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어른의 새로운 모델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관객돌파가 반가운 이유

by 김준정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관객돌파가 반가운 이유는 장항준 감독이 성공한 어른의 새로운 모델이 되어주어서다. 성공이 덤 같은 것이 되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 왔는데, 그가 이번 기회에 보여준 것 같아서 반가웠다.


성공을 위해 지난 모든 과정이 있었고, 이제야 인정을 받게 되어 벅찬 모습이 아니라, 단순하게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그건 어쩌면 박수를 받지 못한 지난 시간도 충분히 의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왕과 사는 남자>는 계유정난으로 불리는 왕위를 둘러싼 혈투가 아니라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를 영월의 작은 마을로 가지고 와서 풀어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승리를 이룬 수많은 사람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감독이어서 신선하고 정겨운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나는 <왕과 사는 남자>을 보는데, <리바운드>가 떠올랐다.


이전에 익히 봐왔던 스포츠 영화는 <록키>처럼 주인공 한 명이 불굴의 투지로 난관을 극복하고 승리해서 부와 명예를 얻었다면, <리바운드>는 선수는 물론 감독까지 어딘가 조금씩 결함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2012년 전국 대회에서 단 6명으로 기적 같은 준우승을 이룬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고교 농구 결승전에서 패배로 끝이 나고, 대신 이런 자막이 나온다.


“부산 중앙고는 63: 89로 패했다. 두 명이 5 반칙 퇴장한 상황에서 교체멤버가 없는 부산 중앙고는 3명이서 4 쿼터를 이어 나갔다.”


그 세 명의 선수 중 한 명이 배규혁 선수다. 규혁은 발목 부상을 당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했다. 그 후 선수생활을 포기했다가 강양현코치의 설득으로 다시 농구를 시작한다. 강양현 코치 또한 고교농구 MVP까지 올랐지만, 이후 프로 2부 리그에 머무르고 만다. 하지만 코치로서 농구를 계속한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순간이다. 그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영화는 보여주었다.


<리바운드>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몰입되어서 농구장에 온 것처럼 응원하고 안타까워했다. 2시간 후 영화관을 나올 때 누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에게 돌아오기라도 한 것 같았다. 내 욕심이 사라진 후의 깨끗한 기분을 느꼈다. 이런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어서 장항준 감독에게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각자 집에서 OTT를 보는 사람들을 오랜만에 극장으로 모이게 했으니. 다 같이 영화를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 순간만큼은 하나로 연결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




<휴재공지>


독자님들, 3월 한 달은 원고 교정 작업으로 연재를 쉬어가겠습니다.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내 마음을 풀어놓는 글을 쓰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보이는 모습이 다는 아니겠지만, 장항준 감독처럼 유쾌하게 그 과정도 즐기고 싶은데, 어렵네요. 틈틈이 <이번에는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연재글감을 찾아서 써놓겠습니다. 독자님들 브런치에 좋은 작가님 글 두루 읽으시다가 4월에 만나요.

KakaoTalk_20260309_170402798.jpg


이전 08화기껏해야 어묵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