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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Apr 25. 2024

소원을 말해봐

다섯 잎 클로버, 아이들, 나의 어느 아침 이야기는 이렇게  펼쳐지고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 아침맞이를 한다.

햇살이 교정을 환하게 밝히는 맑고 깨끗한 아침이다. 운동장도 놀이터도 나무들도 햇살 따라 반짝 웃는다.

교문 양옆으로 자유로이 쑥쑥  웃자란 토끼풀에 눈길을 준다. 분홍 꽃잔디가 토끼풀의 기세에 눌린 모습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도 해서 그러려니 했다. '어머, 다섯 잎 클로버네.' 아이들에게 보여줄 요량을 한다.



밝은 햇살만큼 아이들 표정도 맑고 밝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하이 파이브"

"하이 파이브"

아이들과 나는 서로의 손바닥을 맞대며 밝게 인사했다.

"이것 봐봐. 잎이 몇 개야?"

"다섯 개다!"

"소원 빌어요!" 1학년 꼬마가 말했다. 아이다운 귀여운 발상이다.

"소원이 뭐야? 말해봐!" 내가 물었다.

"엄마 아빠 안 죽고 오래 사는 거요." 아이의 대답에 가슴이 쿵 했다. 아이는 학교 오는 이 시간에도 엄마 아빠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거 팔면 되는데요. 네 잎부터는 팔 수 있어요. 네 잎, 다섯 잎은 팔면 되는데."

"그러니. 어디서 팔면 되지? 얼마 정도에 팔 수 있어?"

"나도 잘 모르는데...... 아마 유튜브나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알 수 있을걸요." 3학년 남자아이가 진지하게 알려 준다.



축구복을 입은 4학년 남자아이 셋이 교문에 들어섰다. 다섯 잎 클로버를 보더니 신기한 듯 표정이 환해졌다.

"소원을 말해봐. 교장선생님이 빌어 줄게."

"저는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축구복을 입은 이유를 알겠다.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에서 축구에 열심인 아이다.

"저는, 음,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축구 잘하고 싶어요." 옆에 있던 남자아이가 말했다.

"그렇구나! 축구 열심히 하렴. 교장선생님이 네 소원 빌어줄게!"


6학년 남자아이들이 무리 지어 교문을 들어섰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나를 보면 달려오던 남자아이는 내 손바닥을 힘차게 하이파이브하며 말했다.

"우리 아빠 로또 당첨되게 해 주세요!"

"어~~~, 그건 교장선생님 능력 밖인데. 하하."


몽골이 부모님의 고향인 예무진이가 혼자서 타박타박 걸어오고 있었다.

"이것 봐봐. 다섯 잎 클로버 본 적 있어?"

"아니요."

"GOOD LUCK! 오늘 행운이 있길 바라!" 나는 무진이와 천천히 걸어 들어오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몽골에는 자주 가니?"

"방학되면 열흘 정도 몽골에 있어요."

"몽골에는 누가 계셔?"

"할머니, 할아버지, 언니들이 있어요. 근데 한 번 갔어요."

"몽골에 가면 뭐가 제일 좋아?"

"동물들이 많아서 좋아요."

"몽골에서 별 본 적 있어?" 나는 몽골 사막의 별을 상상하며 물었다.

"아니요."

"다음에 몽골 가면 별 보러 가렴. 무진아 좋은 날 보내!"



아이들 등교가 끝났겠지 하며 뒤돌아서 화단의 나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새잎이 나지 않은 마른 가지들을 보며 '가지 정리를 해야겠군' 생각했다. 옆으로 살짝 눈길을 돌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늦장쟁이 1학년 하늘이가 자기보다 큰 가방을 메고 등교하고 있었다. 나는 다섯 잎 클로버를 하늘이에게 보여주며 말을 걸었다.

"하늘이 소원은 뭘까?"

"저는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예상치 못한 하늘이의 대답에 짐짓 놀랐다.

"하늘이는 왜 어른이 되고 싶어?"

"어른이 되면요~~, 아기를 낳을 수 있어요."

"그렇구나. 아기를 왜 낳고 싶어?"

"너무 귀여우니까요."

아이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하늘이는 두 돌 남짓한 동생이 있다고 들었다. 엄마 아빠가 동생을 돌본다고 아침을 못 먹었다고 말한 적 있다. 엄마 아빠가 동생을 예뻐하니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기도 했다.


다섯 잎 클로버 하나로 아이들 아침 맞이가 좀 더 풍성해졌다. 아이들 마음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4학년 2반 지율이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말했는데, '수리수리 마수리 오늘 수업 시간 어느 한 때에 부디 재미있는 활동이 있어라! 얍' 속으로 주문을 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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