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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곰 Dec 09. 2023

월급만을 위해 회사를 다녀야 할까?

워킹맘의 고민

아기를 낳고 3개월만에 복직을 했다. 출산 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 일을 해보고 싶다거나, 어떤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니, 회사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도 업무적 성장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됨을 몸소 깨달았다. 칼퇴하고 우리 집 똥강아지와 알콩달콩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회사에서 어떤 일을 통해 무슨 능력을 키우겠다는 다짐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회사생활이 '월급' 오로지, 경제활동의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도구로 전락했다.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떨어진 전투력과 마음 한편이 아가한테 쏠리는 상황에서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내가 월급 받는 만큼의 값어치를 회사에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복직하고 한 달 만에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수직하강해 버렸다. 워킹맘이 된다는 게 이런 걸까.. 일도 육아도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 주말이 지나고 출근할 생각 하니 아찔하네.'


월급만을 위해 일하는 순간, 업무 전투력과 커리어 성장에 대한 욕구도 그대로 가라앉아서 어느 순간 회사에서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연차가 있음에도 존재감 없이 직장생활하는 것은 참 고역이다. 회사에서 바라는 퍼포먼스와 내가 낼 수 있는 퍼포먼스의 간극을 마냥 숨길 수만은 없고, 자본주의 룰상, 고용주에게 받는 만큼의 값어치를 해내야 마음이 편하니깐.


그러던 어느 날, 매달 주기적으로 하는 팀장과의 1대1 피드백 미팅콜을 받았다.


매달 한 번씩은 모든 팀원과 꼭 정기적으로 1대1 미팅을 하려고 합니다. 다음 내용을 꼭 간단히 생각해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요.

1. 최근 일하면서 즐거웠던/만족스러웠던 경험
2. 최근 일하면서 어려웠던/불만족스러웠던 경험
3. 이번 달에 내가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4. 저와 팀에게 부탁하고 싶거나 도움 받고 싶은 건 없는지?

미팅콜을 받고 '월급'이라는 경제적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던 회사생활을 되돌아보았다. 사실 불만족스러운 나의 회사생활의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아닌 나에게 문제가 있었다. 업무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부족했고, 단순히 시간을 때우고 있는 자세였기에 업무의 재미도 보람도 잃은 거였다. 월급만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회사생활에 거리를 두는 것이고, 거리를 둔다는 것은 '희로애락'의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가 드라마를 봐도 주인공에 과몰입해서 봐야 그 상황에 녹아들어 감정이입이 되어 재밌지않나. 드라마에 몰입되지 않고 거리를 두는 순간, 지루함이 밀려온다.


다시 재미있는 회사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게 물었다. 회사에서 내가 얻을 것이 정령 '월급'뿐인 것일까?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시간을 일주일에 5일이나 쏟아붓고 고작 '월급'만 얻는다고 하면 꽤나 억울할 것 같았다. 적당히 일하고 월급을 받으면, 괜찮은 거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내 시간과 육체, 정신을 하루의 일정시간 묶어놓은 댓가가 현재 받는 ‘돈'뿐이라고 생각하면 이건 정말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다. 심지어 갓난아기도 두고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회사에서 일하므로 내가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 나의 젊음, 에너지(노동력), 육체적/정신적 자유, 아기와의 시간, 더 나아가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알게 모르게 손실되는 건강까지 고려하면.. 월급 그까짓 거?!


그래서 월급을 위해 회사를 다니겠다는 수동적인 마음을 고쳐먹고, 회사에서 내가 무엇을 얻을지 찬찬히 생각해 봤다. 따지고 보면, 돈과 복지 같은 물질적 가치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무형의 가치가 적지 않았다. 회의를 주관하고 회의록을 잘 정리하는 방법, 문서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 이해관계가 다른 양쪽의 입장을 조율하고 협의점을 찾는 방법,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편집해서 볼 것인지 등등.. 따지고 보면 내가 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내가 어느 정도 열정을 가지고 임하느냐에 따라 배울 것이 천지때깔이었다. 이것들을 여기서 잘 배워두면 나중에 다른 회사에서도 써먹을 나의 역량치가 될 수도 있고, 개인 사업을 한다고 하면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의하는 스킬은 필요하니 회사 밖의 어디선가 다른 밥먹이를 할 때도 꽤나 유용한 기술들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내가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 중에 가장 수동적으로 얻는 것이 '월급'이고, 그 외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일하느냐에 달린 능동적인 배움이었다. 그러니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잃게 되는 기회비용과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배움을 고려해 보면, '월급'만을 위해 수동적인 자세로 일하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심지어, 그렇게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만큼 재미없게 회사를 다니는 것도 없을 것이다. 나의 월급이 적지 않았음에도 ‘월급’만 보고 일해 보니 그랬다. 복직하고 '월급'만 생각하고 일하니 그렇게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가오는 2024년 '내가 회사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해 보니,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1) 사업 기획서/보고서 작성 능력

2) 데이터 리터러시

3) 신사업 프로젝트 리딩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업무 외에 시간을 내서라도 다른 동료들이 작성한 기획서를 뜯어보면서 공부하는 게 재미가 있었다. 일과 육아의 밸런스 게임이 쉽지는 않지만, 돈 외에도 내 시간을 투입해서 얻는 게 있다고 생각하니 회사생활의 만족도도,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돈도 벌고 배움도 얻고 일석이조의 가성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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