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동러 운동공포증 극복기
누구나 두려움과 열망에 사로잡힌다. 때론 두려움과 열망하는 대상에게 집착하기도 한다. 특정 대상을 피하려고 하는 강박이 공포증(Phobia)이라면, 광기(mania)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강박이라고 할 수 있다. 결정장애, 고소공포증, 대인공포증, 사회공포증, 음식공포증(푸드 포비아) 등은 익숙한 공포증이다. 얼마 전 모바일에 익숙해져 전화 통화를 피하는 전화공포증(콜 포비아) 세대에게 전화 응대 교육을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공포증(포비아)만 붙이면 왠지 모든 두려움에 휩쓸리는 우리지만, 공포증과 광기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오랫동안 지닌 강박과 광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바로, 운동공포증(포비아) 극복기.
나에겐 물리적 운동에 병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운동공포증이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등학교 2학년 때 체육 실기 전교 꼴찌를 한 번 했을 정도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체육 시간에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남몰래 움츠러들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와 직장을 다닌 이후에는 저주받은 신체 운동지능을 감추기 위해 피구, 족구 등 체육 행사는 슬그머니 피했다. 주로 체육 행사를 준비하는 봉사를 자처했다. 운동은 피곤과 직결되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내 안의 두려움을 극복해보고 싶은 마음에 ‘나도 제대로 운동해야 하는데.’라며 스마트폰을 뒤적이다가 몇 가지 운동을 찾아낸다. 손을 꼽아 세어보니, 꽤 다양한 시도를 했다. 친한 동생과 겁 없이 마라톤 10km에 도전했다. 평소 전혀 운동하지 않았으니 처음 1km를 뛰다가 헉헉대는 심박수에 나머지 거리를 빨리 걷기로 마무리했다. 야심 차게 자전거 한 대를 얻어 출근길에 타보기로 했다. 평상복을 입고 한참을 달렸더니, 안장이 잘못되었는지 통증이 느껴졌고 며칠 다리를 절뚝거리다가, 결국 다시 지하철로 출근했다. 회사 앞 전신주에 붙은 트램펄린 운동 광고를 발견했다. 초등학교 앞 친구 몇몇 하늘 높이 뛰어오르는 ‘방방이’라고 불리는 트램펄린은 생각보다 쉬운 운동이 아니었다. 전신 균형을 잡느라 안간힘을 쓰면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어느 날은 햄버거를 먹고 트램펄린을 뛰다가 배를 부여잡고 이건 아니다 싶어 두 달 후 관두었다. 다음은 동료 몇 명과 킥복싱을 배우러 갔다. 가벼운 스텝을 위해 시작 전부터 줄넘기만 30분을 했더니, 섀도복싱을 할 때는 눈앞에서 별이 빙글빙글 보였다. 결국 하루짜리 강좌로 마무리했다.
같이 치킨을 먹자는 직원의 꼬드김에 스크린골프에 따라갔었고, 석 달 넘게 골프 연습장에서 ‘똑딱이’만 하다가 흥미를 잃고 그만두었다. 순환 운동 PT도 시작했다. “혹시 운동하실 때, 땀을 흘리나요? 그럼 그건 산책이에요.” 운동을 자주 하냐는 코치의 물음에 30분 정도 걷기를 한다고 하니, 땀이 나지 않으면 그건 산책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코치는 보란 듯이 땀이 줄줄 흐르는 운동을 시켰고, 짐볼, 스쾃, 데드리프트 한 시간을 쉬지 않고 운동한 후 집으로 돌아오면 기진맥진해서 입맛도 없었다. 다이어트에는 성공적이었으나, 운동에 흥미를 잃은 나는 3개월 후 그만두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몸의 명상을 요구하는 요가와 여러 종류의 기구를 이용해 코어를 강화하는 필라테스도 시작했다. 유일하게 필라테스만큼은 일주일에 한 번씩 무리하지 않고 2년 이상 쭉 해오고 있다.
지금껏 나의 운동공포증 극복기는 넘을 수 없는 대단한 벽인 ‘운동’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30분을 이상 땀을 흘려야 운동이지’, ‘힘들어도 무조건 해야지’ 하는 생각에 힘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쉽게 지치고 빠르게 포기했다. 우아하게 운동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예쁘다거나 아름답다는 것보다 더 좋은 표현은 우아하다는 것이다. 우아함을 위해서는 실력과 여유가 필요하다. 4개월째 일상에 조심스럽게 스며들어 꾸준히 하는 운동인 배드민턴, 우아하게 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