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Feb 29. 2024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듄: 파트 2>

*스포일러 없습니다.

2021년도 개봉영화 1위로 꼽았던 <듄>의 두 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개봉했다. 파트 1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전작에서 예고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원작 소설의 초반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 그대로 이어진다. 원작 소설 자체가 잘 나누어진 파트대로 진행되듯 영화 또한 그렇다. <듄: 파트 2>는 이제 진짜로 '듄'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말하자면 본편의 성격을 띠고 있다. 복수와 생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주인공 폴(티모시 샬라메)이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다지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듄: 파트 2>는 속편이 아닌 독단적인 작품으로 기능한다. 전편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프롤로그 성격의 이야기, 즉 '듄'의 세계를 이해하게 만드는 장치에 대해서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다. 이 거대한 전쟁을 아우르는 다양한 담론과, 전투씬, 그리고 주조연들의 갈등과 탄생, 퇴장이 주된 서사다.

<듄: 파트 2>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전편에서 보여준 장점을 고스란히 빌드업해 좀 더 커지고 확장된 느낌을 자아낸다. 인물들과의 관계와 작중 배경의 설명 자체에 집중했으나 여전히 아름답고 오묘했던 <듄: 파트 원>으로부터 이어져, 이제야 제대로 된 '이야기'와 '장면'이 시작되는 듯하다. 제국 간의 전투,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그 운명을 야망으로 치환하려는 여러 사람들의 다툼이 전작에 비해 훨씬 더 커진 스케일 속에 다뤄졌고, 이런 압도적인 풍광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황홀경이다. SF 장르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좋을만큼 가슴이 벅차오르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흐르는 디테일이 없는 영화를, 이를테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블록버스터 전투씬으로의 황홀감을, 얼마 만에 느껴보는 것인지 모른다. 한스 짐머의 사운드와 드니 빌뇌브가 줄곧 고수하던 <듄> 시리즈의 컨셉 아트가 <듄: 파트 2>에 이르러 폭발적으로 발화된 셈이다.

큰 스케일의 볼거리에 더해 전편보다 빠른 템포도 성공의 요인이자 <듄: 파트 2>를 웰미이드로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사막의 모든 지형을 효과적으로 쓰는 거대한 전투씬과 비교적 빠르게 흐르는 서사, 어긋나는 인물들의 감정과 더불어 원작에서 줄곧 중요한 화두였던 '단일 히어로'에 대한 비판과 한계, 믿음과 광신의 차이 같은 원초적인 담론들을 적극적으로 풀어낸다. 단지 이를 이미지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묘사가 아닌, 인물과 배경과 장면 외의 외부 효과(음향 등)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완벽하게 몰입될 수밖에 없는 안정적이고도 매력적인 연출을 자랑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듄: 파트 2>의 메인 빌런인 페이드 로타 하코넨, 오스틴 버틀러가 맡은 하코넨가의 새로운 후계자의 서사다. 어둡고 음습하며 공허한 하코넨 일가에 대한 묘사를 한층 더 깊게 파고들어 '하코넨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인물이 아닐 수 없는데, 그 막중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역할을 오스틴 버틀러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빌런으로 돋보이는 동시에 한 제국의 후계자이자 감정 따윈 없는 사이코패스의 캐릭터인데,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위치한 모든 캐릭터를 억누르고 군림할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하다. 오스틴 버틀러의 역작은 역시 <엘비스>라고 생각하지만(비교적 최근 영화이기도 하다), <듄: 파트 2>를 통해 새로운 방점을 찍었다고 해야 할까.

아이맥스 비주얼이 엄청나기에 1차 관람은 역시 아이맥스(레이저가 가능한 곳)가 좋을 테다. 사운드가 무척 중요하고 또 엄청나기에(당연하다, 한스 짐머가 모든 걸 쏟아부은 느낌이니까!) 2차 관람은 돌비시네마에서 할 계획이다. 아이맥스로 촬영된 부분이 많고 이를 담아낼 수 있는 극장은 한정적이라 흥행에는 다소 걸림돌이 되겠으나, 이런 압도적 장면들을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하는 것 또한 못할 짓(…)이니 여러 가지 딜레마가 존재한다.

참고로 <듄> 실사화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세 번째 이야기일 <듄: 파트 3>은 2027년 공개 예정이다. 드니 빌뇌브는 2024년 현재 한창 시나리오 작업 중임을 밝힌 바 있다. 무엇이 되든 파트 2의 템포와 같이 이어진다면, 이 서사의 마지막을 기대해볼 법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덩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