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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Jun 07. 2024

자신의 창을 열어

아침시간은 창을 여는 시간입니다.

모리츠 폰 슈빈트, <아침 시간>



밤 동안 고요히 잠에 빠졌던 모든 것들이 다시 살아나는 아침입니다. 창을 열어 새 공기, 새 햇살, 새 바람을 맞이합니다. 벽도 바닥도 의자도 가구도 침대시트와 이불도 커튼도 은은한 아침 햇살을 받고 생기를 되찾습니다. 


세월을 간직한 목재 가구들이 소박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는 방. 전체적으로 감싸는 편안한 갈색톤이 나의 방과도 닮았습니다. 나는 유독 나무를 좋아하여 책상도 책꽂이도 침대도 보조탁자며 스탠드도 모두 나무입니다. 이 그림에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또는 낯선 사람에게서 자꾸만 나와 공통된 부분을 찾게 되고, 한 가지라도 닮은 구석을 발견하게 되면 안도하게 되는. 그리고 이 장소 또는 이 사람과 어떻게든 잘 흘러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끼게 되는 것 말입니다.



여름입니다. 밝고 단아한 원피스, 단정하게 올린 머리, 살짝 든 뒤꿈치. 여성의 모습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집니다. 창밖으로 우뚝 솟은 푸른 산이 보입니다. 저 산은 여성에게 여러 가지 의미겠지요. 창을 열면 변함없이 그곳에 있는 든든한 친구이며,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전령이고, 문득 끌림이며, 영혼의 안식이고, 누군가와 함께 했던 추억이기도 하겠지요.



모리츠 폰 슈빈트의 <아침 시간>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편안하기도 하고, 미소가 피어나기도 하고, 약간 설레기도 합니다.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창을 연다는 것은 '세상과 연결하는 버튼'을 누르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질 때는 벌떡 일어나 습관처럼 창을 열고 밖을 향해 눈길을 슬쩍 던지고 바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생각이 많고 고민으로 뒤척인 밤이면 몸과 마음은 더 무겁고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그런 날일수록 일부러 밤 동안 닫혔던 커튼을 힘차게 열어젖힙니다. 일부러 안방과 서제가 연결된 통로를 지나 뒷베란다 창을 열고 저 멀리 우뚝 솟은 산에 눈길을 던져 봅니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 산이 거기 그대로 있음을 확인합니다. 밝아진 하늘을 올려다 보고 멀리 집들이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 시선을 아래로 하여 공원과 학교를 바라봅니다. 기지개를 크게 켜 봅니다. 그러고 나면 아침의 에너지가 묵직하게 침잠했던 덜 깬 정신을 살살살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줌을 느낍니다.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있을 것 같습니다. '요시!' 주먹에 힘을 주고 머리를 가볍게 털며 '그래 오늘을 살자!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잖아' 하며 힘을 내지요. 어제의 고민은 어제로 충분함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누군가는 조용한 기도로, 누군가는 운동으로 활기차게 시작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유쾌한 하루를 위해 아침에는 재밌고 코믹한 에피소드가 흘러나오는 방송을 틀어둔다고 합니다. 기분에 따라 음악의 색깔을 달리 하기도 하고 주변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마음을 정돈하기도 합니다. 반려식물이나 동물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교감하며 사랑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아침만의 고유한 응원이며 에너지입니다.



아침시간은 창을 여는 시간입니다. 비록 어제의 일로 못난 내 모습에 후회하고 자책했더라도, 사람에게 실망하고  좌절했더라도, 꼭꼭 걸어 잠그고 싶은 마음이 비집고 올라오더라도, 오늘은 오늘의 창을 열어야지요. 한결같은 내 모습으로 단장하며 아침 햇살에 다시 생기를 얻는 저 방처럼 나를 열고 밖과 기꺼이 접속해야지요. 그렇게 하루하루 새 아침을 맞이하고 그날만의 기쁨을 낚아 올리는 날들을 살다 보면 저 그림 속 여성처럼 두 팔 벌려 창을 활짝 열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난마저도 긍정하며, 세상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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