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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Oct 31. 2018

특별한 할로윈 이야기

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특별편: Halloween

10월 말에 뉴욕에 간다면 반드시 즐겨야 하는 것은 바로 할로윈 축제! 10월 31일에 열리는 뉴욕의 할로윈 행진을 함께 해본다면, 정말...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2015년 가을의 뉴욕을 만끽하던 중 가장 신났던 추억은 할로윈 행진과 파티였다. 당시 10월 31일이 토요일이었는데, 평일인 금요일 저녁에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할로윈 파티에 갔고, 할로윈 당일에는 맨해튼 전역을 도는 할로윈 행진을 구경할 수 있었다.     


우선 먼저 준비할 것은 바로 의상!

할로윈 전야제 며칠 전, 주UN 대한민국 대표부 인턴들과 파티 의상을 파는 Party City로 갔다. 가게는 할로윈 의상과 분장용품을 사러 온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의상도 너무나 다양한데다, 좀비나 시체 코스튬과 어울리는 분장용품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대부분의 의상이 50불 이상이어서 한번 입을 옷에 지출을 하는 것이 한편으로 내키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험이었다.     


● Party City 주소는 223 W 34th St, New York     

어른 코스튬 섹션에서 어울리는 코스튬을 보려다가 키도 크고 체격이 있는 서양인들이니 어른용은 큰 수도 있겠다 싶어서 주니어용에서 고르기 시작했다. 정말 종류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뱀파이어 의상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것!

가게 안에 있던 카달로그 속, 눈길을 끈 코스튬은 뱀파이어!


마침 롱부츠를 뉴욕에 가져간 덕에 코스튬에 어울릴 거라 생각하며 미드나잇 뱀파이어 코스튬을 골랐다. 원피스와 장갑, 망토로 구성된 세트였는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워낙 뱀파이어 영화를 좋아했던 나지만, 첫 할로윈에 리얼한 무시무시해 보이는 뱀파이어 코스튬은 어려웠고 딱 요정도가 시도해볼만 했던 것 같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부터 트와일라잇 시리즈까지 모든 뱀파이어 관련 영화라면 빼놓지 않고 보아온 입장에서 뱀파이어 코스튬은 운명과도 같았다. 후후 이제 입고 파티에 갈 일만 남았군!


10월 30일에 UN본부 내에서 콜롬비아 대표부가 주최하는 할로윈 파티가 있었다. 주 참여자는 인턴들! 주UN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일하면서 우리 대표부 리셉션뿐만 아니라 싱가폴 대표부 리셉션이나 국제상거래법 세미나 등에 참여해서 일도 하고 파티도 즐겼었지만, 할로윈 파티 같이 그냥 노는 파티, 신나는 파티는 처음이었다.     


파티 당일 우리 인턴들은 금요일 근무를 마친 후 저녁을 간단히 먹고  UN 근처의 숙소에 가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각자 일할 때 입었던 정장을 할로윈 코스튬으로 갈아입고, 서로 화장하는 것도 도와주고 준비과정을 사진으로 담다 보니 파티에 갈 시간!     


UN본부!

UN본부에서의 위원회 회의 참석을 위해 매일 본부 건물에 갔지만, 저녁에 보는 UN건물은 또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UN본부에서 다른 국가의 대표부가 개최하는 파티 참석은 할로윈 파티가 처음이어서 다들 설레어하면서 파티장으로 향했다. 파티장 규모는 아주 크지 않았지만, 일만 하던 건물 한켠에서 파티를 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파티장에 가까워질수록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려왔는데, 역시 콜롬비아 대표부여서 그런지 라틴 아메리카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음악이었다. 간단히 먹을 음식과 술도 팔고 있었다. 큰 음악소리 때문에 다른 대표부의 직원들이나 인턴과 통성명을 할 수는 없었고, 그냥 안녕! 이라는 인사 정도만 이라고 한 후, 우리들 뿐만 아니라 다른 대표부 인턴들과 어울려 춤추고 놀기 시작했다. 다들 할로윈 코스튬을 준비해 와서 입고 있었는데, 나중에 할로윈 퍼레이드 당일에 보니 퍼레이드에 나온 사람들의 분장과 의상에 비하면 다들 정말 그 정도는 약과였다는 걸 알았다.      

왼쪽: 일부 초상권 동의를 못받은 경우는 부득이하게 편집! 오른쪽: 인턴동생들과!

나 역시 뱀파이어 코스튬을 입고 갔는데 처음에는 어색해서 적응이 되질 않았다. 내 평생 처음 가는 파티에, 코스튬까지 입다보니 나름 굉장히 큰 도전이었다. 다행히 30분 정도 웃고 떠들다 보니 신나는 파티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물론 춤을 제대로 춰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어떻게 춤을 춰야할지도 모르겠고, 자칫 막춤이 될까 걱정을 하면서 조심스레 춤을 췄었는데, 내가 파티 내내 거의 한 가지 동작으로 춤을 췄다는 목격담을 나중에 듣게 되었다.


나의 춤사위는 위로 찍고 아래로 찍고 수준! 정말 그때만 해도 나 자신을 내려놓지 못해서, 리듬만 타는 수준으로 춤을 췄지만, 인턴 동생들과 재밌게 놀았다는 것만으로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인턴 동생 상우의 놀림을 받긴 했지! 그래도 이러한 나의 춤 실력이 멕시코에서 있었던 동생의 결혼식에서는 일취월장을 하였다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남겨본다. 역시 자신을 좀 내려놓아야 하나보다.

