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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호진 Sep 29. 2020

수녀님이 보내주신 300만 원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채송화 수녀님 덕분에 행복해졌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모두 힘든 시기에

위기 청소년과 미혼모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키 작은 수녀님이 300만 원을 보내주셨습니다.     


명절이면 더 외롭고

명절이면 더 힘겨운

보육원 출신 등의 미혼모와

가난한 청소년 14명 그리고

장애인 등을 돌보는 공동체 2곳에

수녀님의 사랑을 나누어드렸습니다.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보육원 출신 미혼모에겐 30만 원!

소년원 출신 손주를 홀로 키웠을 뿐 아니라

그 손주가 낳은 증손주까지 돌보느라 허리가 휜

늙고 병든 원미동 할머니에겐 20만 원을 드렸습니다.     


한 번의 실수로 죄를 짓고 소년재판을 받으면서도 주경야독하는 소년, 가능하면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막노동하면서 생계를 잇는 소년, 절망스러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열아홉 소년에게 수녀님의 10만 원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감사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이제 일어났는데 돈이 들어와 있네요. 수녀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ㅠ (어게인 최승주) 대표님께도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요즘 일하느라 피곤해서 여유가 없었네요. 대학 원서 접수 기간인데 대표님 비롯한 여러 사람께서 큰 도움 주셔 충주에 있는 건국대 글로벌캠퍼스 넣었어요. 지방 4년제 대학이지만 붙는다면 너무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선한공동체의 무한사랑으로 인해 한 소년이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했습니다.  ⓒ임종진  

  

부모에 버림받은 아이들, 온갖 상처로 얼룩진 아이들을 무한 돌봄으로 책임지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을 고사(固辭)하는 <선한공동체>(대표 김명현 목사님)의 대안 가정 ‘샬롬 빌리지’에 50만 원! 중증 장애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돌봄 공동체 ‘쉴터’에 50만 원을 각각 나누어드렸습니다. 돈과 사랑을 나누어 드리는 수고가 이렇게도 행복하다는 것을 거듭 깨달았습니다.     


<선한공동체>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을 고사하는 이유에 대해 김명현 목사님은 "지원금을 받으면 성년이 된 아이들을 내보내야 하는 등 비인간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조건에 따라 돌보고 외면하는 것은 가족이 아닙니다. 선한공동체는 아이들을 무한책임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무한사랑과 무한책임으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과 장애 청소년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선한공동체>를 보면 아, 누가 이렇게 힘든 길을 갈 수 있을까. 헌신과 희생으로 가시밭길을 가는 <선한공동체>에 부끄러움으로 감사드립니다.      


▲위기 청소년과 미혼모와 선한공동체 청소년들이 ‘2019 어게인 송년의 밤’을 마친 뒤에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권산   

 

수녀님이 보내주신

300만 원은 욕망에 찌든

3억 원보다 3천만 원보다 큰돈!     


이렇게 큰돈을 형편에 따라

나누고 쪼개어서 드리다 보니

사고 싶었고,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은 아니겠지만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수녀님의

지극한 사랑을 생각하면 눈물 나려고 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더 쓸쓸하고 힘겨운

한가위가 될 뻔했는데

보름달보다 더 크고 더 밝은

수녀님의 사랑으로 인해 이렇게도 많은

아이들과 이웃이 행복한 한가위를 맞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런 사랑의 한가위라면

힘겹고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마음 기대어 살 것입니다.     


추신 - 코로나는 우리들의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고향에 가지 못하고, 온 가족이 함께 추석을 보내기 힘들지만 마음은 고향에 갈 수 있고, 마음은 모일 수 있고,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인정머리 없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모를 것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든 변형이 돼 나타날 어떠한 바이러스든 우리들의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디서든 함께 바라보는 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두리둥실 떠서 지천을 밝힐 것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우리 서로 행복한 한가위 보내요~^^    


코로나 19로 
위기에 처한 미혼모


2019년 2월 열린 미혼모 아기 '다솔'이 돌잔치 케이크. ⓒ 민경택

     

"연락이 늦었어용! 다솔(가명·2살)이 옷하고 신발, 마스크 손세정제 잘 받았어요ㅠㅠ 요새 코로나 때문에 너무 힘들고 말도 많고, 걱정도 많은데 감사합니다♡ 코로나 조심하세요 ㅠㅠ"    

 

