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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빈 Mar 02. 2021

내가 정신질환자일까요?

언제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까?

    대부분의 신체질환은 증상을 겉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이나 심리적 문제의 경우 대체로 악화되기 전까지는 겉으로 증상을 관찰하기 어려워,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문제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신이 심리적 불편을 경험한다면 정신과, 심리치료센터와 같은 정신건강 기관을 방문하여 심리적 상태에 대한 면밀한 평가 및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가 널리 공유되지 않아 자신의 증상을 알아차라기 어렵다. 게다가 정신건강 기관을 방문하기 꺼려하는 풍조로 인해 경미한 심적 불편감만으로는 혼자 견뎌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심리적 문제를 초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개입을 받지 못한다면 많은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 증상이 누적되고 악화되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에서 정신건강 기관을 방문하게 되는데, 초기라면 금방 증상이 완화되거나 완치될 수 있는 질환을 초대하지 않는 동반자로 삼아 평생을 함께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아무리 적은 심적 고통을 경험하더라도 무조건 정신건강 전문기관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시간, 비용의 제약이나 사회적 편견에 대한 염려, 혹은 스스로 가벼운 심적 불편감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여기며 방문을 꺼려하는 분들을 위해 자신의 심리상태에 대해 체크해볼 수 있는 몇 개의 기준을 제안해본다.

   

    1. 주관적인 불편감을 느낄 경우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극도의 우울감이나 무기력, 자살, 자해, 망상, 환각과 같은 두드러지는 증상만을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정신질환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증상을 경험한다. 예를 들면, 우울장애를 경험하는 사람 중 직업활동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며 대인관계도 적절히 맺지만 내면에는 경미한 우울감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경험하며 고통을 받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이 적절히 기능하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행할 일이 없는데도 스스로 경미한 심리적 불편을 느낀다면 정신건강 기관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2. 주변 사람들이 문제점을 느끼는 경우


    병식(insight)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환자가 스스로 자신이 갖고 있는 증상의 심각도를 인식하는 정도를 말한다. 예를 들면, 누가 봐도 감기 기운이 심해 학교 수업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 자신은 괜찮다며 조퇴를 하지 않고 끝까지 수업을 듣는 경우 이 사람은 병식이 부족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정신질환의 경우, 두드러지는 신체 증상이 나타나거나 초기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드러나는 증상이 적은 편인 것에 더해, 심리적 문제를 개인의 의지박약으로 치부하여 심적 불편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당사자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억압하거나 자신이 경험하는 문제의 심각도를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주변 사람들, 특히 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나에 대해 잘 아는 가족, 친구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평소와 달라 보인다거나 우울해 보인다, 정신과나 심리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어떻냐는 식으로 정신건강 기관 방문을 권하게 되는데, 보통은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하거나 심하면 모욕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나와 친밀한 사람들이 피드백을 줄 정도라면 분명 내 일상생활에서의 행동 양상에 변화가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스스로는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정신건강 기관에 방문하여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보기를 권한다. 내가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면 대응할 수 있어 좋고, 없다면 그 나름대로 좋은 일이니 말이다.


    3.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하는 경우


    이 항목의 제목은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의 진단기준에서 따온 것이다. 사실 각 장애에 마련되어 있는 진단기준의 대부분의 항목에 해당하는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증상들이 실제 삶에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확실한 진단을 내리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보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요우울 장애 수준의 우울감을 경험하여 하루종일 울적한 기분을 느끼고 일상활동에 대한 흥미를 전혀 못느껴 침대에 누워 꼼짝 못하는 상태인 사람을 상상해보자. 


    이런 경우 직장에 출근하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집안 청소, 식사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등의 기초적인 활동에도 관여하지 못하므로 사회적, 직업적 영역에서 현저한 손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심리적, 정신적인 질환을 경험하거나 문제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정신건강 기관 방문을 꺼려하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므로 부끄럽게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절대 자신이 의지박약이거나 게을러서가 아닌 나의 타고난 생물학적 특성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는 책임의 주체를 너무 자신에게로 돌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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