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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마우스 Oct 05. 2018

아들아 나를 찾으러와줘..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9월 17일부터 10월 5일까지 소화기 내과 실습을 마무리하며 마음에 남는 환자가 있다.

70대 남자환자로 간암이 뇌와 뼈까지 전이 되었고 깡마른 몸에 곧 터질 듯한 커다란 풍선처럼 부풀어져 있는 복수가 가득찬 배, 거친 호흡은 한 눈에 봐도 생이 얼마남지 않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였다.

환자는 자신의 병에 대해 중증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뼈와 뇌까지 암이 전이가 된 것에 대한 병식은 없었다.

의료적으로 봤을때 치료방법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말기 중에서도 극도록 말기인 환자였다.


이 환자에게는 한가지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이 환자를 인계할때 마다 항상 나오는 말


오늘도 보호자랑 연락이 안됩니다. 문자도 남겼는데....이 정도면 병원 연락을 거절하는 거죠.


환자는 오래전 부인이 하늘로 떠났고, 아들과 딸이 있다고 하였으나 연락처를 알지 못했다.

아들 번호라고 알려준 핸드폰 번호는 없는 번호였고, 겨우 면회 온 지인 두 분을 통해서 아들의 연락처를 알아내었으나 입원부터 단 한번도 병원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지인을 통해서만 가끔 연락을 한다고 하여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들에게 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꼭 병원을 방문하라고 전해달라 했으나 오지 않았고 종종 면회를 와 필요한 물품을 사다주고 가던 지인의 면회도 뜸해졌다.


그 사이 환자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의식도 또렷하지 못하고 졸려하고 겨우 이름을 불러야 눈을 뜨는 정도(dorwsy)의 상태가 되었다. 그러던 중 이틀전 환자는 말기암 환자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갑자기 의식이 또렷해 졌다. 더 이상 보호자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견과 함께 환자에게 상태를 솔직히 알려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의료진들 사이에 오고 갔다.


주치의는 환자에게 솔직한 상태를 말하고 연명치료 거부에 대한(DNR)에 대한 설명을 하였고 원한다면 직접 동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설명이 끝나자 마자 환자는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나 이거 서명하면, 이제 금식 안하고 시원한 물 마음껏 먹을 수 있는거야? 죽기전에 시원한 물은 소원없이 먹어보고 싶은데 일주일째 물도 못마시니 더 죽을 것 같아."


의사:"그럼.이제 물 드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대신 조심해서 천천히 드세요"


환자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혈압승압제,항암치료,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연명 치료 거부 동의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실습 마지막날인 오늘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물을 먹는 것을 도와주던 중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들이 안 온다지? 내가 항암치료 안 받고 그런거 한번 연락되면 이야기 해줘..
 그러면 혹시 알아? 곧 죽을테니 귀찮게 안하겠다 싶어서 한번 올지..
그래도 내가 죽을 때 누가 내 손 한번 잡아줬으면 해



 


 이 환자의 말을 듣고 언젠가 책에서 임종의 순간이 왔을 때 환자들이 겨우 겨우 힘겹게 내뱉는 말 중 가장 흔한 말이  "손 잡아줘."라는 말이라는 것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누가봐도 생이 얼마 남지 않아보이는 이 환자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는 아들은 언제쯤 오는걸까... 마음 한쪽이 시려왔다. 그리고 2~3시간 후 환자의 의식상태는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환자가 손 한 번 잡아줬으면 한다는 말이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줄다리기할때 내가 살아있음에 대한 증거와 마지막으로 남은 세상의 온기를 느껴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환자의 손을 꼭 한번 잡아주었다. 암과 싸우느라 그간 지독한 통증과 함께 노력했을 긴 시간을 너무도 고생하셨다고 위로와 기도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결국 실습이 끝날 때까지 병원에는 지인도 아들도 오지 않았고, 보호자가 없는 상태나 다름없어 병원에서는 임종 시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연고자로 처리됨을 공지 받았다.


가족...부모님, 단어만으로 때로는 가슴 한쪽이 먹먹해질 때가 있다.

죽음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

마지막 온기를 느끼고자 손을 내미는 그들에게 끝까지 사랑으로 함께해주는 사람이 늘 많기를 바랍니다.

나의 삶이 유한한 만큼 부모님의 삶 역시 유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어느 노래 가사가 삶의 진리처럼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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