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두번째 커피 이야기. Part 2
아브라쏘는 2018년 여름 휴가 때 처음 가본 곳이다. MJ언니의 강력 추천으로, 빈티지샵 나들이를 가는 길에 들러보았다. Abraço는 포르투갈어로, 포옹(hug)을 뜻한다고 한다. (제목에 아브라쏘를 써넣고 싶었는데 포르투갈어 입력이 이상하게 안되어 불가피하게 Abraco가 되어버린...)
새로 오픈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인기 폭발이라 작던 가게를 좀 더 키운 것이라고 들었다. 가게가 약간 반지하같이 되어 있고, 간판만 작게 있어서 지나치기 쉬우니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길! 화장실도 잘 되어 있고, 앉을 자리도 많다. 다만, cash only이니 현금을 준비할 것!
당시 일정이 일주일뿐이고 위치가 이스트빌리지쪽이라 동선상 두 번은 못가본 곳이라 아쉬움이 남아 있는 곳이다. 날은 한여름인 8월초였지만, 차가운 라떼로는 본연의 맛을 잘 못느끼는 편이어서 따뜻한 라떼를 주문했다. 마시면서는 약간 후회도 했다. 너무 덥고 습한 날이었으니까.
블루보틀이나 스텀타운과는 다른 맛. 고소하고 진한 맛이긴 한데, 원두의 맛이 색달랐다. 과일향이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마구마구 신맛은 아니고, 진하지만 부드럽고 고소한데 과일향이 느껴지는 맛!
딱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는데, 그날따라 느지막히 일어나 게으름을 부리며 아침을 막 먹고 나온 터라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게 되었다. 계획적이었다기보다는, 커피를 주문하려고 기다리면서 본 빵들 때문이었다. 너무나 먹음직 보암직?한 자태에 어느새 주문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주문을 받고 있던, 중성적 매력을 내뿜었던 시크한 숏컷 여인에게 ‘저 빵은 뭐야?’ 하고 물으니,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다소 긴 설명! 빵에 초콜릿과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섞어 구웠다는 설명! 음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쳐가며 주문을... 어느새 ‘그것도 주문할게!’ 하고 있는 나의 모습.
그런데 빵 사이즈가 좀 커서 6불 정도 할거라 내심 생각했나보다. 높은 뉴욕 물가에 익숙해진 난 따뜻한 라떼 한잔과 빵 한 조각에 9불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말?? 9불이야?? 생각보다 싼데?!’라고 얘기했더니, 시크한 여인은 나에게 자기네 가게는 매일 빵을 직접 굽는다는 설명을 해줬다. 처음엔 내가 비싸다고 하는 얘기인줄 안 것 같았는데, 내가 싸다고 하니 약간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테이블에 앉아 조금 기다리다, 주문한 커피와 빵이 나왔다. 커피랑 빵을 받아들고 테이블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드는 생각! 빵이랑 커피에 9불이 왜 싸게 느껴졌을까!! 비싼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팁 1불을 추가해 10불을 냈는데.. 확실히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에 익숙해졌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물론 잘 찾아보면 만족감 대비 저렴하게 먹을 음식도 많다!)
빵이 꽤 커서, 큰 사이즈 라떼와 함께 빵을 거의 다 먹고나니 배가 불렀다. 빵을 설명하자면 처음 딱 봤을 때는 약각 퍽퍽한 파운드케익 같은 식감일 줄 알았는데, 마치 식빵을 조각조각 잘라서 1차로 오븐에 살짝 구운 다음, 초콜릿과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마구 섞어 함께 구운 것 같은 식감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전체적으로는 살짝 쫄깃하기도 했다. 속은 촉촉하고. 결론은? 맛있었다!!!! 입에 넣고 씹는 순간 미간에 주름이 딱! 잡히게 하는 맛이었다. 달달했지만 막 미치도록 단 맛은 아니어서 커피와 찰떡궁합이었다.
사람의 입맛은 정말 변하나보다. 전에는 초코퍼지같이 미치도록 단 맛도 좋아했는데, 요즘은 미치도록 단 맛은 손이 가지 않는다. 적당한 단맛이 기분도 업! 에너지도 업! 시켜주는 것 같다. 커피맛을 충분히 느낄 새도 없이 달달한 빵을 덥석 먹어버렸더니, 그 뒤로는 강렬한 빵 맛에 대한 기억뿐이다. 당시 커피의 느낌을 더 자세하게 기록해둘걸 후회가 조금 밀려온다.
이 글을 쓰며 구글맵을 보니, 아브라쏘에 대한 평점은 무려 4.7이다!! 카페 평점으로는 매우 높은 점수여서 이미 뉴요커들에게 검증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첫 모금의 진함과 고소함은 분명하니, 마셔보면 분명 맛있다!를 외치게 될 것이다.
아브라쏘 매장 바로 옆에 즐겨가는 빈티지샵 Tokio7이 있어서 더욱 금상첨화였는데, 이날도 빵을 다 먹자마자 서둘러 빈티지샵으로 향했다. ‘어떤 보물같은 아이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빈티지샵 쇼핑은 정말 복불복이어서, 어떤 날은 득템을 못할 경우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보게 되면 마치 운명적인 만남을 한 것과 같은 기쁨이 있다. 아브라쏘에서 당 충전을 한 후 즐겁게 쇼핑 삼매경에 빠져보길! (Tokio7에 대한 글도 써볼 예정이다.)
● 주소는 81 E 7th St, New York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의 이스트빌리지에 있다.
주의할 부분은 문을 오후6시에 닫는다는 점. 항상 시끌벅적 붐비는 미드타운 쪽 카페들도 7-8시면 닫는 경우 가 많은데, 이곳은 더 빨리 닫는다. 낮에 방문하길! Cash Only라는 점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