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님을 처음 알게 된 건 2018년 중순경 지인의 손에 이끌려 간 작은 인디밴드 공연장에서였다. 한국 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된 적 있는 대단한 그룹이고 예전부터 팬이었다고 하는 지인의 말에 기대감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무대에 올라온 가수는 20대 초반의 앳된 사람이었다. 작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잘근잘근 씹어 뱉듯 수줍게 밴드의 소개를 하는 모습을 보고 노래를 잘하실 수 있을까 염려되었다. 하지만 곡이 시작되자 표정이 돌변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의 목소리로 기타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아 노미네이트 받을 만한 가수구나!' 감탄하며 경청했다.
이후 도마의 곡들에 푹 빠져 몇 달간 그의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음악을 들으며 고된 임상심리 1년 차 수련생활에 위로를 받았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어느 순간부터는 자극적인 음악들에 익숙해지며 도마의 음악은 내 플레이리스트와 기억 속에서 잊혀 갔다.
최근 나를 도마의 공연에 초대했던 지인의 집에 놀러 가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생활이 많이 힘들어진 거 같다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걱정된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염려를 느끼긴 했지만,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것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그래도 어디선가 잘 지내겠지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전, 그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그의 엄청난 팬은 아니었기에 위선적 이어 보일 수 있지만,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큰 위로를 주었던 뮤지션이고, 세상에서 어떤 한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은 관계성을 떠나 슬픈 일이기 때문에 그냥 마음껏 슬퍼하려 한다.
그가 짧은 생에서 어떤 일들을 경험해왔는지, 무슨 기분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그의 노랫말을 살펴보면 힘든 날도 많았지만 그만큼 좋았던 기억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좋은 곳으로 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행복을 누리시길. 그리고 앞으로는 세상이 조금만 더 아름다워져 모두가 행복할 순 없어도 최대 다수가 행복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