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인 <아빠와 딸의 춤>. 나탈리 래와 안젤라 패튼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로, 워싱턴 D.C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갱생 프로그램인 '딸과의 댄스파티'가 골자다. 이 프로그램은 교도소 수감자 중 5세에서 10대까지의 딸이 있는 아빠들을 대상으로 하며, 수년 동안 서로 만나지 못했거나 혹은 평생 아빠를 볼 수 없었던 딸과 아빠가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결과적으로 재범율을 낮추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하는데, 1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운영되며 재범율 방지를 95% 이상 이루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영화는 2024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인기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한국어 제목은 <아빠와 딸의 춤>이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 이 다큐멘터리의 방점은 '딸'에 찍혀있다. 때문에 번역된 제목이 아닌 원어 그대로의 제목인 'Daughters'에 주목해야만 한다. 다큐멘터리는 마지막에 이 다큐를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바친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 <아빠와 딸의 춤>은 범죄자로 복역 중인 아버지를 위한 것이 아닌, 범죄자를 '가족'으로 둔 채 살아가야 하는 나머지 가족들, 그중에서도 그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하는 '딸들'에게 있다. 어떤 이유에 있어서든지 중범죄를 저지르고 2, 30년 이상을 복역해야만 하는 아버지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은 주목되지 말아야 하며 주목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로 인해 다른 가족들이 상처를 받고 그 흉터를 안고 계속해서 살아나가야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아빠와 딸의 춤>은 사회가 어떤 식으로 범죄자들, 수감자들을 도태시키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안고 갈 것이냐에 대한 궁극적인 고민을 제공한다.
<아빠와 딸의 춤>은 아빠와의 댄스파티를 준비하는 딸들과, 딸과 만나기 위해 필수적으로 완료해야 하는 10주 간의 갱생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들을 교차편집해 보여준다. 서로 다른 감정과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딸과 아빠는 결국 댄스파티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아빠에 대한 복잡한 심정들, 특히 몇 년 동안 대화가 전무했던 아빠를 직접 대면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딸들의 방황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지며 결과적으로 바뀌고 변화하게 된 아버지들을 마주할 때, 감정의 증폭은 최고치를 찍는다. 잔잔하지만 결코 흘러보낼 수 없는 장면들의 연속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아빠와 딸의 춤>은 수감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대신 그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왜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제거한 채 시작한다. 수감자로의 일상을 강조하고 수감자 개개인의 서사를 드러내는 대신 딸의 시선으로 영화가 진행되며, 어떤 인간이건 이 딸들에게 그들은 '아버지'임이 분명하다는 관점을 고수하며 진행된다. 딸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관계와 장면들의 축적은, 실제로 '딸과의 댄스파티'에 돌입하고 댄스파티 이후에 크게 변화한 아버지들의 마음과 상황, 그리고 생각들과 차분히 오버랩된다. <아빠와 딸의 춤>은 삶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선한 영화인 동시에 잊지 못한 울림을 제공한다. 중요한 건 실제로 수많은 변화가 이후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