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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윤 Aug 15. 2019

귀도(Guido)의 흔적을 찾아가며

<도시.樂 투어> 이탈리아, 아레초(Arezzo) 1탄


음악사를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귀도'나 '귀도 다레초'라는 이름이 제법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음악사에서 너무나 중요한 인물이라 나조차도 학생들에게 '눈도 코도 아닌 귀도'라고 우스갯소리처럼 강조했으니 말이다.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


'귀도 다레초'라는 이름은 '아레초의 귀도'라는 뜻이다. 당시 예술가들은 오늘날 '대치동 김선생(?)' 같은 느낌으로 이름에 지역이나 출신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


본명은 귀도 모나코(Guido Monaco, ca.991-1033 이후)로 우리에게 어색하긴 해도 아레초 내에서는 이 이름이 훨씬 더 일반적이다. 아레초에서 굳이 아레초 출신이라는 말을 쓸 필요는 없었을 테니깐.


귀도의 이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레초 출신인 귀도가 다른 곳에서도 활동을 했었을 것이며 아레초 외의 지역에서도 그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아레초 기차역에서 내려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얼마 되지 않는 곳에 귀도 광장(Piazza Guido Monaco)이 있고, 귀도의 동상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아레초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귀도의 동상에는 "A Guido Monaco 1882"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의 조각가인 살비노 살비니(Salvino Salvini, 1824-1899)가 1882년 완성했기 때문이며, 귀도와 관계된 숫자는 아니다. 생몰연도가 불분명한 귀도의 사후 800년 이상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동상이 건립된 셈이다.


귀도 광장의 귀도 동상 (photo by @musicnpen)


<도시.樂 투어> 라이프치히 1편에서 J. S. 바흐 세우기와 마찬가지로 아레초에서도 '귀도 세우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선봉에는 귀도 다레초 재단(Fondazione Guido d'Arezzo)이 있다. 귀도의 동상 옆에 있는 작은 안내판에 귀도에 대한 설명도 이 재단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아레초에서 열리는 많은 음악회와 각종 음악활동을 주최하고 후원하고 있다.


귀도 다레초 재단 입구(photo by @musicnpen)


귀도 다레초 재단은 1983년 8월, 아레초의 "Amici della Musica"라는 음악 협회에 토스카나(Toscana) 지자체, 아레초 지자체가 참여하면서 시작되었고, 공식적인 활동은 1985년부터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자체의 참여가 있기 이전부터 활동을 해온 음악 협회는 이미 1952년부터 귀도 다레초 국제 합창경연대회(Concorso Polifonico Internazionale Guido d’Arezzo)를, 1974년부터 귀도 다레초 국제 작곡 경연대회(Concorso Internazionale di Composizione Guido d’Arezzo)를 개최하고 있었다.


따라서 재단은 지자체 지원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확실하게 음악 활동을 활발히 하고 대외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고, 음악적 확장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귀도 다레초' 이름 하에 많은 합창, 작곡 등 다양한 경연대회와 음악활동으로 폭을 넓히고, 많이 이들로 하여금 아레초를 찾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크라코프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자체의 문화 산업의 육성과 지원이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International Polyphonic Competition "Guido d'Arezzo" 2019년 포스터 (photo by @musicnpen)


이 밖에도 "Consoro Corale Nazionale Nuove Voci per Guido"라는 합창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고, 특히 2016년부터 시작되어 올해 4회를 맞는 "Consoro Nazionale di Composizione "Canta Petrarca"는 아레초 출신의 이탈리아의 저명한 시인이자 학자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1304-1374)의 칸초네(Canzoniere)의 가사를 가지고 이탈리아의 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작곡가들이 합창곡을 써서 겨루는 대회로, 얼마나 많은 음악활동들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거리에 붙어있는 포스터만 해도 알 수 있다.


*F. 페트라르카의 기념비는 파세지오 델 프라토(Passeggio del Prato)라는 공원 내에 있다.


