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마른 황량함
밤의 광기마저 밀어내고
공백으로 거리를 채운다
부스러지는 냉기를 털어내며
몸을 맡긴 선술집
뭍 시선의 사각을 찾아 자리 잡는다
아주 오래 전
담을 사이에 두고 같이
시간을 묻었던 그
시든 조명 아래
기억의 묘지를 탐사한다
껍데기였었구나
그의 목소리
기쁨이나 슬픔 같은 건
오래 전에 말라버린
그저 무표정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일
탕진하지 못한 그리움은
술에 녹고
타버린 기억은
담배연기로 흩어진다
시간은 기억을 소비하여 새로운 시작을 지어내기도 할까
마른 나뭇잎 하나 북서풍의 길목에서
고행을 고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