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gie Woogie Jan 26. 2021

조 바이든 취임식의 뮤지션들

그들의 크고 작았던 목소리들


2021년 1월 20일,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조 바이든과 카말라 해리스가 각각 미 대통령과 부통령이 되기 전, 선서를 낭독했지만 이전의 취임식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4년간 미국을 이끌 대통령과 부통령을 환영할 군중이 있어야 할 광장은 텅 비어 있고, 그나마 참석한 인사들은 마스크를 쓰고 띄엄띄엄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새삼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느낄 수 있었다. 

축시를 낭송한 아만다 고먼. 영부인 질 바이든이 그녀에게 "노란 코트가 인상적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다시 노란 코트를 입고 취임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코로나로 인해 축소되거나 취소된 것은 아니었다. 시 낭독과 축하 공연은 이전과 같이 정상 진행되었다. 시 낭독에는 아만다 고먼이  자작시 "The Hill We Climb"을 낭독했다. 내용은 통합에 대한 희망과 염원을 담고 있다고 한다. 마이크 앞에 선 아만다 고먼에게 눈이 쏠린 이유는 새로운 영부인이 인상 깊었다 말한 시인의 노란 코트 때문은 아니고, 그녀의 이례적인 앳된 얼굴 때문일 것이다. 아만다 고먼은 22살의 흑인 여성 시인이다. 케네디의 취임식에서 "가지 않은 길"로 유명한 로버트 프로스트가 자신의 시를 낭송한 이후로 많은 시인들이 연단에 섰지만, 아만다 고먼이 역대 최연소라고 한다.  그 이외에도 그녀의 인종이나 성별 등의 정체성이 던지는 함의는 축시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 시인 말고도 뮤지션들도 각자의 메시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섰다. 그중에는 명시적인 메시지들도 많지만,  그만큼 암시적인 메시지들도 많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포스트를 작성하기로 결심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당시, 트럼프의 인수 위원회는 취임식에 엘튼 존이 공연을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다. 그러나 실제로 무대에 오른 뮤지션들은 토니 올란도, 3 도어스 다운, 토비 키스, 그리고 <America's got talent>에서 준우승을 한 무명 가수였다. 뮤지션들을 인지도에 따라 급을 나눠서는 안되겠지만, 미국회의사당 앞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엘튼 존을 상상한 사람들은 이들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임자였던 버락 오바마의 취임식의 경우엔 미국 대중음악의 대모인 아레사 프랭클린과 세계적인 스타 비욘세가 노래를 불렀으니 말이다. 그런 시점에서, 조 바이든의 경우에는 가수 선정에서도 버락 오바마의 기조를 여실히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언론들이 놀라웠다 치켜세울 정도로 실력과 인지도를 겸비한 가수들을 초청했기 때문이다.

레이디 가가의 복장, 거대한 브로치가 눈에 띈다.

미국의 국가를 부르는 영광은 레이디 가가에게 돌아갔다. 레이디 가가는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Star-spangled Banner를 불렀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의 한 장면이라 착각할 정도로 멋진 무대를 보여준 그녀 역시 특정 메시지를 가지고 무대에 올라왔다. 국가를 부르도록 초청된 만큼, 선곡이나 개사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으니, 복장에서 승부를 본 듯하다. 시선을 빼앗는 거대한 드레스부터, 가슴에 단 거대한 황금색 브로치는 마치 영화 속 인물이 스크린에서 걸어 나온 듯하다. 특히 헝거 게임 시리즈의 인물 중 하나 말이다. 레이디 가가의 황금색 브로치는 월계관을 문 비둘기지만 헝거 게임의 여주인공의 '모킹제이' 브로치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영화에서 모킹제이는 독재에 항거하는 상징임을 생각해 본다면, 최근 있었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점거나 트럼프 정권을 비판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제니퍼 로페즈의 순백의 색깔은 Suffragette White라 불리는 패션의 재해석으로 보인다.

