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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마우스 Feb 12. 2019

나는 신규 간호사입니다.

입사 2주 차 간호 일기


국가고시에 대한 긴장감으로 정신없던 1월, 시험을 보기 1주일 전쯤이던 어느 날 나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2월 입사자 관련 안내 메일을 보내드렸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시험은 1월 22일 내 입사예정일은 2월 1일이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 2월 입사를 지원했었지만, 빠른 입사를 원하는 희망자가 많아서 지원자 중 입사 성적순으로 선발됨을 미리 안내받았기에 설마 내가 되겠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기에 막상 발령 문자를 받고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 이제 정말 내가 사회생활을 하는 거구나.. 태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어떤 부서에 배정받게 될까..'등 끊이지 않는 걱정들을 가진 채 국가고시를 본 후 1월 29일 대망의 부서 배정일이었다.


1월 29일 아침 나는 또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선생님께서 발령 예정인 부서는 추가 예방접종이 필요합니다. 부서 배정 후 예방접종을 위해 외래 방문 부탁드립니다."


"뭐..? 추가 예방접종..? 나.. 어디로 배정받는데 이러는 거지?"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서 배정 결과 나는 응급실이었다.

사실 나의 희망부서는 신생아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정도의 순서였고 기피부서로는 성인 내과, 외과 중환자실이었다.

응급실은 기피부서도 희망 부서도 아니었지만 실습 때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어서 내가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늘 마음에 안고 있었다.


내가 입사한 병원의 응급실은 권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어 중증도도 높고 환자 수도 매우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종종 뉴스에 나오는 유명인들이 많이 오기도 해서 기자들도 자주 찾아서 더욱더 피곤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선배를 통해 들은 기억이 났다.


걱정을 가득 안고 나는 첫 출근을 했다.

첫 출근을 하기 전날 나를 교육해줄 프리셉터(사수)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는데 출근 당일 아침 나에게 이런 답장이 왔다.

"내가 욕심이 많고 멍청한 걸 싫어해서 나한테 배우는 동안 힘들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도와줄게요. 오늘 첫날이니 알려줄게 많을 것 같아 2시간 일찍 출근해줬으면 좋겠어요."


2시간 일찍 출근하는 것에 대한 추가 보수는 받지 못하지만 우선 일을 익혀야 하니 알려주신다는 말에 감사한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다. 그러나 첫날 나는 12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을 했다.

정신없이 설명하고 소리치는 프리셉터 선생님과 요구 사항이 많은 환자들에게 나의 모든 기가 빠져나가는 듯했다. 퇴근 셔틀버스도 시내버스도 모두 다니지 않는 시간...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 정말 큰일 났다.. 내가 이걸 감당해 낼 수 있는 그릇일까?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인데.. 이렇게 일하다가는 내가 원하던 환자를 위하는 간호사, 간호사를 위해 목소리 낼 수 있는 간호사가 되기는커녕 매일 일에 치여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다 지쳐서 소모되는 그저 그런 간호사가 되면서 불씨가 꺼지지는 않을까.. 인생을 병원에 얽매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 자신이 너무 작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그렇게 현재 나는 입사 2주 차를 보내고 있다.

나의 프리셉터(사수) 선생님은 능숙하게 일을 잘하고 똑똑하신 분이셨지만 프리셉터 선생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나는 한없이 부족한 햇병아리였다.


2주간 내가 선생님을 통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이건 알려줬는데 왜 못해? 해봐. 한번 들었으면 바로바로 잘 해내야지. 내가 니 앵무새야?"

"이런 건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아? 너 00 대학 나왔다면서 거긴 어떻게 들어간 거야?"

"나만 마음이 급해? 이렇게 느려서 언제 일 다하려고 그래? 너처럼 느리면 간호사로서 소질이 없어."

"도대체 공부를 하는 거야? 나 화나게 하려고 병원 왔지?"

"내가 원래 이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데 네가 날 답답하게 하니까 내가 나빠지는 거잖아."

"요즘 간호 문화 개선한다고 하도 그래서 내가 많이 참고 기다려주는 거 알고 있지? 내 프셉터는 나한테 더 심했어."

"너 가르친다고 나 돈 더 주는 거 아닌 거 알지?"



응급실은 모든 과의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었고 아직 모든 게 서툰 나에게는 환자를  파악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바쁜 업무 환경에서 나를 가는 일 까지 해야 하는 프리셉터 선생님이 화를 내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지만 매일 분 단위로 저런 말을 들으면서 일하니 출근하는 것이 늘 걱정이 앞서고 두려웠다.

결국 나도 태움의 대상이 될까 봐 늘 마음 한 편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내가 정말 간호사로 일할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신규 간호사는 다 이럴까? 아니면 내가 정말 신규 간호사 중에서도 못하는 편일까?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신규 간호사인 나는 매일 2시간씩 일찍 출근해서 프리셉터 선생님이 시키신 일들을 해내야 하고, 3교대의 생활 패턴에 익숙해지려 노력해야 하며, 틈틈이 공부도 해내야 한다.


언젠가 병원은 다닌다고 하는 것보다 버틴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 모든 것이 두렵고 매 순간이 긴장과 불안함의 연속이지만, 그간 노력했던 과정들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만 생각하며 또 버텨내 본다.


*이미지 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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