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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Feb 01. 2019

The Met Cloisters

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첫 번째 공원 이야기. Part 3

클로이스터는.. 엄밀히 말하면, 공원은 아니고 박물관인데, 공원으로서도 충분히 훌륭할 만큼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정원이 참 아름답다. 클로이스터를 처음 가봤을 때만 해도 난 박물관과 매우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곳은 나에게는 공원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 물론 박물관이니까 덩달아 멋진 전시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곳이고.


아마도 처음 뉴욕을 방문하거나 방문을 계획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잘 모르고 있을 것 같다. 클로이스터는 MET 박물관에서 함께 운영하는 곳이고, 현재는 박물관이지만 예전에는 수도원이었던 곳이다. 직접 보면 설명 없이도 수도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은근히 사진을 어디서 찍어도 잘 나온다.

너무 멋졌던 나무 앞에서.

맨해튼에 있지만 어퍼 웨스트사이드보다 더 북쪽에 있어서 접근성은 좀 낮은 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경우 맨해튼 미드타운 기준으로 30분 정도는 걸리고, 택시를 탄다면 15분 정도면 가니까 Uber, Lyft, Via 등을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뉴욕에 가면 볼 곳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없을 수 있으니, 7일 이상 일정이 확보되어 있고, 계절이 봄, 여름, 가을일 경우 격하게 추천하는 곳이다.


인턴 생활을 할 때, UN본부 내 회의장에 출입하려면 출입증을 발부받아 소지하여야 했다. 그런데 이 출입증에는 몇 가지 혜택이 있었다. 벌써 3년도 더 된 일이라, 다른 건 기억이 안 나고 MET 박물관 무료입장은 (이용을 했던 터라) 기억이 난다. 물론 당시만 해도 The MET Fifth Ave(보통 이야기하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기부 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에 큰 메리트라고 생각은 안 했었는데(2018년 봄부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기부 입장이 없어졌다. 재정문제 때문이라고 들었다. 사실 기부 입장하면 적어도 1인당 몇 달러는 해야 하는데 1달러만 내고 몇 장씩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니까...), UN 인턴을 하며 가장 좋았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UN출입증으로 클로이스터 무료입장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낙엽이 지던 가을날 주말, 같은 위원회(제6위) 소속 2명의 인턴 동생들과 주말 나들이로 클로이스터를 가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UN 대표부 인턴 이야기는 다른 장에서 자세히 이야기보따리를 풀겠지만, UN 제6위원회는 International Law and Treaty(국제법과 조약)를 담당하는 위원회이다. 우리들은 제6위원회의 각 회의에 들어가 미팅 노트를 작성하며 아침부터 밤까지 두 달간 함께 동고동락하며 일해서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아직도 1년에도 두세 번 이상 만나고 있고 항상 만나면 인턴 시절에 함께한 힘들었던 추억을 소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멋진 스테인드글라스, 고풍스러운 복도!

역시 수도원 건물이었던 탓에 매우 고풍스러운 석조건물이 정말 멋졌다. 당시 하던 전시는 유럽의 중세 시대가 주제였는데, 옛 수도원 건물에서의 전시라 그런지 기분이 색달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사실 전시내용 보다 더 좋았던 것은 주변 경관이다. 전시회가 열리는 건물 주변이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는데 주변 경치와 너무 잘 어우러져 있다. 뭔가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라 그런지 다소 쓸쓸한 느낌도 주었지만, 그 자체로 다른 시대,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 북적거리는 맨해튼 중심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바로 이런 점이 뉴욕의 매력 같다.  맨해튼의 중심가는 고층 빌딩, 인도를 바삐 걸어가는 뉴요커들과 관광객들, 막히는 도로 등으로 매우 복잡하지만, 센트럴파크 같이 큰 공원을 비롯해 곳곳에 자리 잡은 수많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나마 나무가 가득한 싱그러운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보면, 바삐 돌아가는 도시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 뉴요커들이 이해가 된다. 또 한편으로는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복잡한 빌딩 사이를 다니다가 한옥마을을 보며 느끼는 감동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유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뛰기’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놓고 싶어 졌다. 미국에 자주 가보기 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미국인들은 건물 안이나 거리에서 잘 뛰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조깅 제외! 주로 뛰는 건 한국인 같은 동양인들이라고. 그런데 UN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매일 걷던 출근길(당시 지하철로 출퇴근을 했는데,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내려서 대표부 건물까지 걸어갔다)에서는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바쁜 발걸음과 뛰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장면을 처음 보는 나로서는, 아 이 사람들도 뛰어가네?! 이런 느낌을 받았다.. 랄까. ‘당연히 출근길이니 뛸 수밖에 없지’ 하면서도, 사실 상대적으로 뛰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아침 출근길에 꼭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 가니 뛸 수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만큼 출근길에 있던 스타벅스의 줄이 매우 길었던 것도 처음엔 인상 깊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한 번은 UN 본부에서 한창 위원회 회의가 많이 열리던 10월 중순쯤이었는데, 기나긴 회의가 끝나고 회의장을 나와 로비 쪽으로 나왔는데 회의장에 휴대폰을 두고 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아뿔싸. 급하게 되돌아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했는데 바로 가드 아저씨들한테 제지당했던 일이 있었다. 아 민망해라... 민망했던 순간이었다. UN 본부는 아무래도 테러 위험 등등 보안 문제 때문에 더욱더 건물 내에서 뛰는 것은 금지되고 있는 것 같았다.

포토 스팟!
정원 곳곳.

다시 클로이스터 이야기로 돌아와서,

클로이스터 곳곳을 산책하다 보면 흔히 말하는 소확행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비행기를 타고 14시간을 날아 뉴욕에 가는 것 자체가 소소한 일은 아닐 수 있지만.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에 바닥에 켜켜이 쌓인 낙엽을 바스락바스락 밟으며,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는 확연히 다른 부드러운 햇살과 기분 좋을 정도로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낀다는 것. 그 자체로 행복하지 않을까. 아쉽게도 내가 클로이스터를 간 날은 약간 흐린 날이었지만.


시끌벅적한 도시로서의 뉴욕도 사랑스럽지만, 곳곳에 남아 있는 옛날 옛적의 흔적들을 고요한 기분으로 마주하는 것도 이제는 나에게 기쁨을 주곤 한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 싶기도 한순간.


그런데 아쉽게도 클로이스터 주변에는 딱히 먹을 데는 없다. 클로이스터 안에 카페(The Trie Cafe)가 있으나, 맛은 없다고 한다...! 나 역시 감히 시도하지는 않았다! 클로이스터에 갔던 날 매우 맛있는 초밥집에 갈 예정이었으니까. 클로이스터를 보고 뉴저지로 넘어가서 먹은 초밥의 맛은 정말 꿀맛이었고 뉴저지에서 바라보는 맨해튼의 야경도 너무나 멋졌다. 사진 초보가 사진으로 담기 어려울 만큼.

여기도 역시나 문을 일찍 닫는 편(오후 5시 정도)이니, 부지런하게 일찍 다녀오는 것이 좋다. 또 MET 박물관 시리즈(The Met Fifth Ave, The Met Breuer, The Met Cloisters)는 3일 연속으로 방문하면 어느 한 곳의 티켓(어른 기준 25달러)으로 다 볼 수 있으니, 경제적으로 문화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25달러로 3곳 아니 2곳만 보아도 본전을 뽑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The Met Fifth Ave와 The Met Cloisters는 꼭 가보길 추천!

그 외 자세한 정보는 MET 박물관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metmuseum.org/visit/met-cloisters


● 주소: 99 Margaret Corbin Dr, New York, NY 1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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