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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Oct 29. 2018

_좋은 면에 관하여

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다?

원단을 선택하는 과정은 의류업체가 환경을 위해 가장 먼저 변화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선택지 아닐까 싶다. 생산 설비나 화학구성, 특수한 기술이 없어도 누군가 선의를 가지고 만든 원단을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니까. object module이 첫 번째로 살펴보고 대안을 찾고자 한 원단은 바로 면이었다. 으례 면은 좋은 섬유, 화학섬유는 나쁜 것이라는 생각으로 원단을 대해 왔다. 입었을 때 땀 흡수가 잘 되어야 몸에 좋은 원단이다, 면이 그렇다는 식. 언제부터인가 상점을 다니다보면 '유기농 면'이라고 이름붙은 제품을 볼 수 있었는데 별 관심없이 '아아, 엄마의 극성으로 비싼 배냇옷 구입하는가 보다'고 넘긴 적이 수 번.


원단과 환경에 관해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의외로 접한 사실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일반 면이 환경에 굉장히 유해하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일반 면의 재배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고, 우리가 면을 선호하여 소비를 늘릴수록 그 오염의 크기는 급격히 증가한다. 그렇다면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일반 면 말고 또 무슨 다른 면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종래의 일반 면과 비교하여 사회적, 환경적 기준에 비추어 보다 바람직하다고 일컬어지는 면의 종류에는 크게 다음의 네 가지가 있다. *1) 각각은 면화의 재배 방식 또는 가공 공정을 포괄하여 농가와 공장이 준수해야 할 환경적, 사회적 기준을 마련해 두고 인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유해성을 관리, 보장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소개하는 순서는 object module이 생각하기에 그 규제의 범위와 강도가 좀 더 약한 것에서 강한 것의 순으로, 또 해당 표준의 공신력 및 쓸모가 작은 것에서 큰 것의 순으로 나열하였다.



대체 면


BCI(Better Cotton Initiative, 더나은 면 이니셔티브) 

: 지속가능 면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 WWF(World Wide Fund for Nature, 세계자연기금)과 다수의 패션 브랜드가 공동 설립한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이다. 2020년까지 세계 면 생산량의 30%를 지속가능 면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BCI 표준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조작)면의 재배를 금지하지 않으며, 금지 농약의 종류도 제한적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BCI 면이 재배되는 지역인 브라질과 파키스탄에서 BCI 인증에 부여하는 프리미엄이 딱히 없다는 게 함정.


CmiA (Cotton made in Africa, 아프리카 재배 면)

: 사하라 사막 이남쪽 아프리카의 소규모 면 재배 농가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2005년에 설립되었다. 수확량을 증가시키고 면화의 품질을 개선하며, 동시에 농부들의 건강과 주변 환경을 보호하는 특수 농법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검증된 CmiA나 CmiA 유기농 표준은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만 한정되며, 요구사항으로는 관개시설이 없는 천수답식(농사에 필요한 물을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 농경, 1차 산림의 벌채 금지, 아동 노동 금지 등의 엄격한 노동법, 엄격한 농약 사용 규칙 및 유전자 조작 종자 사용 배재 등이 포함된다.

 

공정무역 

: 공정무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소규모 면 농가의 조면공장 및 무역업체와의 협상을 돕고 지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농장-소유 조직을 강화하도록 돕고 있다. 공정무역은 지속가능한 면 생산을 권장하는 한편, 공정무역 프리미엄 가격을 보장하고 목화에 대해 공정무역 프리미엄을 부가함으로써 농가에 경제적 수익을 제공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전세계적으로 공정거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소규모 면 농가는 9천만에 달하며, 공정무역은 현재 55000 면 농가와 함께 하고 있다.

 

유기농 면 

: 유기농 면은 재배 과정에서 합성 농약, 비료, 유전자 조작 종자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농장과 환경을 장려한다. 뿐만 아니라 농부들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찾도록 돕고 있다. 세계 유기농 직물 표준(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GOTS)과 같은 민간 표준은 이에서 더 나아가 제조 화학물을 금지하고 직물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높은 수준의 사회적 기준을 요구한다.




유기농 면


파타고니아 브랜드에 따르면 미국 내 농업 면적의 1%를 차지하는 목화의 재배 과정에 농업 전체가 사용하는 합성 비료, 토양 첨가제, 고엽제 등을 포함한 화학물질의 10%(31300톤)가 사용된다고 한다.*2) 이와 달리 유기농법은 다양한 작물의 윤작 방식, 유기물 퇴비화 방식, 땅을 뒤집어 엎는 방식, 동결 건조를 통한 자연 수확 방식 등을 사용함으로써 화학물질로 인한 토양과 물의 오염을 방지한다. 이 같은 방식은 토양의 유실 또한 방지하여 목화 재배에 소요되는 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아래 그림*3)을 보면 일반 면을 사용했을 때(위의 오렌지 막대)와 유기농 면을 사용했을 때(아래 녹색 막대) 물의 사용양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왼쪽의 막대는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물의 양 비교이고, 오른쪽은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물의 양 비교이다. 얼핏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유기농 면은 2014/2015년 기준 연간 면 생산의 0.4%수준에 그쳤다. 토양의 질이나 제품의 질, 생물 다양성의 보존 측면 등에서 유기농법이 훨씬 유리하지만 한 번의 수확을 위해 필요한 시간, 기술, 지식과 비용이 큰 단점이 있다. 따라서 많은 저소득 농가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종래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려면 공정무역을 통해 유기농 면에 대해 제 값을 지불하고 소비자 개개인이 옷에 대한 과소비를 줄여 과다한 면의 소비를 중단해야 한다. 씁쓸한 이야기이지만, fast fashion의 부상 이면에는 저가에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소비자의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업 모델이 있다. 언뜻 소비자에게 좋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섬유를 얻는 과정에서부터 생산, 유통 과정에 이르기까지 제품 가격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이는 부분들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의류 업체들 스스로 새로운 철학 기반 위에 새로운 가격 모델, 그리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세울 필요가 있다.



