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만 일찍 일어나보자
직장인에게 평일 아침이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
나는 집과 직장이 가까운 행운아라서 걸어서 출근을 하지만 그래도 출근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영원히)
근데 요즘 아침을 기다리게 되는 루틴이 생겼다.
출근길 우리 동네에 있는 새로 생긴 카페에 가서 음악을 듣고 멍때리거나 책을 읽는 것,
단 10분 15분인데도 축 쳐져있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아침 8시의 카페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북적거리고 피곤한 출근길에 카페를 들릴 여유는 다들 별로 없어 보인다.
요즘 읽는 책도 생겼다. 책을 읽는 시간을 정해둔 것은 아니고 커피 앤 시가렛에서 그리고
출퇴근 할 때,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갈 때 주로 읽는다.
제목은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해
행복한 출근길이 오랜만이라서 즐겨 읽는 책과 즐겨 마시는 카페의 커피를 인스타그램에 올려보았다.
작가는 일본인인데, 나와 글쓰는 무드가 비슷하다고 (물론 내가 한참 아래이지만)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와 비슷한 것 같았다.
인상깊었던 구절은 많으나 한 문장만 추려보자면,
"내가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다 해도 그걸 낫게 해주는건,
나 자신도 의사도 아닌 함께 웃어주는 사람 뿐이다"
어제는 친한 언니와 이런 얘기를 나누었다.
"진짜 이상해 친구들 다 좋고 모두가 있지만 역시 연애상대 였던 사람과의 편안함이 상상초월이지 뭐야"
함께 웃어줬던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그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이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컸다는 것을 알았다.
더 깊어지기 전에 각설하고,
책을 읽으면서 내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카페 주인장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건 꽤나 재밌다. 물론 커피 앤 시가렛의 평일 아침 플레이리스트가 유독 내 취향이긴 하다.
유재하, 동물원, 검정치마, 언니네 이발관 .. 심지어는 내가 처음 들어보는 옛 가수들까지
들으면서 우중충하기도, 맑기도 한 매번 다른 아침들을 맞이하는 기분이 썩 좋다.
쿠폰에 도장이 하나씩 찍혀가는 것처럼 내가 읽는 책에도 인상깊은 페이지의 구절들에 도장이 하나씩 찍힌다.
음악을 들으며 멍을 때리거나,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보이는 후암동의 풍경이다.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다른 기분으로 이 모습을 맞이하면 기분이 색다르다.
마음가짐에 따라 세상이 다른 색으로 보이듯이.
에세이를 이렇게 빨리 읽은 적은 처음인데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해를 다 읽자마자 회사 점심시간에 교보문고로 향했다.
이 다음으로 읽고 싶었던 책을 샀다.
제목은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류시화
그렇게 요즘엔 류시화 작가님의 책에 빠져있다.
작가님의 글에도 좋은 문장들이 여럿 보인다.
"삶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경험은 우리 안의 불순물을 태워 버린다."
맞다, 백번 옳은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무척 피곤한 한 주를 보내고 금요일 오후반차를 쓴 채 동네 카페에 앉아있다.
이번주는 유독 피곤하다. 앉은지 몇 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 글만 쓰고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