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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Oct 12. 2018

뉴욕 Wave Hill Public Gardens

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첫 번째 공원 이야기. Part2

왼쪽은 입장권, 오른쪽은 입구의 모습이다.                                                             


이곳은 뉴요커 아티스트이자 초등학교 미술 선생님인 매력 있는 그녀 J.bird의 추천으로 알게 된 곳이다. 2015년 가을 사법연수원의 마지막 변호사 실무수습을 UN대표부에서 하던 중 만난 멋진 인턴 동생들 중 한 명이다. 바로 얼마 전인 2018년 여름휴가로 뉴욕을 방문하였던 동안, 이번에는 새로운 공원에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J.bird는 바로 이곳을 추천을 해 주었다.


나도 여러 번 뉴욕을 다녀보다 알게 된 곳이니,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닌 것 같다. 뭔가 여행을 할 때 한국인이 많이 보이는 곳보다는 아닌 곳을 선호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공원은 너무나 취향저격이랄까. 전에 멕시코의 칸쿤을 친동생과 놀러 간 적이 있는데 리조트 어디에서나 마주치는 한국인 신혼부부를 보니 제주도에 와 있는 것 같았었는데, 그 이후 항상 관광객이 들끓는 곳보다는 한적한 곳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나중에 소개할 클로이스터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웨이브 힐 퍼블릭 가든도 함께 가면 좋을 것 같다! 두 군데는 차로 8분 거리이니. 아무래도 맨해튼의 북쪽이라 일부러 가지 않는 한 갈 일이 없는 곳인데, 일정에 여유가 있고,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먼 거리지만 이곳에 만족할 것이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편이니, Uber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당시 나 역시 택시를 이용했지만, 물론 버스나 지하철(1번 레드 라인)로도 갈 수 있다. 그리고 지하철로 갈 경우에는 1번을 타고 West 242nd 역으로 가면 무료 셔틀이 있다(맨 아래의 웹사이트 주소로 가면 셔틀버스 탑승 가능 시간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애용하는 구글맵이 있지 않은가. 구글맵에서 웨이브 힐 가든을 검색해 보면 가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어서, 여행 일정에 맞게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약간 길치인 나에게 구글맵이 없던 시절의 여행은 좀 힘들었는데, 요즘은 정말 편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주 예전에 일본 오사카 근방을 여행한 적이 있을 때는 종이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다녔다.


그때는 구글맵이 없었기 때문에 지도와 나침반을 친구 삼아 길을 찾아서 다녔는데 그러다 보니 골목 같은 곳에서 헤매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약간 헤매는 것도 여행의 재미였고, 그럴 때는 지나가는 현지인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어서 일본에서도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많이 묻고 다녔었다. 어떤 아주머니는 친절하게도 내 손을 잡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구글맵을 켜놓고 다니니까 (심지어 방향도 나오다 보니) 길을 물어보며 다니는 경우가 정말 드물어졌다. 은근히 아쉽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떠나서 여행지에서 로컬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물건을 살 때, 밥을 먹으러 갈 때 빼고는 타인과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술을 즐기지 않다 보니 혼자 Bar에 가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그래서 문득문득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뉴요커들이 있는 뉴욕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제 교통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웨이브 힐 퍼블릭 가든의 모습은 이렇다.

중앙의 큰 정원


작은 연못. 귀여운 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온 모습

가든은 꽤 넓다. 온실 화원도 있었는데, 야외 경치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실내 온실 앞 까지 갔는데도 깜박 잊고 그냥 정원들만 보다 왔다. 나중에 들어보니 실내 온실에는 각종 꽃 등 식물이 있다고 들어서 아쉬웠지만, 그 날 보았던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접고 마음속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부분은 중앙 정원(아마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일 것이다)과 그곳에 있던 등받이가 기다란 나무 의자였다. 나무의자에 앉아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평일이다 보니 사람들은 주로 아주머니들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온 보모들이었고, 왜인지 시끄러운 소리가 나던 곳에는 중국인 할머니들도 있었다. 중앙정원을 지나 공원의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가니 강이 보이는 정원이 나왔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서 흐려 보이지만 참 날이 좋았었다.


셀카로 뒤에 보이는 전경을 담기가 어려워서 (삼각대가 없었다) 고민을 하다, 카메라를 비스듬히 가방에 기대어 놓고 타이머를 해 놓은 뒤 몇 미터 앞으로 뛰어가서 사진을 남기기로 했다. 원래 여행을 할 때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은 아니어서 삼각대를 가지고 다닌 적이 없는데 이번엔 후회가 되었다. 게다가 나름 글을 쓰는 중에 간 여행이니 사진을 더 신경 썼어야 하는데 말이다.


