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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un 17.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이번 주 추천작은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카이 캐슬>을 연출했던 조현탁 PD가 연출을 맡았으며 주로 로맨스 장르를 위주로 집필한 주화미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천우희 주연의 드라마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으며, 장기용, 고두심, 오만석, 수현, 박소이 등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다수 주조연을 맡았다. 국내에서는 티빙과 넷플릭스에 동시 스트리밍 중이다.


사기 범죄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다니는 도다해(천우희)는 어린 시절 큰 사고를 당한 이후 강한 트라우마를 안고 가짜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도다해는 어 느 날 우연히 대대로 서로 다른 초능력이 전수되는 집안인 '복씨 집안'의 가장인 복만흠(고두심)과 마주치게 되고, 남다른 클래스를 자랑하는 복씨 집안의 재산을 노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복씨 집안 사람들을 포섭하려 노력한다.


선공개된 포스터는 달달하고 온화한 로맨스가 펼져질 것만 같지만, 실체는 혼인 빙자 사기와 각종 범죄와의 연루로 시작하기에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다른 출발점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는 남자와 그런 남자의 과거 어딘가에 존재하는 뚜렷한 전환점인 여자 두 사람이 결국 합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골자를 이루고 있지만, 그 방식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기존의 한국 드라마 작법들과 꽤나 다른 행보를 보인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어딘가 결핍되어있고 이전의 사건에 사로잡혀있는, 말하자면 과거회귀형 인간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미래란 이미 정해진 것이며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미래'에 대한 묘사가 바로 복씨 가문의 초능력으로 발화된다. 정해진 톱니바퀴 속에 어떻게든 삐죽 튀어나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덮어버리는 어떤 미래, 그리고 그 미래 앞에서 또다시 노력하는 사람들의 '선한' 합이 결국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풍성하게 구성한다. 소재 자체가 신선하기도 하지만 이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부단히 판타지화하지 않고 아주 유려하게 극에 녹여서 배치하기에 매 회차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전개 자체도 시원시원하고 빌런의 빌드업도 꽤나 재미있으며 대부분의 회차에서 예상되는 클리셰들을 다음 회차 혹은 해당 회차에서 깨고 진행하기에 한국 드라마 내에서 꽤 독보적인 위치로 각인될 만한 아주 흥미로운 드라마다. 탄탄한 각본을 뒷받침하는 배우들의 케미는 당연지사. 특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라는 드라마 자체를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음향의 힘이 아주 큰데, 모나거나 튀어나오는 곳 없이 일정한 개연성과 당위성을 가지고 전개되는 유려한 연출을 아주 잘 받쳐준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음악 감독은 뮤지션 정재형이 맡았다고 한다. 대본을 받고 1년 넘는 시간 동안 매일 이 드라마를 생각하며 곡을 쓰고 작업했다고. 무수한 고민과 시도들이 그대로 드라마에 묻어나기 때문인지, 정말로 각종 주요 씬에 흐르는 음악과 OST까지 전부 메인 드라마의 또다른 번외 작품이라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


참고로 이 드라마의 동시간대 전작인 <하이드>는 준수한 마무리와 제법 신랄한 주제의식으로 주목받았는데, 종영 후 바로 이어서 하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또한 아주 재밌다. 조금 늦은 시간 방영이라 아쉽지만, 덕분에 요즘 JTBC드라마 볼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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