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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in Wonderland Aug 22. 2021

코로나 시대 한국을 떠나있음에 대하여

Summer in Tanzania

아직 백신이 개발되기 전, 코로나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가 이제 조금 축적되 확진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던 2021년 12월 31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행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해 탄자니아 다레살람을 거쳐 최종적으로 서북부 키고마 지역으로 가는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인천공항에 들어가는 길. 부모님과의 비행 전 마지막 일정은 집에서 미리 싸온 김밥과 분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었다, 차 속에서. 최종 도착지까지 최소 20시간 밀폐된 항공기 안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음식을 먹을 수 없을 것이므로.

< 처음보는 텅빈 인천공항, 긴 대기줄 때문에 보딩시간을 놓칠까 전전긍긍하던 때가 그리워지는 풍경 >

그리고 도착한 탄자니아 다레살람. 탄자니아 정부는 2020년 3월 이미 코로나의 종식을 선언해버렸고, 그 이후 탄자니아에서 바이러스의 존재를 부정했다. 유증상자 진단 테스트, 거리두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전세계가 실시하던 대응정책을 철저히 배제시켰던 탄자니아 땅에 드디어 도착했고, 그나마 국제뉴스와 외부소식에 민감할 수도 다레살람에 있던 2박3일동안 내가 목격한 마스크 착용자는 채 5명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2명은 업무상 만났던 한국인이었고, 그렇게 혼자만의 코로나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함께 일할 직원들에게 서서히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코로나의 종식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를 전면 부정하며 착용을 의무화까지 할 순 없었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존재 유무를 확신할 순 없지만, 나와 같은 외부인들과의 교류를 지속하는 한, 언제든 이 나라에도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 설득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지만, 역시 방역에는 충분치 않았던 착용 실태.


그렇게 마스크 착용을 위해 여러 차례 다양한 노력을 취하던 중, 전임 마구풀리 대통령이 사망하고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탄자니아 정부도 코로나 대응과 방역조치를 취하기 시작다. 역시 거버넌스는 중요한 것이다. 바이러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민들의 방역 지침 준수를 권고하기 시작한 정부, 공식적인 자리에 지도층들의 마스크 착용 화면이 방송을 타기 시작했고, 주민들 사이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진단 테스트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이후 멈춰있던 탄자니아의 코로나 확진자 통계수치도 드디어 숫자가 바뀌기 시작했다.


기관 차원에서 정부의 방침이 바뀌면서 코로나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가능해졌고, 그리고 Rapid Test Kit 지역사무소에 배포되었다. 정확도가 100퍼센트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키트를 받아드는 순간, 불확실함과 불안의 안개가 조금은 걷히는 기분이었다.

< Rapid Test Kit 결과, C 한 줄은 음성을 나타낸다 >

그리고 지난 7월 UN에서 백신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유엔직원들과 파트너 기관들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것. 지난 정권은 코로나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COVAX를 통해 무상으로 지급될 백신조차 거부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을 시작한 현 정부, 그렇게 백신의 유입도 허가될 수 있었다. 탄자니아 UN이 들여온 백신은 Covi-shield라고 하는 인도가 위탁생산중인 아스트라제네카. 지금까지 우리 사무소 현지 직원 7명 중 4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3명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1명은 접종 몇 시간 후부터 익일까지 손가락에 통증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별탈없이 진행중이다.

< UN으로부터 받은 백신 등록 안내 메일 >


접종 등록 전, 백신에 대한 극도의 불안과 회의를 표현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정부의 소극적, 회의적이었던 대응 (바이러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뿐 아니라, 코로나 뿐 아닌 에이즈, 말라리아 등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과 함께 온라인에 가득한 루머와 그리고 백신접종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들로 인한 그 불안감을 나 또한 상당 부분 공감한다. 나 역시 백신접종 대상자였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본국 귀환 후 접종을 하기로 결정했다. 혹시나 내게 예상치 못할 반응이 나타날 경우, 그래도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서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이 이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고국이기에, 최대한 객관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각자의 환경에 따른 합리적 판단을 위해 잠재적 부작용과 백신 접종으로 인한 효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두어차례 진행했고, 다행히 비과학적인 막연한 불안감은 다행히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있는 듯 하다.


코로나 시대를 살며, 한국보다 의료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가에 파견을 나와 생활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다행히 마스크 착용, 수차례의 손씻기, 외부인과의 만남 최소화, 그리고 함께하는 식사를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아직까지는 큰 탈없이 지내고 있다.


지난 5월, 39도에 가까운 고열에 3일을 시달린 적이 있다. 태어나 지금까지 기억 중 가장 심한 통증을 경험했다. 탄자니아에서는 말라리아가 매우 흔한 질병이기 때문에, 그리고 당시 근육통, 고열 등 말라리아의 흔한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말라리아 검사를 3번이나 했지만, 모두 음성이 나왔고 결국 제대로 진단결과를 받지 못한 채 앓다 회복한 적이 있다. 이 곳의 주변인들은 아무래도 그 때 코로나로 인한 증상이었을 거 같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그 때 그 증상이 코로나 때문이었다면, 이제와 생각해보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시 한 번, 건강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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