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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 Dante Nov 28. 2019

친구를 버려야 하는 순간

살다 보면 친구를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배신이 아니다. 인생을 바르게 사는 기술의 하나다. 내게 다가온 친구를 모두 수용하고 사는 인생은 과포화의 인생이고 허울뿐인 인생이기 쉽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을 내 인생의 시간 열차에 태우다 보면 나는 그 열차의 주인공이 아니라 승객으로 전락한다.


오늘 나는 친구 한 명을 버렸다. 마음속으로. 대놓고 그에게 그만 만나겠다고 차마 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내가 나서서 먼저 그에게 전화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그가 내게 전화해도 받되 만나지는 않을 것이며 대화는 그저 인사치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늘 나를 자기 일상의 소비 대상으로 생각하고 내게 수없이 부탁을 하고 그것을 당연시하며 친구라면 자신의 부탁을 늘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친구면 친구의 시간을 마음대로 가져다 써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이제까지 나는 그의 생각과 행동을 친구라면 으레 그럴 수 있다고 용인해 왔다. 하지만 오늘 이후는 아니다. 나는 더 이상 그 친구와 만남을 이어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솔직히 그러는 그를 가끔은 발로 차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그를 마음에서 차내 버렸다.


오늘처럼 친구를 정리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나 또한 어느 친구에게 정리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소리 없이 뜬금없이 알게 모르게 시나브로 엷어진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고 나 자신을 뒤돌아본다. 행여 나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하여.


늘 만나던 친구를 마음으로부터 차내고 나니 홀가분하고 한편 뭔가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인생의 법칙은 오묘해서 한 친구를 보내면 늘 세상의 어느 곳에서 한 친구가 나타나거나 내가 새 친구를 발견하였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 당연하다는 듯 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친구를 버리고 나니 새 세계가 펼쳐진다. 더이상 친구같지 않은 친구를 버리는 두려움에 져서 친구같지 않은 친구에게  갇혀 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사 얻으면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오고 버리면 얻는 순간이 온다. 친구도 다름 아니다.


나는 오늘 친구를 버려야 하는 순간을 지나왔고 새 친구를 기다리는 순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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