지난 3월 말, 두 살 된 다솔(가명)이를 혼자 키우는 미숙((가명·24)이가 감사 겸 안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미숙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혼자 아기를 낳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다솔이를 어찌나 예쁘게 키우는지 모릅니다. 지난 설엔 커플 옷을 맞춰 입고 우리 집에 왔습니다. 다솔이가 잘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사랑 때문입니다. 미숙이가 보낸 문자에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힘겨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미숙이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다솔이를 키웁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 휴원이 장기화되면서 다솔이를 돌보느라 일을 못하게 됐고 수입이 뚝 끊기면서 위기에 처했습니다. 남편이 있는 가정에서도 한숨 소리가 들리는데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미혼모 가정은 얼마나 힘들까요. 미숙이는 문자로 "어린이집 휴원 때문에 일을 관둬서 걱정이에요 언제까지 이럴지ㅠㅠ"라면서 "항상 돈이 문제네요ㅠㅠ"라고 했습니다.     


다솔이 돌잔치 참석자 기념사진. ⓒ 민경택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고아처럼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미혼모에겐 

언제나 돈이 문제이지요     


돈이 떨어지면 쌀이 떨어지고

분유와 기저귀를 살 수 없어요

월세도 전기세도 낼 수 없어요   

  

돈이 없어 막막한 세상

돈 때문에 캄캄한 세상

기댈 이웃이 없는 세상     


열 달 품어 낳은 제 새끼를

버리고 싶어 버리는 엄마가

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을까요     


미혼모도 엄마인데

버려진 아픔을 아는데

찢긴 가슴으로 우는데     


(조호진 시인의 졸시 '그러니까요')   


2017년 후원자들이 마련해준 돌잔치에서 준이를 품에 안은 미혼모 숙희. ⓒ 임종진     


일곱 살과 
다섯 살짜리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숙희(가명·26)도 도움을 청하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보육원 출신인 미혼모 숙희는 벼랑 끝 인생이었습니다. 숙희는 편의점과 음식점 등지에서 알바로 일했지만 아이들 돌봄 문제 때문에 수시로 잘렸습니다. 일자리에서 잘리면 돈이 떨어지고, 그다음엔 분유가 떨어지고, 그 그다음엔 쌀이 떨어졌고, 그 그 그다음엔 무엇이 떨어졌을까요.     


숙희가 두 아이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후원자의 도움 때문입니다. 선한 이웃의 도움이 없었다면 숙희네 전기는 끊겼을 것이고, 급성폐렴에 걸린 준이는 병원에 입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준이가 청진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선한 이웃들이 돌잔치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숙희가 보육교사를 꿈꾼 것은 안정된 직업이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평생 알바로 살면서 아이를 키울 순 없으니까요.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대표 최승주)은 숙희의 꿈을 위해 특별기금을 조성, 2년 동안 지원했고 숙희는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보조교사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는 올해 봄부터 정식 보육교사로 일할 예정이었습니다.     


지난 설에 두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온 숙희는 좋은 보육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냥 보육교사가 아니라 엄마 같은 보육교사가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어린이집 개원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핏덩이를 버리고 간 엄마와 
어린 딸을 신용불량자로 만든 아빠와 
두 아이를 버리고 간 보육원 출신 남편    

 

숙희에게 아픈 옛일은 잊으라고 했습니다. 이젠 행복한 엄마, 좋은 보육교사로 살기를 빌며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돌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어린이집 개원이 늦추어지면서 숙희는 보육교사로 일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두 아이를 돌보느라 알바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내를 큰엄마라고 부르는 숙희는 "큰엄마, 너무 힘들어요. 어떡하면 좋아요ㅠㅠ"라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나고 사랑은 계속될 것입니다. ⓒ 임종진 

    

아내는 두 미혼모에게
긴급 생활비를 지원했습니다.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도울까? 무엇으로 도울까? 언제 도울까? 시시콜콜 따져선 안 됩니다. 긴급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리는 것입니다. 미숙이와 숙희에게 긴급 생활비를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두 미혼모가 쌓아온 신뢰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숙희와의 관계는 벌써 5년째이고 미숙이는 1년째입니다. 도와달라고 해서 다 도와주지 않았기에 두 미혼모는 무조건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현금 지원에 매우 엄격합니다. 분유와 기저귀 등의 물품은 미혼모가 신뢰를 쌓든 못 쌓든 지원합니다. 반면 돈은 잘 주지 않습니다. 현금 지원의 위험성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현금은 독이 든 사과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미혼모와 위기청소년들이 능숙한 거짓말로 긴박한 상황을 연출하고 그 상황에 속아 도와주었더니 그 돈으로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현금 지원을 심사숙고하게 됐습니다.     


긴급 생활비를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채송화 수녀님 덕분입니다. 