나는 음악사에서만 만나던 귀도의 흔적을 찾고 싶어 아레초에 갔는데, 아레초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1997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방문하는 듯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의 주인공 이름도 귀도라는 것!

귀도의 생가 (photo by @musicnpen)

아레초에서 귀도의 생가를 찾았는데, 그곳에는 '귀도 모나코'라는 그의 이름과 함께 계명창법(solmization system)을 보여주고자 한듯 간단한 악보가 그려져 있다. 이쯤 되면, "귀도가 도대체 음악사에서 무슨 일을 했길래?"라는 궁금증이 커지다 못해 터지기 직전 일터, 귀도의 음악사적 위치는 <도시. 樂 투어> 아레초 2탄에서 상세하게 다루어보겠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라.

 


아레초 대성당 (Cattedrale di Santi Pietro e Donato)


귀도 생가 바로 옆에는 아레초 대성당이 있다. 아레초 대성당의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하고 내부에서 그 막강한 힘을 느낄 수 있다 할지라도, 음악을 쫒아다니는 나에게는 아레초 대성당 근처에서 귀도가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시기적으로 볼 때도 귀도의 생가 근처로 아레초 대성당이 옮겨온 것이라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아레초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귀도 동상을 보고 감격했던 일이 너무 커서일까, 도시의 첫 느낌은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리저리 돌아다닐수록 묵직한 힘이 느껴지고 꽤 안정적이고 정돈되어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이 힘은 아레초 대성당을 보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아레초 대성당으로 가는 길은 경사진 오르막인데, 그럴 법도 한 것이 고대 시대에 아크로폴리스 위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성당은 계단을 올라가 위치해있고, 앞쪽 골목사이로 조금만 내려가면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아레초 대성당


본래 아레초 대성당은 지금의 위치와는 정반대인, 아레초 기차역 뒤쪽 피온타(Pionta) 언덕 근처에 있었다고 한다. 362년 성 도나투스(Saint Donatus of Arezzo)가 세상을 떠나고 그곳에 묻혀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러다가 1203년 교황 인노첸시오 3세(Pope Innocent III, 1161-1216)가 성당을 도시 성벽 쪽으로 옮기게 했고 지금의 위치에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나투스의 유물들이 소실되었지만, 지금 아레초 성당 곳곳에 '성 도나투스'의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어쨌든 아레초 대성당 외부는 1278년에 건립되기 시작해서 1511년에 완공된 모습이다. 정면 디자인은 아레초 출신의 건축가인 단테 비비아니(Dante Viviani, 1861-1917)가 했고, 조각들은 하계 올림픽 메달 디자인으로 유명한 쥬세페 카시올리(Giuseppe Cassioli, 1865-1942) 그리고 엔리코 콰트리니(Enrico Quattrini, 1864-1950)와 비비아니가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1901-1914년에 성당 정면 공사가 이루어지고 교체 작업이 있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오른쪽 벽면의 5개의 창문에 해당하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입구 위쪽의 동그란 것, 성당 내부 왼쪽 안쪽에 위치한 창문까지 총 7개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프랑스 출신의 귀욤 드 마르실라(Guillaume de Marcillat)가 1516년-1517년, 1522년-1524년까지 2번에 걸쳐 제작한 것이며, 나머지 스테인드 글라스들은 당시에 피렌체, 아레초, 시에나의 예술가들이 참가하여 공동 작업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나무로 된 합창석은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가 1554년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아레초 대성당 벽면 (photos by @musicnpen)


성당 내에 위치한 예배당인 마돈나 델 콘포르토(Madonna del Conforto)는 1796년 2월 지진 속에서 기적을 행함을 기념하여 1815년에 완공되었다.  


아래초 대성당 내부의 예배당, La Madonna del Conforto (photo by @musicnpen)


지금의 아레초 대성당은 13세기의 고딕 건축물로 16세기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성당 자체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간 것을 알 수 있다.  


*작지만 알찬 도시 아레초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Basilica di San Francesco), 그리고 귀도의 음악적 업적은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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