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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읽는 여자 Nov 28. 2023

동네 단골 빵집 사장님의 고~요한 빵

고요한 빵집 사장님의 빵 언어

이곳에 이사 오면서 소원이 딱 2가지 있었다. '커피' 랑 '빵' 맛있는 가게.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이곳이 어떤 곳이든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5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아파트 주위로는 먼저 생긴 아파트 단지 하나 빼고는 쌩~한 허허벌판이었다. 아파트 앞에 역이 들어설 예정이라던데, 그럴 기미 아니 그럴 필요가 1도 없어 보였다. 뭐가 있어야, 누가 있어야지...


5년이 지났더니, 아파트 단지가 5개가 들어섰다. 하!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는 속도는 게임도 되지 않게 상가들이 빛의 속도로 불어났다. 프랜차이즈 커피가게와 빵가게가 정말이지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겼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커피', 내가 원하는 '빵'가게는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겨울 끄트머리에 주택단지내 1층 상가에 빵가게가 생겼다.


빵가게 외관만 봐도, 맘에 딱 들어버렸다. 빵 맛이 딱 느낌이 와버렸다. 외관부터 내 마음을 뺏은 동네 빵집, 문을 딱 열었더니 여긴 어디? 프랑스, 이탈리아?


이건 동네 빵집의 클래스가 아니었다. 왜 이렇게 세련된 건데... 뭐 하나 뺄 것 없이, 깔끔 그 잡채였다. 빵은 또, 내가 좋아하는 유럽빵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프랜차이즈처럼 온갖 빵들이 나와있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은 빵들이 아주 소박하게 진열돼 있었다. 바게트, 치아바타, 크루아상... 내가 만날 먹는 빵들. 이건 먹어보나마나 맛있을 각이었다. 먹어보니, 감동 그 잡채. 이건 선수의 솜씨였다. 이 빵집 사장님 정체가 뭐지?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첫날 이후, 거의 매일 동네 빵집에 들렀다. 빵집은 초등학교 앞, 주택 지구에 있어서 토요일 오후가 가장 한가했다. 그 한가한 틈을 타서, 빵집 사장님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내가 뭐라고 싶지만, 동네 빵집을 오래도록 기다려온 사람으로서, 마침내 찾은 동네 빵집에 홀딱 반한 단골손님으로서, 아주 아주 전직 휴먼다큐를 만들던 작가로서... 이렇게나 이유를 많이 만들어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기분이가 너무 좋아서 그랬다.


"사장님, 저 인터뷰 요청해도 되나요?"


사장님, 몹시 당황하셨다. 그래도 단골손님이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껏 답해주셨다. 사장님은 이곳이 고향이라고 하셨다. 서울 유명 베이커리에서 일하다, 자신의 고향사람들에게도 맛있는 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이곳에 빵집을 차렸다고 했다. 사장님은 30대 초반의 아주 젊은 베이커다. 새벽 4시에 출근해 천천히 빵을 만든다고 했다. 사장님은 빵을 만들고, 어머니가 카운터를 보셨다.


동네 빵집은, 나의 자랑이 되었다.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무조건 동네 빵집 맛을 보여준다. 누가 내가 사는 동네 뭐가 맛있냐고 물으면 나는 무조건 우리 동네 빵집을 1순위로 꼽는다.


동네 빵집이 1주년을 넘어, 이제 올 겨울을 넘기면 2주년이 된다. 그 사이 사장님은 올 가을 결혼식을 올렸다. 2주간 빵집을 비운 사이, 나는 미리 사서 얼려둔 동네빵집 빵을 먹었다. 다른 빵집, 가지 않는다. 사장님이 다시 빵집 문을 열었을 때, 미리 사둔 작은 결혼 선물(커피 드립백 세트)과 편지를 전했다. 제빵실에 있던 사장님은 물 묻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선물을 받았다. 그리곤,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감사 인사를 건넨다. 이게 뭐라고... 사장님 덕분에 맛있는 빵 먹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데... 편지에도 그렇게 썼다. 결혼 축하 인사와 함께 '맛있는 빵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라고...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빵집에 들렀더니 카운터를 보시는 사장님 어머니가 바게트를 주신다.


"바게트 좋아하시죠. 사장님이 오시면 챙겨드리라고 했어요."


제빵실에서 소리를 들으셨는지, 사장님이 나오신다.


"선물 주신 커피 맛있게 잘 마셨어요."


그리곤, 말이 없다. 카운터 주변을 서성이신다. 말을 더 하고 싶지만, 말주변이 없으신게다. 나는 알고 있다. 1년 넘게 봐온 동네 빵집 사장님은 말이 없으신 분이라는 걸. 말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빵으로 이야기하는 분이라는 걸.


손님은, 고요한 사장님의 이야기를 빵으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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