인턴동생들. 남자들은 아마도 다른 대표부 사람과 그 친구였던 듯.

파티장에는 엘비스 프레슬리 분장을 한 사람, 경찰 분장을 한 사람, 남자인데 마릴린 먼로 분장을 한 사람 등등 각자 코스튬을 입고 신나게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미였는데, 서로 처음 만났지만 코스튬을 입은 상대방의 사진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서로 서로 함께 사진찍기를 요청했다. 물론 지금 사진들을 찾아보니 많이 안찍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지만.


저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곳은 UN본부 건물 내부 벽화 중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관한 대형 벽화 앞! 벽화는 벨라루스에서 기증한 작품이다. 당시에 일하면서 투어를 신청해서 들은 적이 있는데 자세한 설명은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인상적인 벽화 중 하나였다. 당시만 해도 미술 작품 같은 데 관심이 워낙 없어서 기억에서 자동 삭제가 된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      


뱀파이어 코스튬도 입었겠다, 나름 립펜슬로 입가에 피 흐른 자국도 그린 채로 포즈를 취했는데, 할로윈 파티 중 찍었던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두둥!!


10월 31일에 하는 할로윈 퍼레이드는 UN파티 다음날이었다. 오후 늦게 뱀파이어 코스튬을 입고 나와,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곳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나와 1번 레드라인 지하철을 탔는데. 맙소사 정말 할로윈 데이 당일이구나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할로윈 당일 지하철 모습

길거리 곳곳에서 다양하게, 개성 있게 분장한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퍼레이드 시작점으로 찾아갔는데 이미 일부 도로가 차량통제 중이었고,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어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일행과 함께 움직이는 경우라면 쉽사리 일행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는 상황. 이 날은 같은 숙소의 대학생 동생과 함께 나갔다가 퍼레이드 시작 직전에 서로 잃어버렸는데, 어차피 그 인파속에서 서로 찾는 것이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따로 놀다가 들어왔다. 그 정도로 정말 사람이 많았다.


 사실 퍼레이드에 함께 하려는 인파 때문에 기본적으로 경찰병력이 많이 출동을 하겠지만, 2015년 가을에는 뉴욕에 테러 위협이 자주 있었던 터라 (실제 어느 날의 출근길에는 펜 스테이션에서 총격사건도 있었고, UN본부 테러위협도 있었다) 할로윈 퍼레이드 주변의 경찰들의 경계도 꽤 삼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당시는 이미 한 달 정도 뉴욕에서 지내다보니, 생각보다 매우 안전한 곳이란 생각에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물론 타지에서는 항상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퍼레이드를 함께 하러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정말 대강 분장한 것이 아니라 좀비영화나 공포영화에 당장 출연시켜도 될 만큼 정교하게 분장도 하고, 의상도 신경을 정말 많이 쓴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나는 정말 코스튬만 입었지, 분장 수준의 화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끄러울 정도였다. 자세가 안 되어 있어! 반성이 절로 나왔다.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나의 얼굴은 쌩얼 수준임을 깨달았다. 게다가 추워서 코스튬 위에 가죽자켓을 입는 만행까지. 코스튬을 욕되게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건강은 소중하니까(아니 저질체력 때문) 어쩔 수 없었다. 평생 한번 해보는 할로윈 퍼레이드였는데 아직도 후회되는 추억의 한 조각이다.     

    

왼쪽 여자분들 넘 깜놀하게 무서웠다. 오른쪽은 인상적이었던 V  for Vendetta 가면


와우. 정말 퍼레이드가 아니고 골목에서 마주친다면... 진심으로 무서웠을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특히 멋졌던 코스튬은 시체나 좀비 코스튬이었다. 좀비나 슬래셔 무비를 좋아하는 취향 탓이다(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정신없이 퍼레이드 인파 사진도 찍고, 함께 찍고 싶은 경우엔 같이 사진 찍자고 하면서 추억을 남겼다. 마지막 사진은 가족과 함께 나온 MTA 코스튬 꼬마와 함께 찍은 사진. 요 꼬마랑 여동생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뉴욕 지하철 MTA 직원 복장을 한 요 꼬마가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화장이 너무 약해 할로윈 메이크업으로 후보정을 했다!

퍼레이드를 끝까지 보는 건 역시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 사진도 찍고 분위기를 즐긴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뉴욕의 아이들.

지하철 안에서의 춤 공연까지 보며 무사히 귀가했다.      



 퍼레이드를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코스튬도 사보고 뉴요커들과 함께 퍼레이드를 즐겨본다면 뉴욕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 할로윈 퍼레이드 장소 및 시간

보통 10월 31일 저녁 7시부터 시작하여 10시 30분에 종료.

장소는 SPRING STREET에서 시작하여 16TH STREET까지 진행되고, 다만 퍼레이드 하고자 하는 인원은 바리케이드 안에 들어가야 하므로 퍼레이드 자체에 함께 참여하려면 출입이 가능한 곳이 정해져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여야 한다.

http://halloween-nyc.com에서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Happy Hallo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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