수녀님이 보내주신 후원금 덕분에 두 미혼모뿐 아니라 여럿의 위기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인으로 일하시는 수녀님은 지난 5년 동안 위기청소년과 미혼모를 묵묵히 후원하셨습니다. 내 돈이 아닌 것처럼 후원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수녀님의 이름을 밝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채송화 수녀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수녀님은 채송화처럼 작고 고운 분입니다.     


내 돈이 어떤 돈인데

악착같이 붙잡은 돈

슬픈 이웃을 보고서도

외면하는 돈독 오른 돈     


그 돈이 고아를 버리고

그 돈이 과부를 울리고

나그네를 서럽게 하노니


그러므로 너의 돈이

어찌하여 너희 돈인가

수고하고 땀 흘렸을지라도

그 돈은 하늘이 잠시 맡긴 돈


하늘의 뜻에 따라 

어서 돈을 돌려드려라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울린

돈의 죄를 씻으며 눈물밥 나누라

 

(조호진 시인의 졸시 '돈으로 인하여')     


서울성모병원 홈페이지 사진 캡처. ⓒ가톨릭 중앙의료원     


두 미혼모는 수녀님의 사랑에 힘입어 코로나 위기를 헤쳐나갈 것입니다. 그렇게 큰돈이 아니어서 미혼모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지만 희망의 마중물은 될 것입니다. 험한 세상을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어린 미혼모 미숙아, 숙희야 사는 대로 살면 좋은 날이 결코 오지 않는다. 눈물에 피눈물을 머금으며 살리라, 반드시 잘 살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좌절과 절망의 무르팍 곧추 세우며 일어서야 좋은 날 온다.


채송화 수녀님은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던 지난 3월 대구에 내려가 자원봉사를 하셨습니다. 위기 청소년과 미혼모에게 미친 수녀님의 사랑이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환자에게 어찌 닿지 않겠습니까. 수많은 종교인들이 세상을 혼탁하게 하지만 수녀님처럼 가없는 사랑을 나누어주시는 수도자로 인해 우린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채송화 수녀님처럼 이름도 자랑도 감춘 채 헌신하는 코로나 수호천사들로 인해 소망을 갖습니다. 변종 바이러스들은 인간을 계속 공격하겠지만 인간애를 무너뜨릴 순 없을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과연 언제쯤 끝날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극복될 것을 믿습니다. 인류는 흑사병 창궐 등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희생이 적지 않았지만 끝내 극복한 것처럼 코로나 사태 또한 종식될 것입니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의학과 과학의 힘이 크지만 끝내 승리를 견인할 핵심은 자신을 내어준 인간애(人間愛)라는 사실을 믿으면서 코로나 천사와 전사들에게 나의 졸시를 바칩니다. 틀림없이 아이들은 태어나고 일상은 곧 회복될 것입니다.      


코로나여,

너는 누구를 위해

왕관을 썼느냐 벗어라

너는 왕이 아니다 벗어라     


너는 왔고 또다시 와서

죽음의 공포를 조성하면서

지옥의 땅으로 만들려 하지만     

이웃 간의 벽을 더 쌓게 하면서

서로 미워하고 고립시키려 하지만

너는 결코 인간의 왕이 되진 못하리라     


냄새도 없고 실체도 없이

사람이 사람을 전염시키는

극도로 위험하고 불안한 세상에서     

나 자신이 살아야 내가 사는 게 아니라

이웃들과 함께 살아야 끝끝내 사는 것을

우리들은 보았노라, 선한 이웃들로 인해

목숨 건 코로나 천사들의 헌신으로 인해     


우리는 끝내 쓰리라

땅에는 승전가를 쓰고

머리엔 왕관을 쓰리라

우린 끝끝내 승리하리라     


코로나 19, 왕이 될 수 없는 병균이여

너는 인류를 파멸시키려고 창궐했지만

우리들은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에서도

서로 사랑하노라, 인간애의 꽃을 피우노라

아이들은 태어나고 봄은 또다시 오시리라    

 

(조호진 시인의 졸시 '우리가 쓰리라' )     


콘크리스 틈새에서도 생명이 자랍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틈새가 필요합니다. ⓒ어게인    

 

※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는 위기 청소년과 어린 미혼모의 사연을 담은 편지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돕는 따뜻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편지입니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에서 '소년희망배달부'로 활동 중인 조호진 시인은 스토리 펀딩을 통해 기금을 조성, 2016년에는 경기도 부천에 <소년희망공장>을 만들었고 2018년에는 부천역 뒷골목에 <소년희망센터>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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