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직선의 도로를 질주하는 자유로움

by 레이크킴 Lake Kim


시내에서 조금만 걸어가니 부석사와 소수서원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영주여객이 나왔다. 영주여객은 생각보다 당황스러운 자태로 덩그라니 있었다. 절대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규모나 깔끔함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여객터미널 앞에 난 입구처럼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면 바리바리 짐을 꾸려서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득 앉아 계셨다. 눈치를 봐가며 엉덩이 하나쯤 들어갈 만한 자리를 탐색했다. 그분들은 어리둥절해 하는 젊은이에게 먼저 자리를 내줄 생각이 전혀 없는 듯이 보였다. 그 엄한 표정들 사이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굳게 먹는 수밖에 없다. 나는 결국 자리 하나를 차지해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종종 자리를 찾으러 들어 왔다가 포기하고 나가는 또래 젊은이들을 승리와 연민 그리고 응원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다가와 자리에서 일어나 부석사로 가는 27번 버스 근처로 갔다. 조금 전에 휴게실에 들어왔다가 아무 소득 없이 나갔던 젊은이들도 버스 주변을 서성였다. 우리는 서로를 의식하고 있지만 거리를 유지했다. 한편으로는 이 낯선 공간에서 관광객의 소품을 꾸려넣은 배낭을 멘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다 됐는데도 누구도 먼저 올라타지 않고 있었다. 내가 버스 기사님에게 “타도 돼요?” 하고 묻자 그 억양을 들은 옆에 있던 다른 버스 기사님이 “이 버스 서울 가요?” 하고 장난을 치셨다. 허허 난 대전 사람인데. 내 출신은 비밀로 하고 27번 버스에 올라타 소수서원-부석사로 향했다. 가다보니 이 버스, 아까 들렀던 영주 시내에 있는 버스정류장에도 선다. 나는 왜 영주여객까지 걸어왔단 말인가...






버스를 타고 풍기인삼시장도 지나고 그 너머의 꼬불꼬불한 길까지 지나니 이렇게 뻥 뚫린 도로가 나왔다. 마치 비행기 활주로처럼 매근하게 닦인 도로를 지금 막 이륙하려는 비행기처럼 빠르게 달렸다. 차창 밖으로 가을의 색을 띠기 시작한 논과 밭이 연달아 나타났다. 경계선이 보이지 않는 똑같은 풍경이었지만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면/리의 정거장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대여섯번 흘러나왔다. 그러나 아무도 타지도 내리지도 않았고, 버스기사님은 미리 예상했다는 듯 속도를 높였다. 그 속도는 빨리 정해진 코스를 돌고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욕망이었을까, 어떤 방해물도 없는 직선의 도로를 질주하는 자유로움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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