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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Jan 01. 2024

연말에 써볼 법한 글 ver. 2023

또 한 해가 지나간다.



미국은 12월 31일이다. 기록의 묘미는 돌아볼 수 있는 데 있다. 작년 12월 30일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한 해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점검해 본다. https://brunch.co.kr/@elinanayoungcho/110 


  작년 연말의 다짐은 다섯 가지였다 - (1)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에 최선을 다해보기 (2) 미국에서 친구 사귀기 (3) 운동으로 체력 증진하기 (4) 여행 많이 다니기 (5) 독립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 되기. 다섯 가지 중 운동을 뺀 네 가지 다짐은 제법 성실하게 이행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1) 번은 연초 입시에서도 그렇고, 첫 학기 배움의 과정에서도 실천해 보았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넣고 보니 결과는 기대보다 낮았음에도 스스로 만족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결과에 너무 많은 지분을 내어주기보다는 예전보다 나아진 부분에 집중하며 나아가고 싶다.

 

   (2) 번, 친구 사귀기도 나름 순항이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6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코호트 덕분에 동기들 모두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즐겁고 유쾌한 기억도 많이 쌓고, 삶이 더 활기차고 복작복작하니 따뜻해졌다.

  아무래도 코호트에서 혼자 외국인이다 보니 수업 시간에 못 알아듣거나, 문화적으로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동기들이 옆에서 표 안 나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도와줘서 무난하게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올해 많은 도움과 지지를 받은 만큼 내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동기들에게도 받은 마음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또, 다른 외국인 학생이 새로 들어왔을 때 살뜰히 챙겨주고 싶다.


  (3) 번 운동...... 은 매년 그랬듯 올해도 폭망했다. 사람들이 왜 매년 담배 끊기 같은 다짐을 하면서 못 지키는지 알 것도 같다. 운동 습관 들이기가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어렵다. 어째 살면서 한 번도 이 새해 목표를 이룬 적이 없는지 모르겠다. 올해는 운동을 다짐에 아예 빼버려야할지 고민이다.



   (4) 번 여행 많이 다니기는 나름 만족스럽게 이룬 부분이다. 워싱턴 D.C, 뉴욕, 라스베가스, 5대 캐니언(네바다, 유타, 애리조나)을 다녀올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대자연 앞에 겸손과 감동을 느끼고, 또 전혀 새로운 곳들을 경험하면서 충만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 나는 아직도 미미하고, 모르는 세상이 너무나 크다.

 

 

  (5) 번은 사실 올해 스스로가 꼽은 가장 두드러지는 내면적인 성장이었다. 본디 사람에게 의존적인 성향이 짙어서, 어떻게 보면 관계에 공을 많이 들이고 아끼는 사람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미국 시골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고독과 오롯이 혼자의 시간을 경험해 보면서 혼자서도 독립적으로 안녕하고 행복한 방법을 많이도 공부하고 깨친 한 해였다. 관계 속에서 행복한 것은 여전히 가장 우선순위의 가치이지만, 때로 타인이 부재할 때에 혼자서도 굳건하게 안녕할 수 있는 스스로가 되고자 한다.

 




 

   한 해 또 많이 성장한 스스로를 격려해 보며, 새해는 어떻게 살아볼지 숙고해 본다. 우선, 내면적으로 계속해서 독립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연습을 지속하고자 한다. 사람들과도 잘 지내되,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잘 가꿔서 안팎으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글쓰기, 책 읽기, 집 꾸미기도 계속하고, 또 새로운 취미나 취향을 발견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개인적으로 베이킹을 배워볼까 슬슬 고민 중인데, 학기 중에 지속 가능한 지 확신이 없어 아직 탐색만 하고 있다. 지구 어디에 가져다 놔도 안녕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두 번째로는 올해보다 조금 더 대범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새로운 경험을 맞이하면 좋겠다. 입학 첫 학기인데다가 타지에서 온통 다 처음 접하는 일이다 보니 한 학기 전체를 긴장 그 자체로 보내느라 많이 힘들기도 했다. 올해도 사실 새로 접하는 경험들이 상당히 많이 기다리고 있는데(이미 예약이 줄줄이 되어있다^^), 어차피 다 잘 지나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올해보다는 덜 떨면서 조금 더 자신 있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맞이하면 좋겠다.



   세 번째 목표는 스스로를 과도하게 몰아붙이지 않으면서 두 번째 학기를 스무스하게 마치는 것이다. 전공 특성상 동시다발적으로 요구되는 역할이 많다 보니 학기 중 스케줄이 촘촘하고 부침이 심하다. 외적으로 부침이 많은 때에 스스로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계속 다독여주고 격려하면서 잘 운영해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결과적으로 스스로가 해내는 아웃풋은 기특하고 뿌듯한데 그 과정에서 조금만 더 지지적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네 번째로는 휴, 신체 건강이다. 매년 실패하는 다짐이지만 운동...... 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학기 중에는 주 1회 근력 운동, 방학 중에는 주 2회 이상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해본다...... 할 수 있을까? 왠지 내년 이맘때에도 이 항목만 빼고 이뤘다고 글을 쓰고 있을 것 같아 두렵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건강이 돈이고 보험이다. 병원 갈 일 생기면 바로 집안 기둥 뽑는 것이다. 건강할 때 잘 관리하자.



   다섯 번째로는 계속해서 여행을 하면서 안전지대를 벗어나 세상을 탐험하는 것이다. 사촌 언니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도 한 번 가보고 싶고, 여름 APA 학회가 열리는 시애틀도 가보고 싶다. 또 여름방학에 여력이 된다면 로드트립으로 국립공원을 다녀보거나, 아예 시원한 바다로 가서 종일 수영도 해보고 싶다. 겨울에는 캐나다로 올라가서 오로라를 보거나 온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새로운 세상을 만날 상상만 해도 벌써 심장이 콩닥거린다. 남편이 여행을 좋아하지 않아서 걱정이지만, 뭐 어떠랴. 혼자서라도 씩씩하게 여기저기 다녀와보려고 한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좋은 특권은 저렴하게 북미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언제 또 미국에서 오래 지낼지도 모르는데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고 싶다.



 



미국 시간으로는 12월 31일이지만 설레발에 떡국을 끓여먹었다. 새해를 기념하는 케이크에 촛불을 꽂아 기념도 했는데, 촛불이 입김으로 끄려는데 무자비하게 되살아나서 서너 번을 심폐지구력을 다해 불었다. 그럼에도 꺼지지 않았다. 2024년은 어떤 풍파도 불씨를 꺼뜨릴 수 없는 무적의 해가 되려나 보다. 역시 꿈보다 해몽이다. 선풍기를 가져와서 가장 높은 풍속으로 불어서 겨우 꺼뜨렸다.



기대되는 무적의 2024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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