레이디 가가의 뒤를 이어서, 제니퍼 로페즈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니퍼 로페즈의 등장 자체가 트럼프 정권에서 고초를 겪었던 히스패닉계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텐데, 그녀는 스페인어로 "모두에게 정의를"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언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백색의 샤넬로 맞춰 입은 그녀의 패션에 주목을 했다. 그녀의 순백의 패션은 여성권과 관련이 있다. 여성참정권(Suffragette)을 주장했던 여성운동가들은 전신에 하얀색 옷을 입고 가두시위를 벌였었는데, 때문에 이와 같은 패션은 Suffragette White라고 불린다. 제니퍼 로페즈의 복장이 이들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우디 거스리는 미국 대중음악사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인물이다.

제니퍼 로페즈의 경우, 국가를 불러야 했던 레이디 가가와 달리 자신의 레퍼토리를 선택할 수 있었다. 자신의 곡을 부르는 대신, 그녀는 "America the Beautiful"과 "This Land is Your Land"라는 제목부터 애국적인 성향을 가진 노래를 선택했다. (자기 노래 가사 일부를 공연 도중 슬쩍 집어넣어서 놀림을 당하고 있긴 하지만...) 전자는 고음이 많아 부르기 힘든 미국의 국가, "Star-spangled Banner'를 대체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을 정도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다. 후자는 포크 음악의 전설 우디 거스리의 노래인데, 이 인물을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 우디 거스리는 자신의 기타에 "이 기계는 파시스트를 죽인다"("This Machine Kills Fascists")라고 적어 놓을 만큼, 파시즘과 보수 주의에 적대적인 좌파 민중 음악가였다. "This Land is Your Land"라는 곡 자체는 사회주의적 색채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받기도 했으며, 밥 딜런 등이 시위에서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디 거스리는 뮤지션들이 정치를 논해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 선구자인만큼, 제니퍼 로페즈는 이런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스 브룩스의 "Amazing Grace", 공화당원인 그가 민주당인 바이든과 해리스의 취임식에서 공연했다.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 뮤지션은 가스 브룩스이다. 컨트리 뮤지션인 가스 브룩스는 찬송가인 "Amazing Grace"를 불렀다. 해당 곡은 노예 매매업자인 존 뉴턴이 자신의 죄를 회개하면서 적은 곡으로 흑인 인권 운동과 큰 연관이 있다. 오바마 역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총기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해당 찬송가를 불렀을 정도로, 미국인들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 곡이다. 또한 가스 브룩스의 노래뿐만 아니라, 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져볼만하다. 브룩스는 본래 공화당원인데 민주당인 바이든과 해리스의 취임식을 축하하러 온 것이다. 최근 미국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국민들이 양분되어, 여러 크고 작은 갈등을 경험했다. 가스 브룩스의 공연은 새로 출범할 정부는 분열이 아니라 화합으로 나아갈 것임을 천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취임식에 직접 참석해 연단에서 공연을 마친 세 명의 뮤지션 이외에도 바이든과 해리스의 취임을 축하하는 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이 있었다. 원래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는 대통령 당선자와 그 배우자가 퍼레이드를 하며, 수천 명의 시민들을 만나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 행사는 "Parade Across America"라는 TV 방송으로 대체되었고,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뮤지션들(나일 로저스, 어스 윈드 & 파이어, 안드라 데이 등)이 자신들의 재능을 공유했다. 그리고 취임식 후에 있는 파티 역시 취소되고 "Celebrating America"라는 TV 생방송이 이를 대체했다. 저스틴 팀벌레이크, 존 레전드, 푸파이터스, 그리고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이 여러 취향과 여러 세대의 음악팬들을 아울러 만족시킬 라인업이 등장한다. 이들 역시 미국 국민들에게 희망과 화합이 되었던, 특정 세력에 대한 비판이 되었던 각자의 메시지를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이들 모두에 대해 세세히 다루지 않은 것은 이들의 공연이 중요하지 않아서는 아니니까, 이들의 공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것을 추천한다. 영상들은 미국의 방송사나 뮤지션들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