 돌아왔다.


  잘 모르는 과목 강의계획서 쓰기도 귀찮고, 과목 페이지도 만들어야 하고, PPT도 만들어야 하는데 언제 다하나 싶다. 따흑. 좋아하는 건 안 시켜도 찾아 하는데 안 좋아하는 건 끝까지 뭉개다 대충해서 내는 타입...... 그래도 해야지 어떡하겠나. 라테와 마끼아또와 버블티 사 마시려면 열심히 벌어야지, 아휴 하기 싫어라.



   그래도 하루에 반절을 놀고 쉬면서 일할 수 있는 게 어딘가 싶다. 너무 소중한 겨울 방학, 제발 천천히 가주면 하는 마음이다. 오늘도 조금 일하고 많이 쉬고 잘 놀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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