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두 번째 커피 이야기. Part 1
뉴욕의 커피 이야기 첫 번째는 바로 Stumptown Coffee Roasters! 스텀타운 커피이다.
뉴욕에서 제일 좋아하는 카페 중 하나인데, 커피 맛과 분위기 모두 투 썸즈 업. 처음 여행 갔을 때는 Blue Bottle이나 Toby's, third rail coffee라고 뉴욕대 근처 카페 외에는 잘 몰랐고, UN 인턴십으로 가게 된 두 번째 뉴욕행에서 진짜 뉴요커 MJ언니 손에 이끌려 처음 가본 곳이다. 게다가 스텀타운은 미국 3대 커피 브랜드(스텀타운, 인텔리젠시아, 블루보틀) 중 하나이다.
맨해튼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매장은 바로 Ace Hotel 1층에 있는 곳. 일단 가보면 추천의 이유를 아리라. 묵직한 바디감의 고소한 커피 맛은 물론이고 분위기 최고!
이곳에서는 ‘아 내가 뉴욕에 왔구나!’하고 바로 느낄 수 있다. 뉴욕의 거리를 뉴요커들과 함께 걸어도 ‘내가 뉴욕에 있는 건지, 서울에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이다. 뉴요커의 감성이 듬뿍 담뿍 느껴지는 곳! 꼭 가봐야 한다!!! 어두운 실내로 들어가자마자, 소파 위를 가득 메운 뉴요커들의 노트북에서 뿜어져 나오는 애플 로고 불빛도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광경이다.
실제로 많은 뉴요커들이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와서 소파에 앉아 각자 무엇인가를 하는 모습은 매우 흔한 풍경이다. 사실 소파에 앉아 무릎 위에 노트북을 놓고 무언가를 하게 되면 허리와 목에 피로가 확 몰려오곤 하는데, 적어도 내가 목격한 뉴요커들은 카페의 의자가 다소 불편해 보여도 꽤 오래 앉아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각자 습관 때문인 것이겠지만, 불편한 의자에서는 공부나 일을 오래 하지 못하는 나에겐 이마저도 신기한 풍경이었다.
UN 인턴생활을 할 때 가장 큰 낙은 주말에 커피 마시러 가고, 공원도 가고, 빈티지샵 쇼핑을 하는 것이었는데, Ace Hotel 매장 근처에 좋아하는 빈티지 샵이 몇 개 있어서 겸사겸사 자주 갈 수 있었다(물론 그중 가장 큰 낙은 빈티지 샵 쇼핑이었다). 평소 밀린 회의록을 작성할 때뿐만 아니라, 인턴십 마지막에 하는 프레젠테이션 준비와 20장짜리 영문 에세이를 준비할 때도 찾아갔던 곳이다.
11월의 어느 주말, 나이아가라 폭포를 2박 3일 일정으로 보고 와서 황급히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던 기억이 새록 새록새록하다. 뉴욕까지 왔는데 가까운 나이아가라를 못 가보고 귀국을 하기엔.. 너무 섭섭해서 급하게 비행기표를 끊고 주말을 이용해 다녀왔었다. 잠깐이지만 캐나다에 가지 않았다면 정말 서운했을 정도로 나이아가라 폭포와 그 주변 마을 구경은 참 좋았다. 문제는 다녀온 이후. 금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가서 주말 내내 열심히 놀았더니 쌓인 할 일들. 일요일 저녁에 돌아와서는 언제 다 하나? 하고 막막하고 피곤했지만, 고시생 정신을 발휘해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스텀타운의 경우 실내조명이 약간 어두운 편이라, 앉아있다 보면 약간 졸리기도 한다! 맥주나 칵테일이라도 마시면 (술이 약하고 피곤하다면) 바로 소파에 누워 잠이 들 수도. 일을 하기엔 치명적 단점인가 싶기도 하였지만, 그렇게 분위기 좋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자면 내가 일을 하는 것인가, 쉬고 있는 것인가 하며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능률면에서는 추천할 수 없지만 말이다. 물론 관광하러 갔다면 졸고 있을 틈이 없을 것이다. 1분 1초가 너무나 소중하니까. 오히려 이 곳의 분위기에 취할 수는 있을 듯!
워낙 라테를 좋아해서 거의 라테만 마셨고, 최근에 콜드 브루를 마셔보았는데 라테에 쓰는 원두보다 신맛이 조금 더 났지만 너무 맛있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서 콜드 브루란 말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더치커피란 말이 더 많았는데, 요즘은 네덜란드식 커피라는 뜻의 더치커피 dutch coffee 보다 영어식 표현인 콜드 브루 cold brew란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둘 다 오랜 시간 찬 물로 추출한 커피를 말하는 것이지만, 콜드 브루가 보편화되면서 미국식 표현인 콜드 브루가 더 많이 쓰이는 느낌인데, 그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말은 콜드 브루 같다.
Ace호텔 1층 제일 바깥쪽에 있는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를 받아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로비 가운데를 중심으로 곳곳에 있는 소파에 앉아 마시면 된다. 대부분 이미 노트북을 든 뉴요커들에게 점령당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앉을자리가 아예 없지는 않으니 잠시 기다리더라도 꼭 앉아서 마셔보길!
그리고 호텔 로비이다 보니, 한쪽 벽에 BAR가 작게 마련되어 있어서 일행 중 술을 간단히 마시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커피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주말에는 역시 사람이 많은 편이다. 여행 중이라면, 평일 주말이 상관없으니 여유를 느껴보기 위해 평일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
또 다른 스텀타운 매장 중 추천하는 곳은 뉴욕대 근처에 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라서 공원에 갈 때 뉴욕대 근처 스텀타운에서 커피를 사들고 가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다가 뉴욕대 기념품도 사 오는 것도 좋았다.
원래 기념품을 사 오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예쁜 머그를 보면 사게 되었다. 최근엔 머그에서 찻잔까지 확대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6년 뉴욕 여행길에서는 스타벅스 You are here 시리즈 말고도 NYU 머그를 하나 구입해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도자기 질이 괜찮다. 커피를 아무리 타 마셔도, 거의 물들지 않는 걸 보면! 디자인은 매우 다양하니 구경하러 가보는 것도 좋을 듯! 꽤 재치 있고 귀여운 물건들이 많다.
브루클린 매장은 가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경험상 스텀 타운 커피는 바리스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 아니라서 괜찮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커피의 맛 이야기는 별로 안한 것 같아 흠칫. 하지만 진하고 묵직한 근데 또 엄청 고소한 커피 맛은 1000% 보장! ><
● Ace Hotel 매장: 18 W 29th St, New York, NY 10001
● NYU 근처 매장: 30 W 8th St, New York, NY 10011
● 브루클린 매장: 212b Pacific St, Brooklyn, NY 11201
★ 참고로, 스텀타운 커피 맛을 보고 한국에서도 그 원두를 맛보고 싶다면?
다행히 스텀타운 원두로 만든 커피를 파는 곳이 있다. 몇 년 전에 생긴 ‘the pancake epidemic(더 팬케잌 에피데믹)’이라고 신사동에 있는 카페이다. 분위기 좋고 팬케익도 맛있으니 라테와 함께 즐겨보길!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맛있고 멋진 카페들이 많아 행복하다.
다음 편에 계속! 다음 편은 특별편 "할로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