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 읽는 여자 Nov 24. 2023

남편의 일주일 싱가포르 연수가
아내에게 미치는 영향

남편 없는 일주일, 나 설레고 있냐?

몇 달을 기다리던 빅이벤트가 드디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여보, 다음 주 싱가포르 가는데 기분이 어때?"

"아~무 생각이 없다."


남편은 포상 휴가로, 다음 주 일주일간 싱가포르로 해외 연수를 간다. 작년에 결정된 사항이고, 올 초부터 계열사별로 순차적으로 싱가포르로 해외 연수를 다녀오고 있는 중이다. 남편 팀은 신청이 늦은 터라 11월 말에야 연수를 가게 되었다. 남편은 아~무 생각이 없다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작년부터 남편의 해외 연수를 몹시, 몹시 기다렸다. 봄부터 다른 계열사 팀원들이 해외 연수를 떠날 때부터, 남편은 아~무 관심도 없는데 나는 무한한 관심을 보였다.


"해외 연수 다녀온 팀들, 어땠데?"

"몰라."

"이야기 안 해?"

"아~무 관심이 없다."


남편은 그때나 지금이나 연수에 아~무 관심이 없다. 나만 관심이 지대하게 있다.


"여보, 이제 이틀만 회사 가면 싱가포르 가네."


이젠 아~무 대답도 안 한다. 나는, 다이어리고 탁상 달력이고 남편의 싱가포르 해외연수를 킹 대문자 사이즈로 적어놨다.


남편 없는 일주일, 나 설레고 있냐?


나는, 남편의 싱가포르 해외 연수에 너~무 생각이 많고, 너~무 관심이 많다. 그냥 생각만 해도 웃음이 막 삐져나올 정도로 좋다. 이건 마치, 부모님이 집에 없을 때 설레던 어린 시절 내 모습 같다. 딱히 부모님이 있을 때나 없을 때의 차이, 남편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킹 사이즈로 나는 건 아닌데, 왜일까?


왜 때문에 나 설레는데?


그 설렘은 해방의 느낌이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6시 되기 전에 출근하는 남편은, 저녁 8시 무렵에야 집에 돌아온다. 남편과 있는 시간이래야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게 짧은 시간 마주하는 남편인데도 일주일간의 부재는 나에게 '해방감'을 준다.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이 해방감이 몹시 설렌다. 아이들과 나는 벌써 셋이 한 침대에 잘 생각에 좋아죽는다.


일단, 다음 주 내내 새벽 5시 30분 알람을 꺼버려야지. 늦잠을 자고 말겠어. 새벽 기상해서 글도 쓰고, 책도 읽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는 거 안다. 하지만,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철저한 태양형 인간이다. 태양이 반짝이는 시간에 내 뇌도, 내 몸도 반짝인다. 그러려면 새벽엔 자야 한다. 아침 7시 알람을 맞춰야지...


다음, 하루 한 끼 먹는 남편을 위해 신경 썼던 저녁식단에서 자유. 아이들 식사와 내 먹을거리만 챙기면 되니 벌써부터 마음이 가볍다. 다음 주엔 아무것도 안 먹어도 배부르겠고, 어머! 다이어트까지 되게 생겼다. 오예!


그리고, 또, 또, 뭐가 있지. 아이 설레. 설레...



*제목 사진: © huchenme,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100만 원 덜 벌고 100만 원 덜 썼더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