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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01. 2024

남인도 최대 축제 퐁갈(Pongal)

"왈-뚜깔 퐁갈!" (한 줌 타밀어- 왈 뚜깔: 축하해!)


남인도 최대 축제이자 타밀나두의 최대 축제인 '퐁갈(Pongal)'은 1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 동안 개최된다. '퐁갈'은 현지 발음으로는 '뽕갈'에 가까운데, 이 단어의 의미는 타밀어로 '끓어 넘치다, 혹은 끓어올라 넘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힌두교도들의 추수감사제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 기간에 곡물이나 과일 등을 추수하지는 않고, 남인도 기준 쾌청하고 쾌적한 날씨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이자 실제로 기념하는 새해 첫날의 행사이기 때문에 남인도를 필두로 전 인도에서 소소하게 즐기는 날이다. 타밀나두에서 가장 크고 성대하게 열리며 스리랑카 전역에서 또한 퐁갈 기간을 크게 축하하는 걸 볼 수 있다.


매년 축제일이 조금씩 바뀌는 다른 힌두 축제들과 달리, 퐁갈은 신년의 1월 14일 혹은 15일에 시작하는 것으로 정해져있고 이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니 이 시기 즈음 되면 퐁갈이 열리겠구나, 그리고 이때 남인도 여행이 최적기구나 정도로 알고 계시면 될 듯하다. 


요렇게 예쁜 단지에 과일과 곡물 등을 장식해 신께 바친다

퐁갈 기간에는 쌀과 우유 등으로 만든 전통 음식 '퐁갈'도 먹는데, 약간 오트밀이나 귀리죽 느낌이 나는 걸쭉하고 든든한 간식 혹은 식사가 되기도 한다. 퐁갈 기간에는 이들리와 비슷한 형식의 남인도 쌀 요리들이 많이 소비되고 주로 쌀을 베이스로 한 요리들을 만들어 먹는다. 약간 달달한 느낌의 쌀죽 같은 거라고 말하면 될까 모르겠는데...퐁갈을 먹어본 기억이 있는데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쌀과 우유, 그리고 사탕수수 같은 달달한 첨가물을 넣은 것이 퐁갈 요리의 기본이다.


퐁갈 기간에 특별히 상점 문을 닫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가족끼리 지내는 명절이다보니 작은 소상공인들은 상점을 닫고 축일을 보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시기에 여행자들은 길거리에서 평생 볼 퐁갈 냄비를 다 보실 수도 있는데(ㅎㅎㅎ) 토기의 종류를 막론하고 예쁘게 장식해서 신전에 모시거나 판매하거나 교환하는 등의 행사를 하기 때문. 아래 사진과 같은 오밀조밀 귀여운 냄비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퐁갈은 나흘 동안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보기-수리야-마투-카눔 등이다. 각각 자세한 뜻은 힌두교와 지역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첫째 날: 보기 퐁갈

'보기'는 타밀달의 마지막 날로, 이날 사람들은 대청소를 하거나 집 정리를 하는 등 집안의 낡고 오래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기운을 들이기 위해 준비한다. 퐁갈 첫날에 유독 화재가 많이 일어나는 까닭은 골목마다, 집마다 쓰레기를 모아서 태우기 때문이다. 커다란 잎을 지붕 등에 묶고 아이들에게 간식과 사탕 등을 제공한다.


둘째 날: 수리야 퐁갈

태양신 수리야에게 바쳐지는 날로, 타밀뿐만 아니라 이날만은 다양한 인도 내의 곳곳에서 수리야 축일로 지정해 축제를 즐긴다. 낡은 것은 다 버렸으니, 새 옷을 입고 선물을 교환하고 퐁갈 요리를 준비하고 나눈다. 퐁갈 축제 중에 가장 큰 축일로 신전을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이날에는 압사 사고 등을 유독 조심해야 한다. 퐁갈 요리는 가족끼리 바로 나누기도 하지만 대체로 신께 먼저 고하고 먹는 것이 수순이라 퐁갈을 들고 신전을 찾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셋째 날: 마투 퐁갈

'잘리카투'로 알려져있는 황소 싸움이 이날 열린다. 이 잘리카투는 최근 소를 학대하는 축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당국의 주목과 관리 속에 서서히 사라져가는 추세다. 아무튼, '마투'는 소를 의미하며 소가 생산하는 유제품과 소로 인해 움직일 수 있는 여러 물건들, 소로부터 나오는 비료 등 소를 기반으로 생성되는 모든 것들에 축하와 기도를 올리는 날이다. 이날은 소에게 퐁갈과 바나나 등을 먹이고 소를 일정 부분 장식하며 돌보는 등 '소'에게 각별한 관심과 경의가 더해진다. 소와 더불어 동물들 모두에게 두루두루 음식을 나누고 보살펴주는 날이기도 하다.


넷째 날: 카눔 퐁갈

마지막 퐁갈 축일이며, 서로 선물을 나누고 축하하는 마지막 날. 앞선 시끌벅적한 행사를 정리하는 느낌이라 여기저기 소소하게 진행되고 맺음된다. 



퐁갈 기간에는 토기 잔을 깨는 행사도 함께 하고 있어 여기저기서 쨍그랑 쨍쨍그랑그랑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운이 좋다면 카다비 경기 같은 것을 볼 수도 있을 테고, 곳곳에서 열리는 프리마켓 행사에서 득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시보다 깊숙하고 한적한 외딴 마을에 머물고 있다면 더더욱 값진 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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