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인경 Sep 30. 2019

 주말의 짧은 행복, 그리고 다시 월요일

[끄적끄적]


일주일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아직도 월요일이 두려운 직장인이기에 어느새 금요일이 되었다는 사실이 반가웠었다. 계속 될 것 같은 착각으로 달콤한 주말을 보냈다. 그러다가 일요일의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올 월요일이 의식되었다. 그러하므로 일요일은 집에 일찍 들어 앉아 있어야 한다. 늦은 귀가로 인한 피곤함은 주말 내내 쉬었음에도 쉬지 못했다는 괜한 억울함을 만들어낸다.      


© afs_snapshots, 출처 Unsplash

                              

저녁 6시가 조금 넘어 귀가를 했다. 작은 아이 기침으로 병원에 갔다 오는 참이었다. 겸사 4시쯤에 사 먹은 자장면이 아직도 뱃속에 든든히 남아있다. 저녁밥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이 안도감은 지는 해가 주는 중압감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준다. 평일의 지는 해는 언제나 퇴근할 때임을 알리는 동시에 밥을 차리러 들어가는 시간임을 알려 주었다. 20대 후반, 젊은 날의 퇴근길에 마주하는 석양과는 사뭇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15년 이상을 흘러온 저 하늘을 마주하고 있자니 일주일이 빠르다는 것이 빛의 속도처럼 느껴진다.


© rawpixel, 출

                   

아파트 1층 현관 입구에서 타고 오던 자전거를 멈춰 세웠다. 아이들은 친구들을 찾아 더 놀고 오겠다고 한다. 핸드폰의 시간을 확인하는 대신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는 해임은 분명하지만 녀석들이 뛰놀기에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다. 사실, 집에서 피곤해진 몸을 쉬게 하고 싶었다. 이때 아니면 일주일 중에 이런 시간을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는가. 놀고 오라는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놀이터로 내달렸다.


그렇게 얻은 자유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보내며 생각을 한다. 이 순간이 빛의 속도로 지나간다 할지라도 고요한 시간의 행복감은 15년 전의 추억처럼 남지 않겠나. 읽던 책의 몇 페이지를 넘기니 창밖이 어느새 어둑해졌다. 시간의 흐름은 정말 찰나구나.            


© aaronburden, 출처 Unsplash


아직 들어오지 않은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작은 아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받질 않는다. 조금 있으니 큰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들어오고 있는 중이라고. 그래. 혼자만의 행복은 그렇게 꿀맛 같아야 한다. 검지 손가락으로 푹 찍어 입 안에 넣은 꿀이 혀에서 달콤함을 느끼고 코를 향긋하게 훑고 넘어가는 순간에 느끼는 그 맛이다.


© Daria-Yakovleva, 출처 Pixabay

                         

월요일이 되었다. 아직은 지혜가 부족하여 정체모를 부담감을 떨쳐 내지 못한 채 월요일을 맞았다. 그래도 뭔 짓이라도 해보겠다는 심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려 본다. 일하러 가야지.






작가의 이전글 달리다가 지쳤다. 괜찮다. 좀 쉬면 일어설 걸 알기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