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미움받을 용기> 되는 거 아니야?

by 김준정

햇님대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출판사에서 오래 근무한 베테랑 편집자였다. 그 시절, <미움받을 용기>가 국내 출판 시장에서 입찰 경쟁이 붙었을 때 그녀는 원고를 읽고 성공을 예감했다. 프로이트와는 다른 아들러의 이론이 낯설게 여겨지던 분위기 탓에 다른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못했다. 몇 차례 회의 끝에 결국 그 출판사는 입찰을 포기했다.


이 이야기는 출간기획서 쓰기 강의에서 들었다. 햇님대표는 지나가듯이 했지만 나한테는 내 귀에 캔디처럼 정확히 꽂혔다.


“뭐야? 지금 <미움받을 용기>를 알아본 사람이 지금 내 글을 선택한 거야? 내 책 <미움받을 용기> 되는 거 아니야?”


내가 김칫국물을 사발채 들이키는 소리를 하자, 옆에 있던 윤희가 “그래그래, 그렇게 생각해라”라고 했다.

햇님대표는 1인출판사를 차린 후 대형 출판사의 그늘 아래 있을 때는 몰랐던 냉정한 현실을 마주했다고 했다. 늘 신속하게 연락을 주고받았던 인쇄소 사장님한테 문자를 했는데 답이 없거나 신간홍보를 위해 찾아간 서점 출판담당 직원에게서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할 때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거기다 경영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질 때면 자신이 한 선택이 잘 한 선택인지 의심과 후회를 오갔다고 했다.


지난 2월 21일, 군산에서 동네서점 북페어 <BOOK SCENE: 기록>이 열렸다. 책과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와 강연과 체험행사가 있었다. 그중 '십분 세바시'는 내가 사회를 맡고, 햇님대표가 강연자로 참여했다. 나는 관객 질문을 유도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서두에 꺼냈다.


“박햇님 대표님이 한 강연에서 ‘망하지만 말자’가 목표라고 하셨어요. ‘자립과 성장을 돕는 책’이라는 차츰 출판사 모토에 맞는 책을 꾸준히 내다보면 충성독자가 쌓이고, 그러면 계속 다음 책을 낼 수 있을 거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을 들어보고 싶어요.”


“어떤 출판사 대표님은 투자를 한만큼 수익이 생긴다고 홍보에 투자를 많이 하세요. 저는 돈이 없기도 하지만, 광고비를 많이 쓰면 그만큼 팔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길 것 같아요. 저한테는 한 권, 한 권의 매출보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책을 꾸준히 내는 걸 목표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이어서 1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 서점 운영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 걸 시작으로 출판사를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분, 도서도매업을 하는 분이 연이어서 질문을 했다. 질의문답 시간은 30여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공을 주고받는 것처럼 활기찬 시간이었다. 나중에 행사를 주최한 한길문고 대표님으로부터 질의응답시간이 도움이 되었다는 관객의 소감을 전해 들었다.


사람들은 베스트셀러작가의 강연이라는 이유 하나로 오지 않는다. 한번 가볼까 하는 호기심에서 강연장에 걸어 들어오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자기와의 접점이 있어야 한다. 이건 내가 서점에서 하는 행사에 관객으로 참여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알게 된 사실이다.


햇님대표와 대화를 하면서 일반적인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그가 하는 조언에도 그 태도가 녹아있다. 출간기획서에 베스트셀러를 유사도서에 쓰지 말라는 것, 내 책이 놓일 작은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그것이다.


1차 교정 작업을 하면서 나에게 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이혼은 사실 숨길 일도 아니고 어쩌면 보편적인 일이 되었잖아요. 그래도 사회 통념을 깨지 못한 사람이 있어서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인사이트를 줬으면 좋겠어요. 무사히 이혼해서 잘살고 있어요가 아니고 이혼여부와 상관없이 독립을 잘 짚어주는 책이 되면 좋겠는 거죠. 가족 안에서의 독립이 될 수도 있고요.”


“작가님 글 중에 스스로에게 한번 더 질문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혼자의 삶을 준비하는 부분이 부족해요. 지금 원고의 미미한 부분을 잡아줄 원고가 몇 개 추가되면 좋겠어요. 3인에서 2인으로 그리고 1인의 삶을 준비하려면 자신에게 집중하는 게 필요하잖아요. 제도에 대한 이야기도 필요하지만 내 생애를 돌아봤을 때 건져 올린 질문과 답 같은 거요.”


“이혼한 뒤에서 비로소 독립이라는 걸 한 것 같다, 이 포인트도 좋았어요. 범사회적으로 결혼을 권한다 권하지 않는다 이런 글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을 통해서 결혼이라는 제도가 불합리하긴 한데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독립을 하지 못했을 수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써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내 책의 주제,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언뜻 떠오르는 것 말고 깊숙이 자리 잡은 무언가를 찾는 기분이었다. 혼자는 길을 잃어버리거나 적당히 타협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편집자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찾으려던 것이 이것이 맞냐고, 더 없냐고, 미심쩍지 않냐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찾아보라고 해주는 사람.


같은 소재의 글들 중에서 내 글만의 좌표를 찍는 과정이 교정이라면, 나는 지금, 내 좌표를 찾는 중이다.

KakaoTalk_20260406_152431519.jpg 동네서점 북페어 <북신>에서 책 판매 부스도 운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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