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크킴 Lake Kim Dec 31. 2021

동화 // 떡국나이 500살

떡국 1그릇을 맛있게 먹으면 떡국나이가 1살 늘어난다.


떡국을 좋아하는 씽이는 평소에도 떡국을 많이 먹었다.


새해 동이 트던 순간 씽이에게 떡국대왕이 찾아왔다.


"네가 떡국나이 500살을 최단시간에 달성한 아이더냐!"


하얀 얼굴에 노란색 왕관을 쓴 떡국대왕이 씽이에게 말했다.


"너에게 특별히 떡국나라를 구경시켜주겠노라."


떡국대왕이 말하자 씽이의 몸이 떠올랐다. 하늘을 나는 납작한 쌀떡이 씽이의 몸을 받친 채 바람을 가르며 날았다. 씽이의 어깨에는 노란 지단과 검은 김을 엮어 만든 멋진 망토가 둘러져 있었다.


씽이는 떡국떡 위에 조심히 앉아 떡국나라를 내려다 보았다. 저 멀리 하얀 온천이 보였다. 따뜻한 김이 솟아오르는 온천에는 커다란 만두와 잘게 찢어진 고기와 떡이 나른하게 앉아 몸을 녹이고 있었다.


"어! 안돼!"


온천에서 몸통이 터진 만두를 본 씽이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만두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떡은 가늘게 찢겨나가 있었고 어떤 고기는 짓눌린 채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씽이는 당장 내려가 도와주고 싶었지만 하늘을 나는 쌀떡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찮아.  자세히 보렴."


쌀떡이 말했다.


쌀떡의 말대로 온천을 더 들여다보니 터진 만두에서 나온 작고 동그란 고기와 야채들이 꺄르르 거리며 온천 안을 헤엄치고 있었다. 가늘게 찢긴 떡은 찢눌린 고기를 부드럽게 건들며 장난을 쳤다.


"이곳은 그런 곳이란다. 이미 굳어버린 나 같은 떡은 하늘을 날며 손님을 모시고 울퉁불퉁하게 잘린 지단과 김은 멋진 망토가 되지. 떡국을 사랑하는 아이야, 너는 알 수 있을 거란다. 이 모든 것의 가치를."


쌀떡의 말이 끝나자 마자 씽이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씽이는 꿈결을 가르며 나는 쌀떡의 품에 누워 잠들었다.


"씽아 일어나! 떡국 먹어야지~"


씽이를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막 잠에서 깬 씽이는 눈을 비비며 식탁에 가 앉았다.


"빨리 크고 싶으면 새해에는 떡국을 먹어야 돼. 떡국 한 그릇에 한 살씩 나이 드는 거거든."


씽이는 동그란 그릇에 담긴 떡국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이전글 동화 // 고집카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