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해도 좋았던 늦잠
낮잠시간을 실패한 결과는 너무도 처참했다. 저녁 6시 반쯤 잠든 막내는 새벽 3시 10분에 잠에서 깼다. 나는 마감해야 하는 일로 1시 반이 넘는 시간에 잠들었으니 두 시간도 못 자고 깨어버린 것이다. 지난 저녁 못 먹인 밥을 먹이고, 어제 다 끝내지 못한 그림을 그리며 아이와 놀았다. 그래도 새벽 6시… 이제 좀 하품을 한다.
‘지금 재우면 곧 아이들 등교 시간이라 나는 부족한 잠을 채울 수가 없다. 2시간이라도 자는 것이 나은가?’
갈팡질팡 고민을 하면서 버티다 보니 새벽예배를 마친 남편이 돌아온다. 그도 피곤해 하품이다.
‘그래 아이들 학교 갈 채비를 다 해두고 자자. 이제 알아서 챙겨서 가겠지!’
입고 나갈 옷을 접어 책상 위에 두고, 우유와 시리얼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뒀다. 사과 하나 깎고, 어제 삶아둔 감자채를 구워두고 오렌지도 잘랐다. 그릇과 수저도 꺼내뒀다. 반갑게도 준비하는 소리에 첫째가 깼다.
“막냉이가 새벽에 깨는 바람에 잠을 못 잤으니까 나 이제 잘게. 꺼내둔 음식 먹고 옷 잘 챙겨 입고 가. 물통은 못 씻었으니 자기 물통 알아서 씻어 가고… 엄마 잔다.”
모르겠다. 막내는 형 누나랑 시시덕 거리며 감자를 주워 먹고 있는데 나는 자야겠다.
비몽사몽 꿈인지 현실인지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엄마 이제 우리 학교 가니까. 엄마가 막냉이 좀 봐. 우리 갈게~”
“응응… 잘 가…”
꼬맹이가 곁에 와서 안아달라고 한다. 몰라 그래도 잔다. 피곤해하니 내가 자면 지도 자겠지! 자면서도 생각한다.
‘언제 아이들이 저렇게 커서 제 몫을 해내다니!’
늦은 잠이지만 참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