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장소들을 모아보았다. 시카고의 크리스마스 라이트, 그리고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두 번째 포스팅을 열어본다.
1. 시카고 Riverwalk 강변 호텔
시카고에 방문한다면 숙소를 어디로 잡을 것인가 고민될 것이다. 첫 방문 때에는 매그니피센트 거리 한복판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다. 매그니피센트 거리도 분위기와 치안, 관광지 접근성 등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방문에는 전혀 다른 뷰를 보고 싶어서 시카고 리버워크에 있는 가성비 호텔을 예약했다. 시카고 건축물 보트 투어를 하면 필연적으로 지나가는 유명한 건축물들을 창가 뷰로 원 없이 볼 수 있다. 한 시도 시카고에 있음을 망각할 수 없는 뷰다. 호텔에 체크인 한 시각은 4시 반 정도였는데도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서 건물에서 나오는 빛들이 위 사진처럼 빛나고 있었다.
여러 날을 묵을 예정이라면 전혀 다른 두 장소를 모두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해가 완전히 넘어간 후 창문에 코를 바짝 붙여 바라본 강변 뷰다. 시골 타운에 살다 보니 도시의 야경이 그렇게 또 눈에 들어온다. 남편이 언제부터 빌딩과 건물들을 그렇게 좋아했냐며 의아해했다 - 코쓱 머쓱. 모태 촌사람인 양 행동했나 보다. 시골에서 매일 다람쥐와 사슴을 벗 삼아 지내다 보니 서울에서 보낸 계란 한 판의 시간이 다소 아득해져 가기도 한다. 모쪼록 지난번과 다르게 강변에 있는 호텔에 투숙하는 것도 제법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낯선 곳에 오면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하여, 첫날밤 잠을 잘 못 잤다. 모두가 잠든 시각, 멍하니 호텔 카우치에 앉아 한참 밖을 내다보았다. 세상이 참으로 넓고도 큰데, 내가 아는 세상은 좁고 작다. 이런 도시에 사는 삶은 또 어떨까?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 어떤 사람들과 관계 맺게 될까? 일을 하면 어떤 내담자들을 만나게 될까? 저 고층 아파트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거침없이 겁 없이 전부 탐험해 보고 싶다. 동시에 새로운 세상은 언제나 두렵고, 낯설다. 참 호기심과 야망, 겁이 동시에 많아 늘 불안한 모순쟁이다. 요약하자면 속 시끄러운 사람이라는 말이다.
덕분에 시카고 야경을 원 없이 눈에 담았던, 시끄럽고도 고요한 밤이었다.
2. 시카고 극장
시카고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시카고 극장 네온사인이다. 첫 번째 방문 때는 강북에만 있느라고 들르지 못해 못내 아쉬웠는데 다시 와서 보니 만족스럽다. 낮에도 와봤지만, 밤에 네온 사인이 들어오면 비로소 진가가 드러나는 시카고 극장이다. 1921년부터 이 자리를 줄곧 지켜왔다고 하며, 오늘날까지도 여러 장르의 극을 꾸준히 제공 중이다. 또 관광객들에게는 시카고에 존재하고 있음을 컨펌 해주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사람이든 건물이든 한자리에 오래 버텨온 존재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3. 메이시스 백화점, 월넛 룸(Walnut Room, Macy's)
지난 포스팅 Thanksgiving Parade로도 여러 번 언급되었던 Macy's 백화점이다. 낮에 퍼레이드를 할 때에도 정말 화려하게 꾸며놨다고 생각했는데, 밤에 와서 보니 낮과는 또 다른 바이브다. 시카고 극장의 네온사인과 마찬가지로 밤에 한층 더 아름답다. 시카고의 겨울은 춥고 흐린 대신 해가 빨리 져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이른 시각부터 더 많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빌딩 숲의 야경에 크리스마스 오너먼트까지 더해져 맥시멀리스트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백화점 7층에 Walnut Room이라는 홀에 크리스마스 특별 기획이 진행 중이었다. 실내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들을 빼곡히 채워두고, 사전예약제로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 줄이 말도 못 하게 길어서 밖에서 사진만 남기고 나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습하고, 덥고 다소 아비규환의 인상이 있었다. 딱히 월넛 룸(위 첫 번째 붉은 조명의 사진)이 그렇게 아름답거나 한 것도 아닌데 무엇에 그렇게 열광해서 줄을 서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그 주변에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 오너먼트와 트리를 파는 섹션이 훨씬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위에서 두 번째, 세 번째 사진이 그것들이다. 이상한 붉은 조명도 없고 말이다. 미국 감성 이해 못 하는 1인이다.
4. 시카고 리버워크(River Walk)
강이 도심을 가로지르면 그 주변이 번화하는 것은 국룰인가보다. 한강도 그렇고, 센 강도 그러하며, 시카고 강 역시 그러하다. 겨울이라 비교적 한산하고 테라스 자리도 철수해있었지만, 강 따라 야경을 보며 조용히 걷기 좋다. 저녁을 든든히 먹고 배도 꺼뜨릴 겸 아무 생각 없이 강을 따라 걸으면 그만이다. 호화스러운 야경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남기기도 좋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달리는 사람들도 많고, 피크닉도 많이들 하고, 레스토랑들이 테라스 석도 완비하여 더 북적이고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겨울이라 그런 바이브는 확실히 없어 아쉽다. 이들도 한여름 밤 열대야를 달래며 한강에서 치맥을 하는 그런 느낌을 즐기는 것일까? 도시 사람들 여유는 강이 다 책임 지나보다.
안 그래도 야경으로 유명하지만, 연말 시즌의 라이트가 더해져 화려하기 그지없는 시카고였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낯설고 큰 세상은 언제나 나의 작음과 겸손을 일깨워 준다. 한 번씩 삶의 안전지대 밖으로 나아가 볼 때면, 새로운 생각을 가져오곤 한다. 매너리즘을 타파하는데 여행만 한 게 없다. 그래서 굳이 피곤함과 지갑의 가벼워짐을 무릅쓰고 이토록 열심히 연휴마다 이곳저곳을 쏘다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