혼자 사진 찍기의 결과는 참담하게도 아래와 같다... OMG

가만히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보니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방금까지 내가 맨해튼에 있었나? 여기가 뉴욕인가? 하며 헷갈릴 정도로. 아쉬운 점은 의자 등받이 위쪽에 새똥이 떨어져 있어서 편안하게 기대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의사 등받이 쪽에 옷이나 담요 같은 천을 펼쳐 놓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잔디밭에 누워도 좋은 곳이지만, 다음에 갈 때는 등받이에 깔아놓을 것을 가져가서 맘 편히 기대 있고 싶다.


이 사진 두 장은 길게 벤치가 있는 곳의 사진이다. 왼쪽 사진은 액자 같아서 좋아하는 사진이다.


그리고 웨이브 힐 가든에는 카페가 있어서 간단한 음식들을 먹을 수는 있는데 그것보다는 샌드위치 같은 걸 미리 사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나 역시 웨이브 힐에 갈 때는 느지막하게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와서 숙소 근처의 델리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공원을 둘러보다 배가 고플 때쯤 공원 내 피크닉 장소로 가서 먹었다. 아무데서나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룰이 공원 입구에 쓰여 있다!


피크닉 장소에 앉으니 오랜만에 청설모가 아닌 다람쥐를 볼 수 있었다. 맨해튼 곳곳의 공원에 가장 많은 것이 청설모이다. 굉장히 큰 사이즈인 데다 쥐와도 닮아서 그런지 좀 징그러워서 처음에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10 마리 이상을 보고 너무 놀라기도 했지만.. 이 역시 적응이 되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귀여운 다람쥐를 비교적 가까이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그곳에는 나 말고도 견학을 온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우 고등학생들이 있었다. 인솔하는 선생님들 몇 명과 함께.


처음엔 특수학교 학생들인지 몰랐는데, 학생들 중 어느 한 학생이 나를 보더니 이름이 뭐냐고 해서 영어 이름을 알려줬다. 그럼 생일이 뭐냐고 묻는다. 음.. 뭐지? 하고 순간 당황해하니, 옆의 동양인 선생님이 ‘이 친구는 모든 사람들의 생일을 묻는 습관이 있어요. 아마 계속 물어볼 거예요.’ 하며 이 학생들은 특수학교 학생들이고, 자신은 선생님이라고 알려줬다. 그 설명을 들으니 방금 전의 대화가 이해가 되었고 웃으며 대화를 끝냈는데, 그 선생님이 망설이며 묻는다. ‘혹시 중국인이세요?’라고. 그 선생님은 중국인이었다. 난 ‘아뇨! 한국인이에요.^^’ 같은 동양인을 봐서 반가웠던 모양이다. 어쩐지 점심 먹는 내내 자꾸 눈이 마주치더라니.

이렇게 천천히 자연을 벗 삼아 점심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제일 큰 정원을 한번 쭉 눈에 담아두고 정문을 향해 나가기 시작했다. 벌써 2시 반이니까. 시간이 없다. 하는 생각과 함께. 며칠 남지 않은 일정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급해져서 이번에는 Via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건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자연을 사진에 담고자 할 때는 아무리 사진을 요리조리 찍어 봐도 아이폰 카메라만 들고 있는 아마추어 수준으로는 그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가 어렵다. 그래도 퍼블릭 힐 가든의 이 사진들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 찍은 것이라 특별히 풍경을 잘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찍었다.


대도시를 사랑하고 또 그 안의 복잡다단한 모습들도 사랑하지만, 자연이 주는 평온함은 그 자체만으로 마음을 벅차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시기이다. 바쁜 도시 여행 중이라도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웨이브 힐 가든으로! ^.~



● 주소

675 W 252nd St, Bronx, NY 10471, 미국

● 웹사이트 주소

https://www.wavehill.org

● 오픈 시간은 Tuesday–Sunday 9AM–5:30 PM이지만, November 1‒March 14 사이에는 9AM–4:30 PM이다.

휴관일도 있으니 사이트를 꼭 확인해야 한다.

Closed Mondays except Memorial Day, Labor Day and Columbus Day
Closed New Year's Day, Thanksgiving, Christmas

● 무료관람 가능한 날

Tuesdays: 9AM-Noon

Saturdays: 9AM-Noon

이렇게 무료 관람이 가능한 시간대도 있다. 방문했던 날이 화요일이었지만, 딱 12시 3분에 표를 사는 바람에 입장료 8불을 냈던 슬픈 기억.. 8불이면 샌드위치 가격이니 무료 관람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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