숫자들 - 유기농 면과 환경


면 재배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하고 개선책의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면화의 생애 주기를 이해해야 한다. 아래 그림은 Textile Exchange가 유기농 면화 재배 방식과 종래의 면 재배 방식을 비교하기 위해 정의내린 면화의 생애 주기를 참고하였다.*4). 중앙의 파이프라인은 면화 재배를 위한 토양의 준비부터 면화를 재배, 수확하여 섬유로 배출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파이프라인의 위쪽은 각 과정에 소요되는 input 요소를, 파이프라인 아래쪽에는 면화 재배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표시해 두었다. 사실상 면 섬유를 이용해 의류 제품을 생산하기까지는 방직(spinning and weaving), 염색, 재단 등의 과정이 추가되지만 이는 유기농 면 제품과 일반 면 제품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하고 고려 범위에서 제외하였다.


System boundaries considered *4)


Textile Exchange는 위의 과정을 토대로 유기농 면과 일반 면 재배의 각 과정에서 사용되고 배출되는 물질의 양을 추산하여 비교하는 작업을 매년 수행하고 있다. 2017년 레포트에 따르면 *3) 유기농법을 사용하여 면을 재배할 경우 일반 면에 비해 다음과 같은 환경적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선 연료 사용으로 인한 배기가스 등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의한 지구온난화 정도를 46% 감소시킬 수 있다. 화학 비료나 농약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토양과 물의 산성화를 70% 줄일 수 있다. 일반 면 재배 과정에서 인이나 질소를 함유한 토사가 유출되면 두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선 하천에 흘러든 오염된 물을 양분으로 플랑크톤이 번식해 수질을 오염시키고 하천 주변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부영양화가 일어난다. 다음으로 토사유출은 목화 재배시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머금을 토양을 부족하게 해 물 사용량을 증가시킨다. 유기농 면 재배를 통해 이 같은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정도는 부영양화 26% 감소, 물 소비량 91% 감소 등이다. 앞서 살펴봣던 티셔츠와 청바지의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이 유기농 면과 일반 면의 경우 크게 차이났던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이상의 여러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사용량 역시 62% 정도 감축된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조작(GMO) 씨앗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나 독성 물질의 폐해도 줄일 수 있다.




유기농 면의 사용


이상과 같은 내용을 검토하면서 object module은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면은 가급적 유기농 면을 사용하기로 전략 방안을 세웠다. 유기농 면을 사용하는 데에는 당장에 작은 허들이 많이 등장한다. 우선 유기농 면을 생산, 판매하는 원단 생산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국내에서는 유아용품을 위한 원단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어 수량이 적거나 원단의 디자인에 한계가 있다. 해외의 경우에도 유기농 면의 생산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양질의 원단 공급자는 손에 꼽힌다. 어렵게 생산자를 찾는다 해도 선택할 수 있는 원단의 종류가 일반 면에 비할 수 없이 적고 수입 절차도 복잡하고 시일이 많이 걸린다. 무엇보다 큰 장애물은 원단의 가격이다. 일반 면의 최소한 두 배에서 세 배 이상 가격이 비싸면서 눈에 뜨이는 질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류 업체 입장에서는 선뜻 선택을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비용을 치르는 대가로 얻는 이득에는 당장 손에 쥐는 원단, 혹은 옷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인지해야 한다. 우리가 치르는 비용은 환경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 포함되었느냐, 포함되지 않았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앞서 저가의 제품을 제공하는 fast fashion을 대체하는 새로운 사업 철학이 필요하다고 한 이유이다. 유기농 면을 사용하는 데에 따르는 어려움은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대안과 혁신을 이루어 해결해야 할 것이다. 시장의 분위기와 사용자의 요구 사항에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 object module 역시 이 같은 어려움을 견뎌내기 위해 여러 사업 모델을 고안하고 시험하며 문제에 맞서 나갈 것이다. 어려운 문제이지만 해결할 가치가 있고, 해결해야 하고, 또 방법을 찾았을 때 그만큼의 보상이 있으리라.




참조 자료)

*1) Fashion at the cross roads, A review of initiative to slow and close the loop in the fashion industry. Greenpeace. 2017 Sep.

*2) Patagonia Korea > 원단 & 기술 > 유기농 목화. http://www.patagonia.co.kr/shop/inside/article.php?sno=43

*3) Quick guide to organic cotton. Textile Exchange. 2017 Jun.

*4) The life cycle assessment of organic cotton fiber - A global average summary of findings. Textile Exchange. 2014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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