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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실시옷 Jun 05. 2024

동전

작은 것들도 재밌던 그때

 며칠 전 아이에게 아이 전용 카드를 만들어주었다. 내가 앱으로 충전을 해주면 그 충전금액만큼 사용할 수 있고, 아이가 사용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카드이다.

어느 날 아이가

”엄마 카드 만들어줘.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곳이 있는데 친구들은 카드를 가지고 다니더라. “

그래서 아이들은 위한 카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카드를 만들어주었다.


동전이 힘을 잃어버린 지는 제법 오래되었다. 내가 어렸을 적 백 원이면 사 먹을 수 있었던 ‘새콤달콤’도 500원이고, 카드로만 결제가 되는 무인 키오스크 매장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더 이상 찰랑찰랑 동전을 모아서 들고 다니지 않는다.

오직 아이들에게 동전이 환영받는 곳은 오락실 동전 교환기


국민학교인 시절, 학교 앞에는 문구점과 뽑기 아저씨가 늘 있었다.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포장마차에서 컵볶이를 파는 아줌마도 계셨고, 요일에 따라서는 방방이를 가져오는 아저씨도 있었다. 오백 원 동전 하나면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뽑기를 하나 먹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도 되고, 매콤 달달한 컵볶이 한 컵을 먹으며 집에 돌아올 수도 있었다. 문구점 앞 오락기 앞에는 남자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구경을 하곤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해, 오빠의 중학교 진학으로 시장이 있던 벅적벅적한 상도동에서 산본이라는 신도시로 이사를 갔다. 아마도 그 해쯤 국민학교라는 명칭에서 초등학교로 변경되었을 것이다. 아파트 숲 가운데 위치한 초등학교 앞에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맛있는 간식도 없었다. 정돈되고 반듯한 아파트만 보였다. 등하교를 하는 그 길도 아파트들뿐이었다. 깨끗하고 반듯하지만 조용하고 재미없는 초등학교. 더 이상 주머니에 동전 한 닢을 넣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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