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복 시집 #129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길거리에 쓰러진 수많은 인파
당신은 그 좁은 공간에서도
거친 숨도 잊어버리며
낯선 이의 가슴을 두드리고
두 손으로 끌어당겨 허무한 죽음들을 막아내었다
그럼에도 목 핏줄이 터져라 외치며
터트리는 울음 속에서도
나는 고요한 책상 따위에나 앉아
오늘도 누군가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손을 뿌리치며
이 부질없는 자리에 살아남았을까
아무리 목숨의 무게가 가볍다한들
이것은 아니다
나는 알면서도 또 같은 울음으로
여전히 선명히 남아있는 눈물길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젊은 별들을 떠나보내야 비로소 깨달을까
황만복
백스물아홉번째 시
18.24m²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