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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조 Jul 01. 2024

**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보험이다.13

**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편이 갑자기 전화해서 물어볼 게 있다고 한다. “내 후배가 골프장에서 말이야.”로 시작한 남편의 질문은 이랬다.


후배가 골프를 치던 중 캐디의 얼굴을 골프채로 타격하였다. 그때, 캐디는 통상적으로 캐디로서 지켜야 할 본인 자리를 이탈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자리에 캐디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골프를 치다가 일어난 사고다. 캐디는 얼굴과 코뼈에 금이 갔고 다행히 해당 캐디가 특수근로자로 등록되어 있어서 산재 처리가 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골프장을 통해서 치료 기간 중 소득감소에 대해 책임 요구가 들어왔다고 한다. 산재가 되는데도 우리 측(가해자)에서 줘야 할 돈이 있는 건가?


나의 답은 이렇다.


산재로 처리된다면 산재에서 캐디(이하 피해자)에게 치료비(비급여 제외), 휴업급여, 장해급여를 지급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측의 민사상 손해액이 산재보상금을 항목별로 초과할 시에는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산재는 가해자의 책임을 대신 부담하는 민간보험과 달리 국가의 복지제도이므로 위자료는 없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민사상 산출된 손해액에 피해자의 과실을 상계한 금액이 항목별로 비교했을 때 초과하는 경우에 그 초과금액과 치료비에서 제외되는 비급여 치료비와 산재에서 보상하지 않는 위자료가 있고 비급여 치료비와 위자료 역시 과실이 반영된다. 그러나 이 내용을 피해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치료비는 당연히 비급여까지도 산재에서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고 산재에서 인정하는 캐디의 소득은 아마도 캐디의 수입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팁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자 남편은 “피해자가 원하는 금액을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줘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팁은 고정적이고 확정된 소득이 아니므로 가해자가 책임을 질 내용은 아니며, 피해자가 캐디로서 본인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상태에서의 사고였다면 과실이 반영될 것이므로 치료비와 휴업급여, 장해급여가 항목별로 산재에서 지급하는 금액을 초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나 다친 부위가 얼굴이라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비급여 치료비(코뼈 성형이나 흉터 치료비 등)와 위자료는 가해자가 피할 수 없는 금전적 배상책임이다.


그래서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하는거야?”라며 답답해 했다. 그건 진단서를 보고 진단명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진단서 같은 거 달라고 하면 절대 안 준다. 그런데 당사자가 아닌 보험사가 달라고 하면 준다. 그러니까 결론은 당신 후배한테 보험 접수하라고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남편은 “그게 보험이 되는 거였냐”고 묻는다. 당신 후배는 ‘운동’이라는 일상생활 도중 배상책임(본인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한 책임)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일상생활배상책임’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사에서 후배가 가해자로서 피해자인 캐디에게 얼마나 배상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피보험자인 가해자 후배와 피해자의 과실 정도를 나름 산정하고 이를 민사상 손해액에 적용하고 산재보상액을 공제하고 지급해야 할 금액 등을 알아서 계산할 것이다. 사실, 필자한테 이런 걸 물을 필요도 없다. 보험을 접수하는 순간, 가해자의 배상책임을 위임하는 것이다.


나한테 얼마나, 어떻게 피해자와 합의해야 할지 묻지 말고 우선 자신이 가입한 보험증권을 살펴서 ‘일상생활배상책임’에 가입되어 있는지를 제일 먼저 확인하고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 접수하고 접수한 사실을 피해자 측에 알리면 되고, 만약 보험이 없으면 그때 다시 물으라고 했다.


잠시 후 다시 연락이 왔다.


후배는 ‘일상생활배상책임’에 가입된 데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다시 후배 의 아내가 피보험자로 가입한 보험에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이나 ‘일상생활배상책임’에 가입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은 그 후배와 피보험자인 아내는 물론 자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계를 함께 하는 가족의 일상생활 중 배상책임을 보험사가 대신 부담해 주는 보험이고 ‘일상생활배상책임’은 피보험자인 아내와 피보험자의 배우자인 후배의 일상생활 중 배상책임을 보험사가 부담해 준다.


잠시 후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에 가입된 보험가입내역을 캡처해서 메시지로 보내왔다. “이거 맞아?” 다행히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에 가입되어 있었나 보다.


“응, 이제 보험 접수하고, 보험 접수한 사실을 피해자에게 알리면 그 후배의 민사상 책임은 모두 끝나.”


남편한테 다시 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 나는? 나도 이거 ‘일상배상’ 이거 있는 거지? 내가 내 거 조회해 봤는데 없어.”


“당신은 내가 가입한 보험에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에서 1억원까지 보장되고 우리 아들도 해당되니까 걱정 마. 하지만 향후 새로 운전자보험을 가입하거나 하면 당신도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을 가입해서 우리 가족의 배상책임보험 한도를 총 2억원으로 늘리자.”


“휴~ 다행이다.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이렇게 놓인다.” 남편의 마지막 말이 보험의 역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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