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우리 춤 한번 당길까요?
7살 겨울방학부터 4번째 맞는 겨울방학.
일 년 중 내 인생에 고비라면 바로 1,2월
삼시 세 끼를 차려줘야 하는 삼식이가 집에 두 명이나 있다.(남편도 오후 출근이라 본의 아니게 세끼 다 집에서 먹는다.. 난 왜 이리 복이 많누~~)
이 두 사내들 매 끼니를 챙기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어른 삼식이는 주는 대로 먹는 편인데 어린이 삼식이는 입맛이 까다롭다.
기특이는 아직도 김치를 못 먹는다.
못 먹을 수 있지, 그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채소들도 거의 안 먹는다.
유일하게 먹는 채소는 오이.
아기 때부터 채소를 먹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볶음밥 할 때 빼고는 반찬으로 나온 채소요리는 거의 먹지 않았다. (가끔 외식할 때 크림스파게티 안에 브로콜리는 신기하게 먹는다. 결국 요리사의 문제인가..)
채소 섭취를 채우기 위해 김치 대신 대안책으로 오이를 잘라서 주기 시작했다.
근데 오이는 또 신기하게 남편은 못 먹는, 아니 안 먹는 채소이다.
오이에서 비릿한 향이 난다나 어쩐다나. 난 그 상큼한 향이 좋아서 먹는데.
그런 오이를 나는 삼시세끼 밥상에 올라온다.
기특이의 변비 예방을 위해서도 채소는 필요하니까.
남편이 비린향이 나든 말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매끼니 식단의 변화를 주고 싶어도 항상 고기반찬과 오이 이 두 개뿐이다.
반찬을 두 개 해주면 그중 한 개만 먹는 아이.
골고루 먹는다는 개념이 우리 집에는 없다.
메인반찬 하나로 밥을 퉁친다.
어른들은 그래도 반찬들이 몇 개 올라오면 고르는 재미라도 있는데..
하지만 단일메뉴임에도 밥은 다행히 남기는 법이 없다.
배부르게 다 먹은 후에도 나를 닮아 간식배는 따로 있는지 꼭 후식으로 냉동실에 있는 슈크림붕어빵을 먹는다.
겨울에는 슈크림붕어빵.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밥을 냠냠 먹고 나면 그다음부터 엄마 나랑 놀자가 무한반복되는데..
기특이는 하루 끝내야 하는 일정양의 숙제들이 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겠지만 기특이가 더 신경 써서 해야 하는 이유는 느린 거북이니까..
하루라도 숙제를 넘어가면 그 전날 배웠던 수학공식이 다 날아간다.
삼각형 합이 180도, 사각형 합은 360도.
이 두 개의 공식이 문제랑 짬뽕되면 이내 풀이 죽어서 나 못하겠어를 연신 난발한다.
수학문제도 고기랑 오이처럼 단순하게 이분법 밥상차림이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서 여러 가지 반찬들이 올라오고 거기서 콜라보로 섞어서도 먹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기특이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수학은 점점 어려운 과목으로 될 터이다.
기특이가 요즘 나에게 자주 하는 질문.
“엄마도 수학 어려웠어? 나는 수요일이 제일 싫어. 인지 수업 하러 가는 날. 엄마 나 진짜 가기 싫어.”
수요일 인지수업 가는 날이면 오전부터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아이.
기특이를 달래기 위해서 내 경험도 말을 해준다.
"너뿐만 아니고 이거 원래 어려운 문제 맞아. 엄마도 학교 다닐 때 어려웠어."
그러면 기특이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진다.
“엄마도 어려웠어?”
“그럼~ 근데 어려우니까 매일 조금씩 했어. 자꾸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져. 지금은 낯설어서 그런 거야.”
못하는 게 아니라 낯설어서 그런 거라고 말해본다.
그래. 우리는 그동안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면을 들춰보면 너무 낯설어서 그렇게 느끼는 거다.
낯서니까 익숙해지려고 자꾸 쳐다보고 읽어보고 반복의 반복을 더하다 보면,
낯설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나에게 배시시 웃으면서 손 내밀고 다가올지도 모른다.
우리네 인생도 어려운 수학공식처럼 못 푸는 문제 투성들이지 않나?
그동안은 어렵다고 못 푼다고 좌절하고 울기만 했는데 이제부턴 관점을 좀 바꿔보려 한다.
아, 새로운 문제네?
좀 낯설어. 하지만 곧 익숙해지겠지. 어제 보고 오늘 보고 내일 보다 보면 곧 너랑 친해질 수도 있을지 몰라.
그러니 기특아, 우리는 못하는 게 아니라 낯설어서 그런 거라고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
*독자님들의 따뜻한 댓글은 저에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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