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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마우스 Oct 12. 2018

간호학과 편입생 증원이 답일까?

-간호사, 간호학생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


최근 간호학과 편입생 증원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부족한 간호사 수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5년간 한시적으로 간호학과의 편입학 문턱을 낮추기로 했고, 새 시행령은 2019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5년간 4년제 대학 간호학과의 정원 외 학사편입생 비율을 입학정원의 3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간호학과 학생들을 증원해도 해결되지 않는 인력난이 과연 편입생 증원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일까? 국민들의 건강은 어디로부터 보장되는 것일까?

간호사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내가 실습하면서 겪은 병원 환경으로 볼 때 크게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간호사의 이직률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1.간호사 한 명당 지나치게 많은 환자 수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간호사 한명이 보는 환자 수가 많은 국가 중에 속한다. 내가 실습했던 대학병원은 의료기관 인증 평가에서 간호등급 2등급을 받았으나 실제 간호사 한명 당 보는 환자의 수는 13~15명에 달한다. 8시간의 근무시간이 정규 업무 시간이지만 간호사가 많은 수의 환자를 파악하고 각 환자에게 적합한 간호를 제공하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근무 환경이 이렇다보니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2시간 늦게 퇴근하는것은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놀랍지도 않은 일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일찍 출근하는 시간과 늦게 퇴근하는 것에 대한 추가 수당은 보장되지 않는다. 5년차 이상의 경력직 선생님들도 오버타임을 하게 되고 밥도 못 먹고  화장실 한번 못 가고 빡빡하게 업무를 해야 제 시간에 맞춰서 겨우 끝낼 수 있는 근무환경을 제공하고는 "간호사가 제 시간에 업무를 다 못해서 그렇다."라는 이유로 추가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병원 내 규정으로는 추가수당을 신청 할 수도 있지만, 추가수당을 신청하게 되면 "수간호사의 관리능력 부족 아닌가?"라는 말이 나오며 추가 수당을 신청하기 힘든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다.

이렇게 강도 높은 업무환경이 개선 되지 않는데 간호학과를 다니는 학생만 많다고 해서 인력난이 해결될까?

정말 국민의 건강은 환자의 상태를 예민하게 잘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좋은 간호사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한데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다면 여전히 간호사들이 떠나지 않을까?

실제 간호사 면허를 소지하고 있지만 간호사로 일하는 사람은 채 50%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편입생이 증원된다고하면 면허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증가할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2.신규간호사의 짧은 교육기간

 신규 간호사는 병원에서 자신이 해당하는 부서를 발령 받으면 프리셉터를 만나게 된다. 일반 회사로 한다면 일을 가르치고 인수인계 해주는 사수라고 생각 할 수 있다. 신규 간호사가 프리셉터에게 교육 받는 기간은 2~3개월 정도이다. 이때 해당 프리셉터는 본인의 업무를 그대로 하면서 신규간호사를 맡아 가르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빡빡한 근무 환경에 신규간호사를 챙기고 알려줘야 하는 부담감까지 더해지게 된다. 최근 뉴스에 나오는 "태움"이라는 문화도 이러한 환경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실습 중에 경력직 선생님에게 듣기로는 프리셉터를 하게 됬을 때 받는 수당이 한 달에 5만원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5만원 보다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고 환자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프리셉터를 대부분 하기 싫어한다고 말하기도 하셨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을 2~3개월 정도 받은 신규 간호사는 독립하게 되었을 때 본인의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또 다시 간호 업무 환경의 악화로 느껴지게 만들고 이직을 결정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3.간호사는 소모품이다?

 간호사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간호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택하였다. 실제로 나도 정책적으로 간호학과 학생을 증원하는 시기에 입학 한 학생이기도하다. 그러나 4학년이 되어 취업을 준비하고 실습과 선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듣게 되는 간호사의 업무환경은 여전히 힘들고 고달프며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간호학과 학생을 증원함에도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편입생까지 증원하여 수를 늘린다고 해서 인력문제가 해결될까?

사실 간호학과를 졸업하는 학생의 수가 늘어날 수록 병원의 입장에서는 업무의 개선보다 "본인이 이 일을 버티지 못해서 그만두는 거야. 일해 줄 수 있는 간호사는 얼마든지 있어."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신규간호사들을 계속 해서 채용 할 것이고 경력직 간호사의 비중은 병원 내에서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 글을 통해서 간호학과 편입생 증원이 나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간호학과 편입생 증원이 간호사의 인력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간호사들과 관리자들 그리고 미래의 간호사가 될 간호학생들의 이야기를 반영한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되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랍니다.
"국민의 건강은 건강한 간호사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고, 건강한 간호사는 적절한 업무환경 내에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는 간호사 일 것 입니다."

*이미지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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