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복 시집 #132
오래된 임대아파트 밖
어설프게 만든 산책길에
화분이 하나 버려져있다
화분 안에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담배꽁초와
수많은 사람들의 걸쭉한 DNA들이
서로 비스무리한 한숨으로 뒤섞여있다
그 흔해빠진 이름표 하나 없어서
화분이라고 부르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재떨이라고 정하기도 어렵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흉물이라며 한 마디씩 던지고 가지만
왜인지 나는 네가 마냥 선물같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사람들은 나무가 되고 싶다는데
그때가 온다면 나는 네가 되어야겠다
황만복
백서른두번째 시
버려진 화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