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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집과 마음을 비우는 것

by 신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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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과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어느 날 우리나라의 부동산 평당 가격과 미니멀리즘을 연결 지은 영상을 보고 난 후 조금씩 물건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늘릴 수 있는 한 평, 한 평의 공간을 별 생각 없이 물건들로 가득 채우며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꾸 돈 얘기를 하니 팍팍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사실 마음의 관점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언젠가 필요할 거야, 라는 마음으로 하나둘 모아놓았지만 먼지만 쌓여가는 애물단지들처럼, 내 마음속에는 나를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게 하는 과거에 일어났던 불편했거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한 공상이나 불안감으로 머릿속을 채우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가장 중요한 현재의 내 삶에 대해 느끼고 생각할 공간이 줄어들어 버린다. 행복해지고 싶어 노력했을 뿐인데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슬픈 모순이다.


오늘 이사를 위해 한동안 내버려 둔 집을 정리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고 가구를 내놓고, 안 쓰는 물건들은 당근마켓에 올려두었다. 나에게 지금 당장 무용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장 필요한 유의미한 물건이 될 수 있다. 내 생각들을 이렇게 글로 풀어내 놓았을 때 내 머릿속은 비워지고 현재의 나를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누군가는 그 생각으로부터 다른 것들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물건뿐만 아니라 정신의 미니멀리즘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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