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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Dec 30. 2022

연말에 써볼 법한 글

회고와 다짐


  다사다난은 올 한 해를 표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단어인 것 같다. 변화와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던 한 해였다. 연초만 해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일하다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했던 일도 있었다. 옳고 그름의 복잡한 실타래 속에서 옳은 일을 실현하면서 살기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좌절하는 시간이었다. 특히나, 조직 내에서 말이다.



  스트레스의 카오스에서 버팀목이 되었던 것은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었다. 사방에서 귀에 대고 비명과 비난을 번갈아 내지를 때, 잠시나마 힘이 되었던 것은 점심시간에 한 바퀴 바깥공기를 불어 넣으며 걸었던 것, 맛있는 커피와 귀여운 강아지가 있던 커피숍에서 가서 달달한 베트남 라떼를 사 오는 일, 일과 마치고 테니스 레슨에 가서 테니스 공을 대ㄱ..ㅏㄹ.ㅣ... 아니, 힘들게 하는 사람들의 머리라고 생각하고 빡빡 쳤던 일 등. 분노의 투지 덕분에 우리의 테니스 레슨은 태릉선수촌을 방불케했었다. 나름의 탈출구는 있어 다행이었다.




   지난했던 연초를 지나고 나니, 삶의 터전을 바꾸는 변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도 없고, 준비할 것도 많고, 온통 생소한 것들에, 불가능할 것만 같아 보였는데 하나하나 해나아가니 어느새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국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 하고서도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들이 있다. 정신없는 7, 8월을 보내고 어느덧 미국이라는 새 터전에 적응을 해 나아가고 있었다. 해보기 전에는 어떻게 하지- 자신 없고 두렵고 하기 싫었는데 막상 해보니 다 하더라는 진부하고 꼰대스러운 결론이다. 라떼는 말이야~



  새 땅에 와서 일자리도 없이 매일이 주말 같은 삶을 맞이했다. 처음에는 이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무가치한 사람은 아닌가, 커리어는 어디로 가는가 걱정과 불안이 지배했지만 이내 한 가지 깨달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나, 노는 것 좋아하네?" 그렇다. 일을 좋아하는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백수가 체질이었다. 노는 것이 그저 최고다.


  하지만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은 못 견디는 편이라, 완전 아무것도 안한 것은 아니다. 매일 뭐든 부지런히 하긴 했다. 원래 백수가 가장 바쁜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영어 수업도 듣고, 도서관에도 다니고, 운동도 다니고, 새 연구실에서 일도 물어오고, 미국 드라마도 많이 보고, 블로그와 브런치도 꾸준히 쓰고 그랬다. 마음 가는 대로 살다 보니,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열한 것들 모두 스스로 온전히 '하고 싶어서' 찾아 하는 일들이었다. 살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는 날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에 이르니 지금 삶이 큰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것은 남들보다 더 악바리처럼 하고 잘 찾아 했는데,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면 개판으로 해놔서 어른들이 항상 "어떻게 너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니?"라고 훈계하곤 했다. 그 말을 했던 사람들을 싹 다 불러 앉혀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고 있지~ 한 마디 하고 싶다. 이토록 반항스러운 MZ라니. 물론 이 삶이 영원할 것 같지는 않다. 아마 한시적이겠지만, 삶에서 잠시나마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선물 같은, 방학 같은 시간이었다.







  어차피 못 지킬 것이지만 매년 해보는 신년 다짐 시간이다. 문제는 작년 연말 혹은 연초에 무슨 다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지켰는지 확인도 못한다는 것이다. 이래서 글을 꾸준히 써야 하는 것이다. 기록해두면 돌아볼 수가 있는데 작년 말부터 초까지 너무 힘들어서 글을 거의 안 썼다. 아쉽다. 올해라도 써보자.



  새로 오는 해에는 가장 먼저, 주어진 기회 앞에 결과에 상관없이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과정에 정말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늘 망칠까 봐, 잘 못할까 봐 두렵고 긴장되어 과정을 준비하는 데 있어 최선의 집중을 하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 나이를 그렇게 먹었는데도, 여전히 좋은 것/잘 되는 것만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삶이 언제 그렇게 좋은 것만 하게 해준 적이 있나? 조금 더 대담하게 잘 안되는 것, 힘든 것, 좋은 것, 즐거운 것 모두 겪어내겠다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열린 마음으로 새해에 일어날 모든 일들을 맞이해보고 싶다.



   두 번째로는 미국에서 친구를 조금 더 많이 사귀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소속이 없다 보니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 올 한 해 네트워크를 넓히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쉽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영어 수업이 오프라인이면 더 좋았으련만,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오프라인 행사가 종종 있으니 거기라도 자주 가보려고 한다. 얼마 전 연말 파티를 다녀왔는데 재미있었다. 다문화 그 잡채였다. 전 세계인이 다 모인 영어클래스였다.


  세 번째, 운동을 많이 해서 한 번쯤 좋은 체력으로 살아보고 싶다. 근육이 잘 안 붙는 체질이라 한 평생 저질체력으로 살아온 삶이다. 미국에는 운동 시설과 클래스도 잘 되어있는데, 한 번쯤은 강인하고 건강한 체력으로 살아보고 싶다. 지금 튼튼한 몸을 만들면 삶에서 두고두고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 목표는 거의 매년 세우고 매년 실패하는 것 같아서 마냥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오늘도 운동을 다녀왔으니,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오. 운. 완!



  네 번째,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다. 이번에 플로리다에 로드트립 다녀와서 정말 좋은 자극이 되었다. 아직도 경험 못한 세상과 풍경이 너무 많다. 미국에서 지내는 이점을 백번 활용해서 다닐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다니고, 보고, 경험해 보자. 미국은 정말 다양하고 재밌는 나라다.



  마지막으로, 독립적이고 단단한 사람이 되자. 개인의 행복의 지분은 50%가 타고난 기질, 40%가 개인의 노력과 의지, 10%가 환경과 타인이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90%가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환경이나 타인에 기대지 말고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한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혼자서 행복할 때, 남과 함께하면 더 건강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 오롯이 혼자 설 수 있는 사람, 되어보자.





  적고 보니 늘 언제나 그렇듯 바라는 점이 참 많다. 욕심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지만 말도 안 되는 바람도 딱히 없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올 한 해도 변화 속에 배움과 성장이 많은 해였다. 내년에도 계속 성장하자, 두려워하지 말고!





GOOD BYE 2022,
HAPPY NEW YEAR!!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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