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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Aug 05. 2024

이번 주 디즈니플러스 추천작 - <더 베어> 시즌 3


디즈니플러스 존재의 이유이기도 한 <더 베어> 시즌 3가 지난 7월에 공개되었다. 시즌 1부터 매료되어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고, 성공적인 시즌 2 공개를 거쳐 세계관을 굳건하게 굳힌 <더 베어>의 새 이야기다. <더 베어>에 대해서는 이곳에서도 자주 소개했고 또 디즈니플러스 내에서 가장 의미있고 필수적인 요소의 시리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아래 링크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ekiria/400


<더 베어> 시즌 3은 <더 베어> 시리즈에 애정을 가지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다소 엇갈리는 평가를 받으며 시작했다. 시즌 1과 2로 이어지는 많은 이야기들은 <더 베어>라는 드라마가 가진 특유의 바쁨과 유쾌함, 어느 정도 선 이상을 달리며 해탈한 주인공들과 그들을 보듬는 따듯한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어 안았다. 하지만 <더 베어> 시즌 3는 지금까지 달려왔던 이 감정 그리고 상황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질주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긴장되고 짜증나며 울분이 터지고 슬픔이 몰려오는 수많은 비관적인 감정들이 이 드라마에 녹아있다. 이미 시즌 2의 엔딩을 통해, 다음 시즌의 큰 사건들은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풀리지 않을 것을 충분히 예상하긴 했으나 <더 베어>를 둘러싼 꽤 많은 인류애의 순환이 아주 냉소적으로 엉겨붙어 보는 내내(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긴장감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속을 긁는 드라마의 표본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더 베어> 시즌 3이라 명명될 것이 확실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여전히 그리고 당연하게도, <더 베어> 시즌 3의 장점이자 <더 베어>의 장점이기도 하다. 시즌 3의 단 두 가지 에피소드만에 이전과는 매우 다른 완전히 상반된 감정과 서사로 마지막까지 질주하는 서사와 연출이 특히 더 그렇다. <더 베어>의 주인공인 카미(제레미 앨런 화이트)가 가진 개인적인 고통과 고뇌, 파인다이닝의 쇠퇴와 맞물려 레스토랑 '더 베어'가 날아갈까봐 전전긍긍하는 삶과 주변의 압박, '더 베어' 아닌 다른 선택을 고민하는 다른 주인공인 시드니(아요 에데비리)의 불안이 시리즈 전체에 잠식되어 있다. 망하기 일보 직전인 식당을 다시 세우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럼에도 찾아오는 단골들을 붙들고 미슐랭을 받기 위해 함께 노력하던 순간들은 이제 개개인의 것이 되어 발화된다. 때문에 <더 베어> 시즌3은 다른 시즌보다 대화가 적다.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생각과 경험, 그리고 과거의 트라우마나 미래를 위한 기대들이 수많은 플래시백의 나열을 통해 서로 겹쳐지지 않도록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겨보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선 이만큼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불안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다. 이것이 <더 베어> 시즌 3의 가장 큰 매력이다.


<더 베어> 시즌 1은 마이클의 자살로 인해 파인다이닝 일을 그만두고 시카고로 돌아와 '비프'라는 구식 샌드위치 가게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카미의 이야기가 주였다. 시즌 2는 '비프'가 '더 베어'로 바뀌는 세세한 순간들을 그리며, 카미의 곁에 머물거나 카미를 떠날 생각을 하거나 혹은 그냥 '더 베어'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범벅되어 '더 베어'의 오픈 직전에 다다른다. 그리고 시즌 3에 이르러 오픈된 레스토랑 '더 베어'가 눈 앞에 있다.


<더 베어> 시즌 3은 말하자면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미슐랭을 받기 위해 막 오픈한 '더 베어'를 어떻게든 굴려보려 노력하는 카미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여전히 갇혀있다. 시드니는 '더 베어'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는다. '더 베어'의 후원자인 엉클 지미(올리버 플랫)는 '더 베어'에 쏟아 부은 돈을 채우기 위해 본질적인 고민을 한다. 클레어(몰리 고든)는 멀리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고, 나탈리(애비 엘리엇)은 출산의 순간이 다다랐을 때 자신이 가장 피하던 사람에게 위로를 얻는다. 이들의 좁혀지지 않고 합의되지 않는 각각의 관계가 <더 베어> 시즌 3을 이루는 핵심인데, 이 이야기들의 골자는 시즌 3의 후반부 에피소드에 배치되어있다. 또한, 거기서 <더 베어>는 너무나 당연스럽게도 다음 시즌을 예고한다. 끝날 것만 같았던 이야기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것이 곧 <더 베어>의 매력이다.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을 거란 생각을 했지만, 영리하게도 <더 베어>는 자신이 구축해둔 모든 것들을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쌓아간다. 놀라운 순간들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모든 에피소드가 다 좋지만, 아요 에데비리가 연출한 '티나(리자 콜론-자야스)'의 에피소드는 몹시 각별하다. 티나의 과거가 <더 베어>의 모든 시즌 내에 제대로 투영된 적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로지 티나만이 부각되는 이 에피소드, 특히 '비프'에 도착하기 이전의 티나를 이야기하는 이 에피소드 앞에서는 정말이지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여담으로 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윌 폴터가 이번 시즌에도 또 등장한다. 지난 시즌처럼 주된 서사의 일부를 가져가진 못했으나, 이미 이전 시즌을 통해 우리는 그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괜찮았다. 테리 세프 역의 올리비아 콜먼도 물론 더없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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