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개에게 트라우마 심어주기

그 녀석들은 비겁하다

by 게으른 산책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신랑을 만났다. 열심히 제기를 차고 있다. 마을 대회에 나간다고 했던가? 여러 번 제기 차는 모습을 봐 왔는데, 오늘 보니 실력이 제법 늘었다. 우승을 하진 않겠지만 망신은 당하진 않겠다. 그럼 된 거다.


“나랑 놀자.”

“나 바빠.”


짧은 단어로 꼬시고 거절하는 신랑과 나. 산책 시간이 늦어진 후로 정말 바빠졌다. 산책에 대한 글을 쓰려면 산책을 가야 하는데, 날씨는 춥고(지금 타자 치는 내 손가락이 차갑다) 그러니까 내가 게을러져서 미리 집안일을 해두면 좋겠지만, 꼭 산책 다녀와서 한다. 그러니 엄청 바쁘지.


그래서 다짐하나 해보려고 한다.


산책 가기 전에 집안일해놓기, 지킬지는 모르지만 인생을 젓는 노는 ‘반성’으로 이루어지는 거 아닐까? 내일의 나를 기대해 본다.


나가기 전에 하늘은 화창해서 오후에 비가 온다는 신랑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구름이며 하늘에는 잿빛을 찾기 힘들었다. 그때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40분 후, 하늘은 금세 잿빛이 되었고, 건달 같은 먹구름 떼가 몰려왔다. 집을 나설 때보다 추워졌다.

동네 개떼가 나를 좇았다. 어쩔 수없이 가지를 끊어서 ‘이놈들’ 하고는 담장에 딱 숨었다. 그리고 숨죽여서 개를 기다렸다. 다가오면 나에 대한 트라우마를 심어주리라. 놀라게 해주리라, 기다렸다. 하지만 조용해서 일어나 보니 개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에는 꼭 너희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주지. ‘게으른 산책가’를 건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꼭 보여주겠다.

밖에서 뛰어놀면 손등 트기 좋은 날이다. 그리고 숨이 차게 뛰어놀면 목구멍이 싸하기 좋은 날이고. (다 내가 겪어본 일)


집에 와서 여유도 없는데 따뜻한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쓰고 있다. 난 지금 매우 바쁜 상황이다. 그래도 오늘 산책도 하찮은 날이 아니었으므로 난 이십여분을 이글에 바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과 겨울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